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말 집중하기 어려운 나, 혹시 성인 ADHD?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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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07:52  |  수정 2018-02-20 07:52  |  발행일 2018-02-20 제22면
최근 5년간 성인 ADHD 56% 증가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등 주요증상
어린 시절부터 늘 반복돼왔던 문제
증상치료보다 스스로 행동 보완을
상사의 말 집중하기 어려운 나, 혹시 성인 ADHD?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24%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를 19세 이상 성인만으로 좁혀 보면 되레 56%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성인 ADHD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

◆ADHD 더 이상 아동기 장애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ADHD를 설명하면서 ‘고장난 발동기’에 비유하곤 한다. 그 정도로 ADHD 환자는 잠시도 집중하기 어렵고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돌아다니는 특징이 있다. 이름처럼 주의력이 결핍돼 있어 과잉행동을 한다. 때문에 ADHD는 보통 아동기 장애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오랫동안 ADHD는 아동들에게만 진단이 내려졌다. ADHD 진단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이후에 받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ADHD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규칙이 엄격한 학교에서는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울증이나 사회생활 부적응을 호소하는 성인 중에 주의력 결핍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이들은 어린 시절 ADHD의 특성을 보인 경우가 적지 않다. 과잉행동이 나타나지 않기에 ADHD를 극복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차분해졌을 뿐 주의력 결핍의 문제는 여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성인에게도 ADHD 진단을 내리고 그에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성인 ADHD 주의력 결핍이 주요 증상

아동의 ADHD 특징은 겉으로 드러나는 과잉행동이다. 산만하게 돌아다니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피해를 주거나 자주 싸움에 휘말리는 등 문제행동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성인 ADHD는 주의력 결핍이 주요 특징이다. 일례로 회사에서 상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몇 분 이상 상사의 말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다른 생각이 든다면 주의력 결핍을 의심해 봐야 한다.

주의력 결핍 때문에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일의 체계를 세우고 계획성 있게 실천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막상 코앞에 닥치면 잘 해내기도 하지만 일에 펑크가 자주 나고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으며, 정리정돈도 힘들어한다. 이는 단지 게을러서가 아니다. 원래는 잘 했던 사람이 일시적으로 이런 증상을 보이는 것 역시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늘 반복돼 왔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사람으로 오해와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우울해하고 이를 참기만 하다 감정을 한 번에 폭발시키기에 충동적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성인 ADHD라고 할 수 있다.

◆성인 ADHD 증상치료보다는 심리치료 필요

전문가 사이에서는 ADHD가 과연 치료가 필요한 장애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잘 아는 수많은 위인들, 즉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을 비롯해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작곡가 모차르트, 화가 피카소 역시 성인 ADHD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ADHD는 늘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의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단지 현대사회가 규칙과 제도, 조직과 체계를 강조하는 탓에 ADHD가 이상하게 보일 뿐이지 그 자체로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ADHD를 치료할 것이 아니라 ADHD로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7세 때부터 ADHD 치료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영을 할 때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나타냈고 탁월한 재능도 발견해 수영황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일반인은 환경을 바꾸기 어렵다. 다니던 회사를 나와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직업이나 일(주로 활동적인)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ADHD 증상을 고칠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증상 자체를 고친다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한 훈련인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연습, 집중력을 키우는 연습, 타인의 비난을 듣고 좌절해 우울해지거나 충동적이 되기보다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다독거리는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지부 이종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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