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출산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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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6 08:01  |  수정 2018-03-06 08:01  |  발행일 2018-03-06 제21면
임신부 감기엔 ‘궁소산’…원활한 모유 수유엔‘통유탕’
“산전·산중·산후로 나눠 시기에 맞게 처방
달생산, 임신 마지막 달 복용…순산에 도움
생화탕, 출산 후 바로 먹으면 부기 빨리 빠져
초유수유 끝나면 산후조리약으로 어혈 제거”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출산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생명이며 또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 될 것이다. 그 작업은 생명을 가지기 전부터 시작해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이 세상으로 나올 때까지 매 순간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오늘은 한의학 속에 담겨 있는 그 정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한의학의 수많은 저서 중 일반인에게 가장 유명한 책이 ‘동의보감’일 것이다. 동의보감의 내용을 보면 부인과에 관계된 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임신과 관계한 부분은 ‘산전(産前)’ ‘산중(産中)’ ‘산후(産後)’로 나눠진다.

산전은 아기를 갖기 위해 날을 받은 후 몸을 만드는 과정으로 피를 보하고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자궁을 안정시키는 방법이 적혀 있다. 산중은 자궁을 안정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며, 임부에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아기의 상태를 생각해 치료할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임신 2개월쯤 되었을 때 입덧이 심할 경우 쓰는 약은 5일 정도 먹으면 많은 호전을 보이며, 임부가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궁소산’은 아주 유명한 처방이다.

출산을 앞두었을 때가 상당히 중요한데, 그 준비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달생산’은 젊은 임부들은 잘 모르긴 하지만 예전에는 많이 쓰였던 처방으로 출산 예정일을 한 달 정도 남겼을 때 먹으면 태반을 정리하여 순산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슬이 맺혔을 때 미리 준비해 둔 ‘불수산’이나 ‘단녹용탕’을 하루치 먹으면 출산할 때 지치지 않고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 해준다.

출산 후 바로 이틀 정도 복용하는 ‘생화탕’은 부기를 빠르게 빼는 것으로 유명하다. 원활한 모유수유를 위해 족발로 만드는 ‘통유탕’은 오래전부터 많이 쓰이고 있는 처방에 들어간다.

초유 수유가 끝나고 난 후 산후조리약을 쓰게 된다. 출산으로 대량의 피를 잃은 것을 채워주고 오로를 빼주며, 어혈을 제거하여 순환을 회복시킨다. 산후에 불어난 체중이 빠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어혈로 인해 순환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 산후조리약을 많이 처방한다.

이렇게 시기마다 처방들이 있는 이유는 그 어떤 일보다도 한 생명이 제대로 태어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건강한 출산을 위해 동양에서만 내려오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태교다. 물론 서양에서도 아기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거나 체조 등을 하기도 하지만 동양의 태교와 의미를 달리한다. 요즘은 서양의 영향을 받아 태교가 머리 좋은 아기를 낳기 위한 것으로 변형된 느낌이 있는데, 원래 태교는 건강한 출산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태교는 임신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아기를 갖기 위해 준비하는 마음부터 태교에 들어간다. 이는 어머니의 마음을 아기에게 전달하는 것이며, 아기의 상태가 어머니에게 느낌으로 전해져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이라는 공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아기는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얼마 전에 발생한 지진처럼 그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사람들이 불안에 떨듯 자궁이라는 세상에서는 어머니의 몸과 마음이 온전치 않으면 아기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어머니가 편안하지 않으면 자궁 안에서 아기는 본능적으로 불안함을 가지게 되고 이는 태어나서 나옴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게 만든다.

쉽게 다시 설명하면 편안하다면 어떤 상황이든 대처를 긍정적으로 할 수 있는데, 불안하다면 이는 곧 아기에게 태어남과 동시에 갑자기 마주하게 된 세상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경증(驚症)-잘 놀라는 것’을 일으키는 것이다.

태교는 미리 준비돼 있는 어머니가 자신이 뱃속에 품고 있는 아기에 대한 사랑을 편안한 마음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함과 포근함만을 가진 모성의 사랑은 아기에게 세상에 태어날 때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불안함을 없애 경증을 이길 수 있게 한다. 또한 한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어미의 사랑을 이때 본능적으로 마음에 새기게 되는 것이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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