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죽어가는 테니스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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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  발행일 2018-02-20 제29면   |  수정 2018-02-20
[기고] 죽어가는 테니스 이대로 좋은가
송일호 생활체육대구시 테니스연합회前 부회장·소설가

지난달 25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정현 선수(한체대)가 220개국 9억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선수 샌드그렌을 3-0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동양 선수로는 84년 만에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해 랭킹 27위, 상금 7억5천만원의 영광을 안았다. 만일 그가 발바닥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 모른다.

테니스 간판스타 이형택이 삼성 챌린저 7연패에 이어 2007년 US오픈 16강에 진출한 뒤 한국은 테니스 전멸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정현의 쾌거는 큰 감동이고 충격적이었다.

테니스는 아직도 영국, 호주,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최고의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평생운동으로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도 1980년대 골프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최고의 고급운동이 테니스였다. 아파트를 지으면 의무적으로 테니스장을 개설하였고, 학교마다 테니스장이 들어섰다. 이 덕분에 전국 중고등 테니스부가 활발하게 활동해 테니스 인구 저변 확대에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골프가 들어오고나서부터 테니스 인구가 대거 골프로 이동하면서 테니스는 서서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경제발전으로 도시의 테니스장은 아파트 등의 건축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도심학교가 변두리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섬에 따라 테니스장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주차 공간 부족으로 아파트에 있는 테니스장은 대부분 주차장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지금 남아있는 테니스 동호인은 뿔뿔이 흩어져 그나마 몇개 남아있는 테니스장을 전전해야만 했다. 게다가 마지막 남은 공립 초등학교 테니스장이 병설유치원으로 둔갑하여 테니스는 농토 없는 농민과 같이 자멸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운동은 국민건강을 지키는데 필수라 할 수 있다. 생활체육으로 여러 가지 운동 중에 테니스를 권하는 이유는 평생운동으로 테니스보다 더 좋은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동으로서 테니스의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운동은 할수록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 없는 운동은 노동과 다름이 없다. 테니스만큼 재미있는 운동은 잘 없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테니스다.

둘째, 대부분의 사람이 테니스를 과격한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테니스를 오랫동안 쳐본 이들은 테니스의 정년을 85세로 보고 있다.

셋째, 돈이 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골프 한번 치는 돈으로 테니스는 1년을 즐길 수 있다. 고급운동으로 테니스만큼 경제적인 것이 없다.

넷째, 생활체육은 매일 조금씩 해야 하는 것이다. 집 가까이 테니스장이 있으면 라켓 하나만 들면 평생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다섯째, 테니스는 매너 운동이다. 테니스만큼 예의바른 운동은 잘 없다. 테니스를 통해서 예의와 질서를 배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세계에서 최고급 운동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테니스가 한국에서는 점점 사양세를 걷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초등학생부터 테니스를 배울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서 배운 학생이 평생운동으로 테니스를 즐기고, 더 나아가 정현이나 이형택같은 국제선수로 발전할 수도 있다.

지금 남아있는 테니스장에서 동호회를 결성하여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60대 이상이고 젊은 후진이 없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테니스의 미래가 현재보다 더 어두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테니스를 활성화시킬 방안이 하루빨리 나와 예전처럼 생활체육으로 발돋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송일호 생활체육대구시 테니스연합회前 부회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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