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비계산(飛鷄山 1,136m 경남 거창군, 합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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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2   |  발행일 2018-03-02 제38면   |  수정 2018-03-02
닭이 날아가는 형상 ‘飛鷄山’
삐죽삐죽 솟은 모양새, 닭 벼슬 더 닮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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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산 정상 직전의 철계단을 오르는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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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봉 방향으로 향하다 본 정상 부분과 오른쪽으로 보이는 오도산.

거창휴게소 바로 뒷산인 비계산을 오르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슬부슬 가랑비가 내린다. 오전까지 약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지나는 길에 논공휴게소에 들러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릴 겸 쉬어 가기로 한다. 마침 대구에서 출발해 거창 우두산 산행 계획이라는 지인들을 만났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비계산을 간다고 하니 우두산과 비계산 중간지점인 마장재로 오를 계획인데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해온다.

당초 계획은 거창휴게소 인근에 차를 세우고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코스였는데 제안을 받아들이면 종주 산행도 가능하겠다 싶어 흔쾌히 받아들인다.

각자 차로 거창휴게소에서 다시 만나 지인들의 차로 옮겨 탄다. 거창휴게소를 빠져나가면 곧 가조IC인데 우회전으로 온천지구인 가조면소재지를 벗어나 10여 분이면 우두산 고견사주차장이다. 주차장 위로 올라가면 정면에 고견사, 의상봉 이정표가 있고 오른쪽으로 계곡을 건너 물탱크 옆으로 마장재로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새로 정비를 계획 중인지 각종 기호를 적은 붉은색 리본이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있다. 여기서 마장재 능선까지는 1.6㎞. 계곡과 가까운 사면을 따라 오르다 작은 고갯마루를 만나 ‘우두산 상봉 1.75㎞, 마장재 1.1㎞’로 적은 이정표에서 마장재 방향으로 내려서서 계곡 길을 오른다.

가랑비 잦아들기 기다리다 지인 합류
마장재에 올라 무사산행 기원 산신제
민둥능선 억새군락·진달래·철쭉 빼곡

응달에 남은 얼음, 발 디딤 까다로워
정상부엔 거창·합천군서 세운 표석
오도산 미끈한 미녀봉 능선과 마주


소나무 숲 아래에 사철 마르지 않는다는 샘터를 만나 목을 축이고 주변을 돌아보니, 통통하게 부풀어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은 생강나무며 진달래가 눈에 찬다.

샘터를 지나면서부터 마장재까지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비는 그쳤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이 맞닿은 마장재에 오르니 몇 그루의 소나무가 서있고,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진달래와 철쭉이 민둥한 능선에 빼곡하다. 왼쪽은 우두산 2.0㎞, 오른쪽은 비계산 2.8㎞의 이정표가 있다. 지금까지 함께한 지인들은 마장재에서 한 해 동안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올리기 위해 자리를 잡는다. 비계산 방향으로 민둥한 봉우리를 넘으니 잠시 내리막이다가 그 아래 억새밭 사이에 넓은 헬기장을 만난다. 이곳에서 진행된 산신제를 잠시 지켜보고 헬기장을 벗어나는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녹아 질퍽거리고 미끄럽다. 진흙이다가 고도를 높여 1천m 높이부터는 얼음으로 바뀐다. 응달에 남아있는 약간의 얼음이지만 발 디딤이 까다롭다. 20분 정도 올라 작은 봉우리 위에 서니 지나온 마장재 뒤로 우두산과 의상봉 일대의 바위봉우리가 오뚝하다. 맑은 날이면 그 오른쪽의 가야산이 지척으로 보이고, 왼쪽으로는 지리산까지 조망되는 곳이지만 흐린데다 눈발까지 날리면서 조망은 없다.

바윗길이 잠시 이어지다가 긴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철계단을 내려서고도 경사가 심한 너덜지대를 지난다. 만만찮은 경사라 안부에서 쉬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자리 잡은 곳이 삼거리 갈림길이다. 지도상의 뒤들재다. ‘비계산 1.3㎞, 상수월 3.7㎞’의 이정표가 선 지점이다. 오른쪽은 상수월리를 지나 가조면소재지로 내려가는 길이다. 비계산에서 내려오는 몇 명의 산객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한다. “이쪽도 만만찮아요.” 화답으로 인사하고 길을 잇는다. 바윗길인 데다 가운데로 얼음이 얼어있는 길. 양발을 벌려 길 가장자리 턱을 밟고 걷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한참을 오른다. 20분 정도 오르니 비계산 주능선 중간쯤 되는 지점의 갈림길이다. 왼쪽은 비계산 정상, 오른쪽은 오전에 차를 세워둔 거창휴게소로 가는 갈림길이다. 비계산 정상까지 갔다가 여기까지 되돌아 나와야 한다. 정상까지는 800m. 바위봉우리를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구간이다. 계단을 한 번 내려서고 밧줄구간을 지나면 마지막으로 정상을 향한 긴 계단이 딱 버티고 있다. 계단을 올라 정상부에 가까워지면 수평으로 정상을 잇는 다리를 넘는다. 거창군에서 세운 높이 1천136m로 새긴 정상석이 있고, 진행 방향의 정면으로 50m 건너 봉우리에 또 하나의 표석이 있다. 합천군 숭산비운산악회에서 세운 1천125.7m의 표석이다. 이곳이 거창군과 합천군의 경계지점이고, 정상 최고 꼭짓점은 거창에서, 두 봉우리 중 경치가 좋은 곳은 합천 쪽에서 선점을 했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겠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오도산, 그 앞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운 여인의 모습인 미녀봉 능선이 미끈하다. 합천의 표석이 있는 봉우리에서 거창휴게소 방향의 길이 있는데 이 길은 당초 이곳으로 올라 정상을 지나 거창휴게소로 하산할 수 있는 코스다. 다시 되돌아 나와 비계산 800m로 적은 이정표까지 나오는 데 꼬박 1시간이 걸렸다.

거창휴게소 2.2㎞ 이정표를 보고 능선을 걷다가 지나온 정상을 되돌아보니 삐죽삐죽 솟구친 모양새가 닭의 벼슬을 닮았다. 어디서 보아야 닭이 날아가는 형상인 비계(飛鷄)로 보일지 계속 뒤돌아보며 걷는다. 300m를 지나니 ‘거창휴게소 1.9㎞, 돌탑 0.4㎞’로 적은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주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에 돌탑이 세워져 있어 돌탑봉이라 부르는데 돌탑봉까지 갔다가 역시 이곳까지 되돌아 나와야 한다. 곧장 휴게소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경사가 가파르긴 하지만 남쪽 사면이라 땅은 마르다 못해 먼지가 날릴 정도다.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잠시 내리막이겠지 싶던 길은 휴게소에 설치된 사과 조형물이 탁구공만 하게 보일 때부터 농구공 크기로 보일 때까지 줄곧 가파른 내리막이다. 무릎에 열이 나고 후끈거려 내리막에서 두 번이나 쉬어 걷는다. 마지막 휴게소 뒷문이 가까워져서야 잘록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일각사 오르는 시멘트 포장길에 내려서면 곧 거창휴게소 뒷문이다.

휴게소에 들러 세수도 하고 커피를 한잔하겠다고 건물로 들어서다가 어깨를 툭 치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쳤다. “여긴 어쩐 일이고”라며 인사를 하는 선배를 만났다. 산에 열심히 다니다 몇 해 전 교통사고를 당해 심하게 다치고는 아예 이곳에 자리 잡고 벌(양봉인지 토종인지?)을 키운다고 했다. 거창휴게소는 편의점처럼 이용하고, 오른쪽 뒷문에서 5분 거리에 집이 있다고 손을 끄는데, 먼지투성이의 몰골이라 따로 찾아뵙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아침에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도, 산행을 마친 후에도 이렇게 반가운 사람을 만나다니. 언제 날 잡아 산에 한번 가자고 하면 “미투~, 미투~ 할” 인연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고견사주차장-(40분)-마장재-(10분)-헬기장-(40분)-1천94m봉우리-(30분)-뒤들재-(30분)-1천106m봉우리 갈림길-(30분)-정상-(25분)-1천106m봉우리 갈림길-(15분)-거창휴게소 갈림길-(50분)-거창휴게소

비계산은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휴게소 뒤로 보이는 산이며 거창휴게소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내려오는 코스를 잡아도 되고 비계산, 우두산을 연결해 산행을 해도 하루 산행이 가능하다. 소개한 코스는 차편만 해결된다면 마장재로 완만하게 올라 비계산까지 종주산행도 가능하다. 거창휴게소를 중심으로 원점회귀 산행은 약 5.5㎞로 약 3시간30분이 소요되고, 고견사주차장에서 출발해 소개한 코스를 따르면 약 8㎞로 약 5시간이 걸린다.

☞ 교통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휴게소를 지나 가조IC에서 내린 뒤 우회전으로 약 500m를 간다. 고견사, 우두산 방향으로 우회전해 4㎞를 더 가면 고견사 주차장이 나온다. 거창휴게소를 중심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하려면 거창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오른쪽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다.

☞내비게이션: 경남 거창군 가조면 수월리 산 19-2(고견사주차장)

인터넷뉴스팀기자 ynnew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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