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요양원, 운영비로 공무원에 수차례 선물”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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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07:14  |  수정 2018-02-20 07:51  |  발행일 2018-02-20 제8면
■ 대구 공무원-요양원 유착의혹
대구시는 시설점검 수박겉핥기
구청 담당직원은 동생 취업 의혹
시민단체 “제보묵살 관청 공범”
20180220
제보자가 공개한 시설 장부. 제보자는 “시설운영비는 보통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물품 구입에 사용된다. 하지만 구매 물품을 보면 선물용으로 구입한 물건이 꽤 많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와 서구청이 19일 불법 의료행위 의혹이 제기된 서구 A요양원에 대한 합동점검을 펼쳤다. 이는 영남일보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조치로 보여진다. 하지만 점검 결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영남일보는 요양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설 이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삼갔다. 현재 서구에는 35개 이상의 요양원이 있기에 정상적인 시설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또 현재로서는 의혹 단계라는 점도 감안했다. 이날 대구시와 서구청은 오전부터 담당팀을 꾸려 해당시설 현장점검에 돌입했다. 이미 시와 구청이 해당 요양원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대구시와 서구청에 따르면 문제가 된 모 재단 산하 A요양원은 최근 3년간(2015~2017년) 4차례 점검을 받았다. 행정조치는 대부분 ‘주의’ 또는 ‘시정’으로 마무리됐다. 대구시는 2016년 4~7월 실시한 ‘노인복지시설 지도점검’에서 재단이 후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만 적발했고, 일부 금액(약 251만원)을 환수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또 지난해 10~11월 진행된 특정감사에선 요양원이 ‘보조금 지원 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은 사실만 적발하는 데 그쳤다. 불법 의료행위 등에 대한 점검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수박 겉핥기식’ 점검에 대해 시설 관계자들은 ‘공무원과 재단의 유착관계’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시설운영비로 구입한 벌꿀·갈비세트 등이 공무원들에게 수차례 선물로 제공됐다는 것. 한 시설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에게 벌꿀 10박스를 몰래 가져다 준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당시 사무국장이 ‘모른 척하고 심부름이나 하라’며 벌꿀 10박스를 차에 실어줬다. 서구청 뒷골목에 가니 직원 B씨가 차 트렁크를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심지어 재단 이사장은 항상 ‘내가 구청과 시청에 뿌린 돈이 얼만데’라고 자랑하고 다녔다. 그들은 모두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담당 공무원이 자신의 동생을 요양원에 취업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과거 시설을 담당하던 직원 C씨의 동생이 추천을 통해 요양원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것. 요양원 관계자는 “당시 C씨가 시설 점검을 나왔을 때 불법 의료행위 등 모든 것을 설명했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생이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C씨의 동생은 아직도 요양원에서 근무 중”이라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황성재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요양원 비리 등에 대해 수십 차례의 제보를 받고도 묵살한 구청과 시청은 공범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경찰의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며 요양시설에 대한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서구청 관계자는 “복지시설과 서구청 공무원의 유착 관계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해당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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