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린이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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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07:44  |  수정 2018-02-21 07:44  |  발행일 2018-02-21 제25면
[문화산책] 어린이 농부들
서종효 <청년농부>

어느덧 절기상 우수(雨水)가 지났다. ‘우수 뒤의 얼음같이’라는 속담처럼 겨우내 얼어있던 몸과 마음이 슬슬 녹기 시작했다. 논과 밭 또한 슬슬 녹기 시작한다. 기지개 켜고 슬슬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

어린이 농부들의 손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내가 수업을 하는 수성구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이다. 겨울 동안은 추운 날씨 탓에 원내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우수가 시작되고부터는 농장현장에 나와 수업을 진행하였다. 논과 밭이 있는 농장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녔다. 농촌의 좋은 공기와 봄내음을 맡고 살짝 녹은 흙을 만져보기도 하며 자연을 통째로 만끽하였다.

어린이 농부라고 농사를 지어서 작물을 판매하는 농부들이 아니다.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하는 것이다. 농사라는 행위는 자연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 흙과 식물을 만지며 느껴지는 촉각, 자연 속의 나무와 꽃을 보며 느끼는 시각, 식물 속에서 느끼는 피톤치드와 꽃내음은 후각, 농장에서 느끼는 벌, 새, 바람소리는 청각 그리고 직접 기른 농산물을 맛보는 미각이 있다.

어린이 농부들은 생명에 대한 존중심이 강해진다. 작고 딱딱해 보이는 씨앗에서 하얀 싹이 발아되는 현상은 큰 영감을 준다. 물을 주고 관심을 주면서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며 생명의 소중함도 느낀다. 초등학교 농부교실 시간에 있던 일이다. 이듬해 씨앗을 뿌려 7개월 동안 애지중지 키우던 밀이 사라져 버린 일이 있었다. 그 밀을 잃어버린 아이의 눈물이 그간의 사랑과 정성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말해주었다. 그 아이에게는 토마토 모종을 선물로 주어 달래주었다.

직접 수확의 기쁨을 맛본 아이들은 미각이 발달된다. 자기가 직접 기른 방울토마토의 맛을 본 아이들은 감탄을 멈추지 않는다. 어떤 아이들은 마트에서 산 것보다 더 맛있다고 말을 한다. 또한 오이를 싫어하던 아이는 오이 농사를 통해 오이를 먹게 되었다. 자기가 기른 것은 자기가 먹는다. 농사를 통해 채소를 먹을 수 있는 아이가 된다.

자연과 함께하는 어린이 농부들은 바른 인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시라는 공간은 자연으로부터 아이들을 멀어지게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그것을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번아웃키즈라는 말을 들었다. 번아웃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신선한 녹색바람을 불어주어야 한다. 문제를 풀고 머릿속에 주입하는 방식의 가르침이 아닌 자유로운 활동과 놀이를 통해서 배우는 어린이농부를 추천합니다. 서종효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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