요양원 불법의료행위 폭로 내부고발자 인터뷰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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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9 07:31  |  수정 2018-02-19 07:34  |  발행일 2018-02-19 제8면
“아무렇지 않게 의료행위…이의 제기하자 감시자 붙여 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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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A씨가 증거로 갖고 있는 수액과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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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한 요양원의 전 직원이 불법 의료행위에 의한 사망사고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그는 증거로 갖고 있는 수액과 바늘을 취재진에 제시했다. 제보자는 해당 수액은 사망한 어르신에게 주사된 것으로 이 자체가 시설에서 불법 의료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제보자 제공>

대구 서구 한 요양원의 불법 의료행위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폭로한 A씨는 해당 요양원의 전 직원이다. 그는 지난 13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사회복지계가 변해야 한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간호조무사가 됐고 사회복지업에 발을 들였지만 자신이 목격한 지역의 일부 사회복지시설은 아프고 외로운 사람을 돌보는 곳이 아니었다고 했다.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했으며, 그것 때문에 ‘불법’이 자행돼 왔다는 것. 불법행위에 저항하던 일부 직원은 해고됐으며 자신은 불법을 묵인하는 방관자로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불법을 강요하는 재단 방침에 더는 따를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시설을 나왔고, 요양원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와 뜻을 모아 비리를 고발했다.

이에 영남일보는 A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가감없이 그대로 싣는다. 혹시라도 놓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와 ‘내부 고발자(Deep Throat)’의 생생한 진술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다. 또 내부 고발이 ‘조직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과 불법을 바로잡는 참된 용기임을 알리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지역사회의 내부고발자들이 진실을 밝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망사례
“어르신이 삽입 튜브 계속 빼내자
간호팀장이 여러 차례 재삽입
튜브가 기도에 들어간 상태서
피딩작업 중 역류가 발생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
사고 이후 병원 찾아가 사실 확인” 

사망사례 2
“심장질환 가진 어르신에
수액 빠르게 주입하다 의식 잃어
병원 도착 후 사망
부검 의뢰 요구했지만 시설측 거부”

“지금 이순간에도 비리 만연
내부고발이 조직의 배신이 아닌
잘못된 관행 바로잡는 계기 돼야”

▶먼저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문제가 된 시설에서 약 4년간 근무한 간호조무사다. 시설 층 팀장도 맡았고 많은 어르신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다. 시설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에 대해 반발하면서 여러가지 불편한 일이 생겼고 시설을 그만두게 됐다.”

▶불편한 일은 어떤 것을 말하나.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의료시술 행위에 반기를 들었다. 알다시피 요양원에서 의료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어르신의 생명과 직결된 행위도 이뤄진다. 모두 병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들이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하자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감시자를 붙여 내 모든 행위를 감시했다. 그래서 그만뒀다. 어르신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있었다.”

▶불법 의료행위는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주사와 L-TUBE 삽입이 대표적이다. 환자에 대해 명확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의료행위가 일어났다. 특히 L-TUBE의 경우 전문의도 삽입 후 X-ray 촬영을 한다. 식도로 들어가야 하는 튜브가 기도로 잘못 삽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의료행위가 시설에선 매일 일어났다.”

▶잘못된 사례가 있는가.

“당연히 있다. 2015년 이로 인해 한 어르신이 사망했다. 당시 이 어르신은 튜브를 삽입하고 생활했는데, 어르신이 튜브를 계속 스스로 뺐고 이에 B간호팀장(전)과 당직 간호사들이 여러 번 튜브를 재삽입했다. 이 과정에서 튜브가 기도에 삽입됐고,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에게 ‘피딩(Feeding·삽입된 튜브를 통해 영양분, 수분,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하던 중 역류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겼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가.

“병원 이사장도 모두 알고 있었다. 일부 간호조무사는 이런 행위를 거절하기도 했지만 간호팀장과 사무국장이 ‘튜브 삽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냐’며 어쩔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결국은 모두 불법을 저질렀다.”

▶이 사건을 꽤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망이 발생하고 이틀 후 담당 병원을 찾았다. 거기서 병원 관계자가 튜브가 잘못 삽입돼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래서 알고 있다.”

▶그럼 병원 측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단 말이 되는데.

“당연히 알고 있다. 병원 측의 입단속을 위해 시설에서 당시 한우세트 두 개를 구입해 의사와 간호사 트렁크에 넣어줬다. 시설운영비에서 나간 이 돈은 그대로 흔적이 남았고 그 자료를 가지고 있다. 보통 시설운영비는 거주인의 식비 등에 사용되는데 갈비세트가 있는 건 이상하지 않나.” (실제 시설 장부에서 사망 발생 3일 후 갈비세트가 구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시설에선 이 일을 어떻게 마무리했나.

“이 사건은 시설관계자들의 입막음으로 은폐됐다. 당시 간호팀장과 시설 사무국장은 시설에서 의료행위가 일어난 사실 자체를 은폐하기로 했다. 이에 사건 당일 당직 근무자를 한 달 후 권고사직시켰고 사무국장은 나와 간호팀장에게 수차례 입단속을 시켰다. 나 역시 그들 범죄에 동참한 셈이다.”

▶일반 주사로 인한 사고도 있었는가.

“일반 주사로 인한 사고는 더 많다. 우린 ‘코끼리 팔’ 사고라고 하는데 수액이 혈관이 아닌 근육으로 들어가 팔이 붓는 현상(부종)을 말한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2016년 9월 간호팀장이 한 어르신에게 주사와 수액을 놨는데 의식이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 어르신은 당시 심장질환이 있어 수액을 천천히 맞아야 했다. 빠르게 맞을 경우 심장에 올 수 있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근무한 당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팀장은 수액 속도를 가장 빠르게 했고 어르신은 결국 병원 도착 후 돌아가셨다.”

▶시설에선 이 사실을 또 덮었나.

“당연하다. 사실 내가 부검을 의뢰했다. 명백한 불법의료로 인한 사망이기 때문이다. 사망 당일 어르신은 식사 거부를 하는 등 의식이 명료했다. 시설에선 부검을 거부하며 (내게)‘뭘 원하냐’고 물었다. 나아가 당시 간호팀장은 갑자기 ‘주사를 놓은 적 없다’며 말을 바꿨다. 내가 당시 사용된 수액과 바늘을 가져가자 그때서야 인정하며 사과했다. 당시 난 ‘앞으로 간호팀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덮었다. 힘든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사회복지시설은 오히려 베푸는 법을 모른다. 받는 것에만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시설에선 각종 비리와 불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위험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담당 구청과 시청은 침묵한다. 사건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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