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명불허전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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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0   |  발행일 2018-02-20 제31면   |  수정 2018-02-20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공자 맹상군은 제나라·진나라·위나라의 재상을 지낼 만큼 재주와 인품이 걸출한 인물이었으나 인재들과의 교유(交遊)를 특별히 중하게 여겼다. 맹상군이 식객을 후하게 대접한다는 소문이 나자 그의 영지(領地) 설(薛)지역엔 항상 사람들이 넘쳐났다. 훗날 사마천은 “맹상군은 천하의 인재와 협객, 모사꾼까지 불러 모았으니 설(薛)로 이주한 가구가 대략 6만호나 되었다”고 사기(史記) 열전(列傳)에 기술했다. 그리고 “맹상군이 객을 좋아하고 스스로 즐거워했다고 하니 그의 이름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사자성어의 유래다.

세인들은 왜 숱한 작곡가 중에서도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가장 위대한 음악가 반열에 올리고 악성(樂聖)이나 신동·천재란 수식(修飾)을 붙일까. 이름값을 하기 때문일 게다. 필자도 베토벤과 모차르트 음악은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다른 작곡가 음악에 대해선 호불호가 분명하다. 소설가 박완서의 작품도 눈을 감고 골라도 실망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믿고 본다. 문체는 날렵하고 이야기는 생동성 넘친다. 인간의 속내를 후벼 저급한 욕망과 위선을 까발리는 직정(直情)도 박완서만의 매력이다. 영화음악에선 ‘타이타닉’ ‘가을의 전설’ OST를 작곡한 제임스 호너와 ‘와호장룡’ ‘영웅’의 음악을 맡은 탄둔이 보증수표에 가깝다. 이들은 음악뿐 아니라 영화의 재미까지 담보한다.

평창 올림픽에서도 ‘명불허전’은 유효했다. 막판 스퍼트가 트레이드마크인 최민정은 17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1천500m 결승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국민에게 ‘사이다’를 선사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 역시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금메달을 땄다. 일본의 하뉴 유즈루도 피겨 남자 싱글에서 66년 만에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며 ‘피겨왕자’란 수식에 부응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밴쿠버의 김연아, 소치와 평창의 하뉴 등 동계 올림픽 3연속 금메달 제자를 배출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에선 숀 화이트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난도 높은 연기로 ‘스노보드 황제’의 귀환을 알렸고, 클로이 김은 1080도 공중회전을 선보이며 정상에 올랐다. 다들 이름값을 했다. 명불허전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모양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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