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정치인의 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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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  발행일 2018-02-22 제30면   |  수정 2018-02-22
정치인이 가진 세 가지 고질
가슴둘레보다 큰 배의 둘레
만능 해결사 착각 슈퍼맨병
카메라에 사활 거는 밝힘증
[차명진의 정치풍경] 정치인의 직업병

정치인에게는 3가지 고질적인 직업병이 있습니다. 하나, 고도비만증. 대부분의 정치인은 배둘레가 가슴둘레보다 큽니다. 국민은 그 모습이 자기들만 잘 먹고 잘 사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유권자가 직접 권하는 술을 거절하는 결례(!)를 범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한두 잔씩 받아 마시다 보면 어느덧 내가 술을 먹었는지 아니면 술이 나를 먹었는지 모를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성실한(?) 정치인일수록 배가 불룩 튀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둘, 슈퍼맨병. 국회의원의 질문에 공무원이나 장관은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라고 답합니다. 의원의 한마디에 꽉 막혀 있던 일도 순식간에 처리되곤 합니다. 행사 주최자들은 의원님의 격려사를 듣기 위해 안달입니다. 어느 순간 착각이 시작됩니다. ‘이놈의 나라는 내가 나서야 돌아가게 되어 있어, 나는 나라를 구하라는 소명을 타고난 게 틀림없어.’ 오지랖 넓게 경찰서장을 제치고 수사를 지휘한다든가 남의 집안문제 해결사를 자처한다든가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셋, 카메라 밝힘증. 대통령까지 출마했던 P씨에 대한 일화입니다. 초선의원 시절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동료의원에게 “제가 오후에 지역 행사가 있어서 먼저 질의하겠습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P의원이 오후에도 이석을 안 하더라는 겁니다. “행사 안 가요?”라고 물었더니 “아, 취소됐습니다”라고 답하더랍니다. 방송사 카메라가 오전에만 촬영을 하고 오후에는 편집 때문에 철수한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유권자들은 자기가 뽑은 국회의원이 중앙무대에서 폼 나게 활약하길 기대하는데 300명의 경쟁자 속에서 홀로 빛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은 카메라에 사활을 걸고 달려듭니다.

서울시장을 노리는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이 본의 아니게 평창올림픽에서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를 구분 못하는 사람으로 등극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참석해 준 거다”라는 박 의원의 해명 덕분에 파문이 가라앉았지만 다른 정치인이었다면 직업병의 발로라고 비난을 받았을 겁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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