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치매치료제의 難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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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4   |  발행일 2018-02-24 제23면   |  수정 2018-02-24
[토요단상] 치매치료제의 難望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명절을 보내고 나면 치매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어난다. 아마 명절 때 부모님을 뵙고 나서 그들의 인지기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이 많이 걱정되기 때문인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치매치료제 개발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이 되고 있는지 묻곤 한다. 하지만 대답은 그다지 시원하지 않다. 오히려 절망적이다.

얼마 전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치매치료제 연구에서 전적으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약업계에 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일각에서는 예상된 수순이라고도 한다. 이전에도 거대 제약회사와 거액의 투자를 받은 벤처회사에서 시행된 수많은 연구가 줄줄이 실패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많은 후보물질들이 연구 중에 있지만 당사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부분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추구하는 목표는 원인물질이라고 알려진 신경세포내의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과 타우 단백질의 변성을 막는 데 있다.

일부 뇌과학자들은 이런 시도가 절반의 의미를 가지거나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기억과 정체성의 본질은 뇌세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 간 연결, 즉 ‘시냅스(synapse)’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뇌세포의 기능이 떨어진 이후에는 시냅스가 약해지거나 끊어져 있으므로, 백신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유발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다 해도 기억이나 정체성의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패의 과정에서 오히려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과학자들은 누적된 알츠하이머 환자와 정상인의 자료들을 다시 조사해보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이 사망했을 당시 뇌조직 소견에서 단백질의 변성으로 가득 찬 뇌세포를 많이 가지고서도 치매증상을 보이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런 비정상 단백질이 없으면서도 알츠하이머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역시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과학자들은 뇌세포 자체도 중요하지만, 시냅스를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치매증상이라고 부르는 것들, 기억력 감소와 정체성 붕괴와 같은 특성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냅스의 네트워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정상 단백질에 대한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냅스 연결을 잘 보존한 사람은 가벼운 증상을 보이거나 거의 정상인처럼 살아갈 수 있으며, 유전적 소인이 전혀 없더라도 시냅스 연결을 계속 잃어버리는 사람은 치매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냅스를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관건이며,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얽혀있다. 치매쪽으로 당기는 요인을 살펴보자. 먼저 술과 담배다. 알코올은 진정제이므로 술을 매일 취하도록 마신다면 시냅스는 활동을 억제당한다. 시냅스는 억제를 당할수록 가늘어지고 급기야는 연결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알코올의 대사물질과 담배는 독성물질로 뇌세포내의 유전자에 상처를 입힌다. 하루 종일 까라질 정도의 진정제나 수면제의 과도한 복용도 시냅스를 억제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 전문의를 통한 섬세한 투약 정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 않을 때 치매위험이 더 높아짐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기간 스트레스 역시 치매를 앞당길 수 있다.

이제 뇌를 정상 쪽으로 잡아당기는 요인을 살펴보자.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서도 치매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은 항상 두뇌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뇌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시냅스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운동 역시 시냅스를 연결하는 좋은 방법이다. 가볍게 걷는 행동일지라도 엄청나게 많은 뇌세포들이 반짝이면서 일을 한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근력을 잘 유지해야 한다. 낙상을 방지하고 큰 부상을 방지하는 데 근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낙상으로 골절이 생긴다면 오랫동안 누워서 지내야 하는데, 노인들은 이럴 때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지고 근력도 떨어져 악순환에 들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식습관은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줘 혈관성 치매를 예방해준다. 최환석 맑은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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