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정치 리더십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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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19   |  발행일 2018-02-19 제30면   |  수정 2018-02-19
英 이코노미스트 정보원
한국의 민주적 정치문화
상대적으로 저평가 주목
정치적 양극화 조장하는
정치리더십이 핵심 흠결
[아침을 열며] 정치 리더십이 문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정보원(EIU)에서 최근 발표한 2017년 국제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167개국 중 20위였다. 19위까지가 ‘성숙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였는데, 우리는 바로 그 아래 ‘결함이 있는 민주국가(flawed democracy)’ 중에서 최상위였다.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약간 앞서 있던 미국이 이번에는 우리 바로 뒤 21위였다. 일본은 23위였다. 북한은 조사대상 167개 체제 중에 여전히 꼴찌였다. 우리나라는 정치문화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이코노미스트 정보원의 지수가 민주주의의 절대적인 기준이나 평가는 아니다. 민주주의를 해석하는 관점과 강조점이 다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코노미스트 정보원의 민주주의 지수는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있는 대표적인 민주주의 지수다.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여러 측면을 종합해서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각 나라의 부문별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2006년 이래 지속적으로 조사·발표해오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의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다. 남미의 우루과이가 2008년 이래 쭉 성숙한 민주국가에 포함된 것이 특이했다. 정치참여 지수는 평균 이하였으나 정치적 다양성, 시민 자유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우루과이에서 호세 무히카 같은 대통령이 배출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던 호세 무히카(2010~2015년 우루과이 대통령). 재직시에는 대통령 궁을 노숙인 쉼터로 개방하고 허름한 집에서 출퇴근했다. 월급의 90%를 기부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농사짓고 살면서 여전히 전재산인 소형 중고자동차를 몰고다니는 모습이 최근 우리의 전직 대통령과 대비되면서 소개됐다.

우리나라는 2016년 24위에서 지난해 20위로 올라갔다. 이 보고서에서는 ‘촛불시민의 힘(popular movement)’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보다 앞선 성숙한 민주국가로 분류되던 미국이 우리나라 뒤로 밀린 배경으로 트럼프의 등장을 들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과 더불어 미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2017년 민주주의 지수 보고서의 주제는 ‘위축되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였다.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시민의 자유의지를 토대로 이뤄지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다. 이점에서 인터넷과 SNS는 자유 언론의 황금시대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가지고 있는 기회와 파급력은 이를 대상으로 한 규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플랫폼을 매개로 한 ‘홍위병’식 언론 문화는 다양성의 표출과 공존보다는 오히려 배타적인 대립의 정치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이 보고서는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은 ‘민주적 정치문화’는 주목할 부분이다. 양극화된 대립의 정치문화 문제다. 공존의 방식으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법과 제도보다는 여전히 강력한 개혁가를 원하는 경향이 남아 있는 미완의 민주주의 상태다. 인터넷 환경 또한 다양한 기회와 확증 편향에 따른 양극화라는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정부의 기능 수행도 방해하게 된다.

제도 개편과 더불어 정치적 태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현행 대통령제와 선거제도의 개편은 바로 이런 취지에서도 한국정치의 당면한 민주주의 발전 과제다. 정치적 태도, 즉 정치문화의 변화에 있어서는 정치적 주도그룹의 영향이 크다.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하거나 방치하는 정치리더십이 바로 한국정치를 성숙한 민주주의 직전에 머물게 하고 있는 핵심적인 흠결 요소임을 다시 지적하고 싶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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