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 개방 놓고 학교·주민 잇단 갈등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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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3 07:53  |  수정 2018-02-23 07:53  |  발행일 2018-02-23 제9면
“시설부족” “사고·범죄우려” 대립
“학생 학업·안전 우선해 조율해야”

[구미] 체육관 등 학교 시설 개방 여부를 둘러싸고 주민과 학교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주민은 “스포츠 공간이 부족하다”며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학교는 쓰레기 투기·기물 파손·성범죄 등을 우려해 난색이다.

◆멧돼지 출몰 체육관 문 잠갔더니…

구미산단 안에 있는 A초등은 얼마 전 학교 시설 개방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 학생 안전을 위해 학교 문을 잠갔다가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말 처음 불거졌다. 야간에 멧돼지 여러 마리가 학교에 모습을 드러낸 것. A초등 주변엔 크고 작은 산이 많다. 학교가 산과 산 사이 연결통로 역할을 하기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한다. 다행히 학생들이 없는 야간이어서 피해는 없었지만 학부모·학교 관계자들이 크게 놀랐다. A초등 교장은 학생·교사 안전을 위해 다목적 강당 등 학교시설 개방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자 평소 이 학교 강당을 빌려쓰는 배드민턴 동호회원들이 발끈했다. 사용료를 내고 이용하는 시설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막았다는 이유다. 배드민턴 동호회원들은 교장실을 찾아가 항의했다. 교육청에도 민원을 넣었다. 결국 교육청·학부모 중재로 합의는 이뤄졌으나 동호회와 학교 간 앙금은 남아있다. 학교 측은 “학생 안전에 위협을 주면서까지 학교 시설을 개방할 순 없다”고 했다.

◆쓰레기 투기…야간 경비원 ‘몸살’

구미시내 한 초등학교 경비원인 C씨는 체육관 이용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야간이나 휴식시간에도 이용객이 불쑥 찾아와 갖은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배드민턴·테니스·축구동호회에 체육 시설을 빌려주고 있다. 하지만 대관이 주로 야간·주말에 이뤄져 경비원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일부 동호회원들은 체육관 주변에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있다. 이를 치우는 것은 온전히 C씨 몫이다. 그는 “야간 휴식시간이 보장돼 있는 데도 동호회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니 쉴 수가 없다”면서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어지럽히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외부인 무단침입 범죄 우려도 학교측이 시설 개방을 꺼리는 이유다. 이 학교 D교장은 “학교 체육관·다목적 강당이 대부분 학교 건물과 연결돼 있어 성범죄에도 노출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엄연히 이용할 권리 있다”

통상 학교 체육시설은 민간 시설보다 이용료가 저렴해 실제 많은 주민이 찾고 있다. 지자체도 학교 시설의 적극적인 이용을 권하고 있다. 최근엔 지자체가 예산을 부담해 학교 다목적 강당을 짓는 경우도 많다. 주민 E씨는 “학교 시설의 경우 학생이 우선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지역 주민도 이용할 권리가 있다”면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건물의 화장실 대신 학교 밖 상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체육시설을 시간에 따라 공유한다면 소비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사회 공동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학생 학업·안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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