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화에 심어 놓은 추사의 정치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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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4   |  발행일 2018-02-24 제20면   |  수정 2018-02-24
추사난화
난화에 심어 놓은 추사의 정치
이성현 지음/ 들녘/ 472쪽/ 3만5천원

조선 말기의 세도정치 하에서 정적의 서슬 퍼런 감시를 따돌리고 눈 밝은 개혁동지를 규합해 시대의 모순을 혁파하고자 한 추사 김정희. 그는 난화(蘭畵) 속에 난화(蘭話)를 심어두어 뜻을 전달하려 하였다. 교묘한 유도로(誘導路)를 설계해 세도가와 고루한 주자성리학 쟁이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고, 자신의 의중을 알아챈 선비들로 하여금 나라 바로 세우는 일에 나서도록 심혈을 기울여 난을 쳐냈다.

추사의 난향을 온전히 음미하기 위해서는 난의 향이란 본래 어떠한 것이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화지(畵紙)에 쓰인 글귀만을 좇다가 막혀 억지 향기를 쥐어짜내지 말고, 추사가 추구했던 정치사상의 핵심이 어디서부터 발원하는지 더듬어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추사의 대표작 ‘불이선란(佛二禪蘭)’을 중심에 놓고, 그 밖의 난화와 여러 선비문예 작품을 하나하나 들춰가며 조선의 개혁정치가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읽어낸다. 이를 통해 추사와 그의 작품에 대한 현대 주류 미술사가들의 해설이, 마치 조선후기 추사의 정적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축소되어 있음을 밝혀낸다.

추사의 붓끝을 세밀히 따라가다 보면 ‘시경(詩經)’의 은유가 보이고, ‘대학(大學)’의 도가 드러나며, 곳곳에서 번득이는 ‘초사(楚辭)’와 ‘이소(離騷)’의 정신을 만나게 된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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