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4자 필승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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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1   |  발행일 2018-02-21 제30면   |  수정 2018-02-21
4년후 대선 전초전인 地選
야권 사분오열로 與에 유리
영남지역 공략 충분히 가능
일자리·북핵 등 이슈 수두룩
野 해볼만해도 문제는 구도
[수요칼럼] ‘4자 필승론’의 추억
황태순 정치평론가

30년 전 1987년 12월16일 13대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그해 6·29 민주화선언으로 16년 만에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았다. 그리고 1노-3김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당시 야권에서 초미의 화두는 바로 김영삼(YS)-김대중(DJ) 후보단일화였다. 김종필(JP) 후보는 어차피 노태우 후보의 표를 깎아먹을 테니 YS와 DJ가 합치기만 하면 당선은 떼어 논 당상이었다.

이에 맞서 DJ진영에서 나온 논리가 바로 ‘4자 필승론’이다. 리틀DJ라 불리던 한화갑(전 민주당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영남은 노태우와 YS가 갈라 칠 것이고, 충청은 JP가 잠식한다. 그렇다면 호남이라는 철옹성이 버티고 있는 DJ가 승리한다는 논리다. DJ는 완주했다. 투표 결과는 노태우 37%, YS 28%, DJ 27%, JP 8%다. 야권은 뒤늦게 땅을 쳤다. 그럴 만도 한 것이 YS와 DJ의 득표율을 합치면 55%였으니 말이다.

1990년 노태우-YS-JP의 3당 합당이 있었다. 호남이 포위된 것이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DJ는 돌파구를 마련한다. YS진영에서 이탈한 꼬마민주당과 합쳤다. 그러나 실패했다. 1997년 대선에서 DJ는 원조보수인 JP, 그리고 민자당에서 이탈한 TK와 뭉쳤다. IMF환란에 대한 책임 추궁 그리고 이회창과 이인제의 분열에 힘입어 38만 표 차의 신승을 거두고 집권한다.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를 두고 ‘4자 필승론’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5·9 조기대선의 데자뷔(기시감)다. 당시 중도 및 보수 진영에서는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 그리고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세 후보는 모두 출마했다. 대선 결과는 문재인 41.1%, 홍준표 24%, 안철수 21.4%, 유승민 6.8%, 심상정 6.2%였다. 굳이 진영을 나누어 계산해보면, 민주·진보 47.3% 대(對) 중도·보수 52.2%다.

이번 지방선거는 집권 1년을 넘긴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크다. 정치적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일정 부분 교두보를 확보해야 2년 후 21대 총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를 바탕으로 2022년 3월에 있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번 승부를 걸 수 있다. 즉 이번 지방선거는 앞으로 4년 후의 ‘정권교체냐 정권연장이냐’를 두고 벌이는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집권여당에 반가운 소식이 있다. 야권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눈엣가시 같던 국민의당은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쪼개졌다. 호남 대 비호남의 구도다. 안철수 전 대표를 축으로 한 비호남 세력은 유승민의 바른정당과 합쳤다. 이는 중도·보수진영을 자유한국당과 나누는 결과를 초래했다. 집권여당으로서는 불감청고소원의 구도가 펼쳐진 것이다.

현재의 선거구도와 분위기에서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에는 핑크빛이다.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영남지역도 해볼 만하다. 부산과 경남은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고 본다. 남은 지역은 대구와 경북 정도다. 그렇게만 된다면 보수의 아성인 TK를 완전히 고립시키고 전국정당으로 가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이야말로 민주·진보진영의 숙원이 달성되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구도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야당으로서도 정말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선거의 3대 요소인 구도·인물·이슈 중에서 인물은 여야 간 대동소이하다. 이슈는 오히려 야권에 유리하다. 문재인정부 1년에 대한 평가, 그것도 일자리, 최저임금, 안보, 북핵 등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구도다. 야권이 쪼개져 있는 상태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지금 홍준표의 자유한국당과 안철수·유승민의 바른미래당은 서로를 소 닭 보듯 한다. 4자 대결구도는 여당에는 필승, 야권에는 필패의 구도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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