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한국 쇼트트랙 ‘콜드데이’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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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3   |  발행일 2018-02-23 제3면   |  수정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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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한국 황대헌이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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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넘어진 대한민국 심석희와 최민정이 서로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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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의 임효준이 레이스 도중 넘어져 보호벽에 부딪히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골든 데이’를 노렸던 한국 쇼트트랙이 ‘노골드’에 그쳤다. 한국선수단은 이날 열린 여자 1천m와 남자 500m, 남자 5천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노렸지만 남자 500m에서 황대헌·임효준이 은·동메달을 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기대를 모았던 여자 1천m에서는 심석희와 최민정이 동반 결승 진출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이 두 선수가 동시에 넘어지면서 노메달에 머물렀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1천m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은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이후 24년 만이다. 남자 계주 5천m에서도 경기 중반 임효준이 넘어지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절반의 부활을 일궈냈다. 4년전 소치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했던 남자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 개인전 전체 종목(1천500m 임효준 금메달, 1천m 서이라 동메달, 500m 황대헌 은메달·임효준 동메달)에서 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女 1000m
심석희·최민정이 함께 넘어져
24년만에 종목 노메달 아쉬움

▶男 5000m 계주
20여바퀴 남기고 임효준 넘어져
한바퀴 차이 극복 못하고 최하위

▶男 500m
中 우다징 질주에 1위 내줬지만
황대헌·임효준 4년 후 전망 밝혀


◆황대헌·임효준, 남자 쇼트트랙 절반의 부활

500m에서 중국 우다징의 독주는 강력했다. 황대헌과 임효준은 이날 남자 쇼트트랙 500m 결승서 중국의 우다징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황대헌은 39초854의 기록으로 2위, 임효준은 39초919의 기록으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황대헌·임효준은 레이스 시작 이후 점점 우다징과 격차가 벌어졌고, 끝내 따라잡지 못했다. 남자 쇼트트랙 500m는 한국 남자 대표팀에 늘 쉽지 않은 경기였다.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채치훈이 금메달을 딴 이후 금계보를 24년째 잇지 못했고, 이번에도 결국 금 획득에 실패했다. 한때 한국 남자 쇼트트랙을 이끌던 안현수도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고, 다음 대회인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성시백이 은메달을 챙기며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황대헌과 임효준은 5천m 계주 돌입 직전 500m 결승에서 나란히 2·3위로 골인하면서 남자 쇼트트랙 개인 전 종목에 걸쳐서 메달을 확보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4년전 소치올림픽 노메달의 굴욕을 말끔히 씻고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게다가 역대 한국 쇼트트랙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자 500m에서 두 개의 메달을 동시에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임효준은 이 메달로 이번 올림픽에서 금 1개와 동 1개를 챙기게 됐다.

500m에서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차지한 황대헌에 관심이 쏠린다. 황대헌은 원래 역대 최강 전력이라고 자부하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은 선수였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황대헌에게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첫 1천500m 결승에서는 넘어지며 눈앞에서 메달을 놓치는 아픔을 겪었다. 두 번째 1천m 레이스에선 준준결승에서 우리 선수 3명이 함께 뛴 대진 불운 속에 결승 지점 앞에서 넘어져 실격됐다. 두 번 넘어진 황대헌은 훌훌 털고 일어섰고, 세 번째 도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누렸다.

◆여자 1천m 충격의 노메달

1천m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여자 대표팀은 노메달의 굴욕을 맛봐야 했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1천m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은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이후 24년 만이다. 사실 여자 대표팀의 ‘쌍두마차’ 심석희·최민정은 이날 결승전에 동반진출하면서 금메달 가능성은 더욱 고조됐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났다. 두 선수는 결승전 마지막 바퀴에서 서로 부딪쳤다. 동시에 넘어진 심석희와 최민정은 끝내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이날 충돌로 최민정은 3관왕의 꿈이 깨졌고, 심석희는 개인전 금메달 기회를 날렸다. 최악의 결과였다. 사고는 9바퀴를 도는 레이스 마지막 바퀴에서 벌어졌다. 하위권에서 틈을 노리던 최민정이 속도를 붙이고 코너를 도는 과정에서 3위로 달리던 심석희와 엉키면서 동시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한국 선수 2명이 탈락하면서 금메달은 네덜란드의 쉬자나 스휠팅(1분29초778)이 차지했고, 킴 부탱(캐나다·1분29초956)이 은메달,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1분30초656)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석희는 결승을 마친 뒤 올림픽 방송(OBS)과의 인터뷰에서 “레이스의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 겹치면서 충돌이 일어났고, 그러면서 넘어졌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서 경기했다. 열심히 준비한 평창올림픽이 오늘 경기를 끝으로 마무리되니 아쉬움도 크고,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다는 생각도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3관왕 도전이 무산된 최민정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경기장을 나갔다.

◆5천m 계주 아쉬운 결말

지난 10일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임효준은 “남자 대표팀의 궁극적인 목표는 12년 만에 올림픽 남자 계주 금메달을 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남자대표팀의 5천m 계주 우승의지는 강력했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황대헌·임효준이 500m에서 나란이 은·동을 캐내면서 남자대표팀은 즐거운 마음으로 계주 5천m 레이스에 올랐다. 선수들은 레이스 초반 선두에서 출발한 후 중국에 이어 2위 자리에서 중반까지 레이스를 이어갔다. 하지만 20여 바퀴를 남기고 임효준이 넘어지고 말았다. 터치에 시간이 지체된 후 힘껏 쫓아가 봤지만, 차이가 이미 앞 팀과 한 바퀴 가까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결국 대표팀은 간격을 좁히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빙판위의 독재자’로 통할 만큼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여자계주와는 달리 남자계주는 유독 약한 면모를 보여왔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12년째 금맥을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면서 금 획득은 다음 대회인 베이징올림픽에서 기약하게 됐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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