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銀하게 이끈 맏형 이승훈…든든하게 받친 신예 정재원·김민석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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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  발행일 2018-02-22 제15면   |  수정 2018-02-22
男 빙속 팀추월 은메달
이승훈 2연속 팀추월 2위 견인
3개대회 연속 메달 획득 쾌거
4개째 메달로 역대 아시아 최다
주종목 매스스타트서 金 정조준
실력·패기로 무장한 십대 듀오
간절하게 뛰겠다던 약속 지켜
銀銀하게 이끈 맏형 이승훈…든든하게 받친 신예 정재원·김민석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 이승훈(흰색), 김민석(노란색), 정재원(빨간색)이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이번 은메달 획득으로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 수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세 번째 출전 만에 이뤄낸 성과라서 더욱 값지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팀추월 종목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 때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남녀 대표팀을 처음 출전시켰다. 당시 한국은 남자팀은 5위, 여자부 8위에 그치며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한국 빙상계는 이때 팀추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4년 뒤 2014 소치올림픽을 목표로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을 새로운 전략종목으로 삼고 준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이승훈이 있었다.

빙상계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이승훈을 중심으로 주형준·김철민 등 팀추월 3인방을 육성했다. 이들은 2014 소치올림픽에서 진짜 일을 내버렸다. 네덜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종목에서 두 번째 출전 만에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팀추월 메달 획득 국가라는 타이틀까지 차지하게 됐다.

이승훈의 책임감은 더욱 막중해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승훈과 함께할 정재원은 고등학생이고 김민석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만 19세다. 하지만 실력과 패기로 무장한 정재원과 김민석이 올림픽이 개막하기도 전에 오히려 당찬 각오를 밝혀 주목을 끌었다. 정재원은 “처음이지만 4년 후 다시 기회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민석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고 국민들의 응원을 받을 생각을 하니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장거리 레전드 출신 밥 데용 대표팀 코치도 10대 에이스들에게 기대감을 표했다. 밥 데용 코치는 “네덜란드 선수들과 비교해서도 뛰어난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다. 팀추월 등에서 메달권에 아주 가까이 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이들 3인방은 실제로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1차 대회 팀추월에서 3분40초20으로 노르웨이(3분41초48)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캘거리에서 열린 3차 대회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4차 대회에서는 7위에 머물며 주춤하기도 했다. 우려가 컸지만 선수 개개인이 올림픽 개막 후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승훈은 11일 5천m 5위에 이어 15일에는 1만m에서 4위에 올랐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두 종목 모두 기대 이상의 기록을 냈다. 김민석은 깜짝 메달의 주인공이다. 13일 남자 1천500m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 1분44초01), 파트릭 루스트(네덜란드, 1분44초86)에 이어 골인해 동메달을 땄다. 이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따낸 것은 김민석이 처음이다. 팀추월 3인방이 기세등등한 상태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동생들을 이끌어준 맏형 이승훈의 정신력에도 찬사를 보낼 만하다. 5천m와 1만m, 팀추월에 매스스타트까지 출전하는 이승훈이 이번 올림픽에서 약 3만7천400m를 주행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988년생으로 만 30세인 이승훈은 체력이 중요한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노장에 속하는 나이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전성기 시절에 비해 도리어 더 좋아진 기록으로 그를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줬다.

이승훈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총 4개째 메달을 확보해 아시아 선수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아시아 선수로는 이승훈을 필두로 이상화(금2·은1), 고다이라 나오(금1·은2), 시미즈 히로야스(은2·동1), 예차오보(은2 동1) 등을 비롯해 평창에서 메달 3개를 확보한 다카기 미호(일본) 등이 올림픽에서 나란히 3개의 메달을 따냈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 팀추월에서 메달을 얻어 모두 4개로 가장 많은 메달을 쌓았다. 또 이승훈은 아시아 남자선수 최초로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메달도 획득했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5천m 은메달과 1만m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이제 매스스타트 금메달에 정조준한다. 세계 스피드스케이팅계는 물론 암흑세계에서도 이미 이승훈이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 도박사이트에 따르면 이승훈의 매스스타트 우승시 배당률은 3.5배로 출전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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