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경산 180㎞ 4년간 통학…만 70세에 따낸 학사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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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08:15  |  수정 2018-02-21 08:15  |  발행일 2018-02-21 제29면
영남대 졸업 앞둔 김영자씨
괴산에서 車 부품회사 경영
“젊은 학생들도 자신감 갖길”
충북 괴산∼경산 180㎞ 4년간 통학…만 70세에 따낸 학사
충청도와 경상도를 4년간 통학하며 22일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는 만 70세의 김영자씨가 교정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주 특별한 만학도가 22일 졸업을 앞두고 있다. 만 70세의 김영자씨는 충청도와 경상도를 4년간 통학하며 영남대 경영학사 학위를 딴, 그야말로 ‘빛나는 졸업장’을 받게 됐다.

김씨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평소 생각을 몸소 보여준 만학도다. 김씨는 충북 괴산에서 자동차 부품기업 청성산업<주>을 운영하는 여성기업인이자 2014년 영남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늦깎이 대학생이다.

충북 괴산에서 경산 영남대까지는 180㎞가 넘는다. 자동차로 왕복 5시간 걸리는 거리다. 김씨는 평일에는 회사 기숙사 생활을 하며 야간 수업을 듣기 위해 괴산과 경산을 매일 오가며 학업과 일을 병행했고, 주말에는 청도에 있는 집에 머물렀다가 다시 월요일에 수업을 듣고 괴산으로 가는 생활을 4년 동안 했다.

김씨는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결석이나 지각 한 번 없었다. 장거리를 오가며 학업을 하느라 피곤할 법도 하지만,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다고 한다. 부지런히 공부만 한 것이 아니다. 손자뻘인 학생들과 어울리며 여느 20대 학생들처럼 대학 생활을 즐겼다. 1학년 때는 운문산 MT에 참가해 직접 음식을 해 학우들을 챙겼다. 학과 동기와 선후배들을 청도 집에 초대해 MT를 한 것도 두세 차례나 된다.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누님’이라고 부르며 따라주고 같이 어울렸어요. 교수님들께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죠. 날씨가 궂은 날이면 수업을 마치고 늦은 밤에 먼 거리를 운전하는 것을 항상 염려해주셨어요. 교수님과 학생들이 가족처럼 챙겨줘 4년 내내 너무나도 행복했어요.”

김씨는 항상 학업에 대한 미련은 있었지만 자녀 뒷바라지와 회사 운영을 하며 빠듯한 삶을 살다보니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에 대학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해 2014년 영남대에 입학하게 됐다.

김씨는 1985년 회사를 설립해 33년간 운영하면서 철저한 품질관리로 업계에서는 인정받는 기업가다.

“건강을 잘 유지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어려운 노인들을 모시고 같이 음식도 먹고 여행도 다니고 싶습니다. 가까운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젊은 학생들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고 꼭 도전하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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