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펜스 강경행보 부담…‘만나봤자 실익없다’판단한 듯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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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  발행일 2018-02-22 제5면   |  수정 2018-02-22
‘펜스-김여정 회담’ 불발 배경은
20180222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비밀리에 성사됐으나 북한 측이 회담 직전 이를 취소해 불발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평창 동계올림픽 방한 당시 만날 계획이었으나, 북한 측의 막판 취소로 불발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북미 간 회담 논의는 북측의 제의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 그와 만나길 원했고, 한국 정부의 중재로 회담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펜스 부통령·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표·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북측에서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뤄질 예정이던 회담은 북한이 만남 2시간 전에 취소 통보를 해오면서 결국 무산됐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천안함 기념관 방문 등 본 뒤
만남 2시간전에 일방적 통보
쉽잖은 北美대화 앞날 보여줘
靑 “확인해 줄 사안 많지 않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현재까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남북 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나 한국과 미국 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다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양해드린다”며 “현재로선 보도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은 북한이 막판에 미국과의 회담을 취소한 이유를 펜스 부통령의 방한 행보와 연결짓고 있다.

WP는 펜스 부통령이 9일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하고,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전개 등 압박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온 시점에 회담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제재 이완을 노리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 입장에선 강경한 태도의 펜스 부통령을 만나봤자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은)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처음에는 (북한이 회담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는데 미국의 태도가 예상보다 강경하기 때문에 펜스 부통령으로부터 훈계만 듣는 만남은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에 양측 만남의 불발이 드러나면서 북미 간 탐색적 수준을 넘는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때문에 우리 정부가 바라는 대로 3월 내에 북미 간에 대화 흐름이 생기기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풀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해 아직은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을 갖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탐색적 대화는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비핵화라는 목표를 정하고 만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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