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한국외교,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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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7   |  발행일 2018-03-07 제31면   |  수정 2018-03-07
[영남시론] 한국외교,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보수정권과 진보정권 간 정권교체와 그에 따르는 적폐청산과 사정정국 같은 국내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나타나고 있는 정치적 포퓰리즘과 극단적 진영 논리로 인한 정치갈등 상황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의 급박한 흐름에 비하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내정치의 갈등 상황은 심각해도 어떻게든 수습할 방도가 있고 정 안 되면 정권교체를 통해 복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정세와 국가안보는 한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한번 훼손되면 복구하기 어렵다.

‘Back to the Basic(근본으로 돌아가라)’이란 명제는 국내 정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국제외교 무대에서야말로 ‘근본으로 돌아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제정치에서 견지해야 할 근본은 다음의 두 가지다. 첫째, 우리의 적은 누구이고 우리의 편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적을 먼저 규정하고 편을 규정해야 한다. 국제정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므로 살아남으려면 ‘편’ 이전에 ‘적’의 존재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이 먼저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편도 선명해진다는 뜻이다.

둘째, 현실가능성이다. 국제 정치세계는 도덕과 윤리로 이루어진 당위의 세계가 아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 그것도 안 되면 차악이라도 찾아내야 하는 냉혹한 세계이고, 길이 없으면 길을 내어야 하는 현실의 세계이다. 외교관을 “직업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정직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연 우리 대한민국은 이 두 가지 근본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적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적은 미국인가, 일본인가? 아니면 북한이고 중국인가? 나는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고 가상적은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6·25전쟁을 일으킨 북한과 그 북한을 지원해 우리나라를 침략한 중국을 생각하면 자명하다. 지금의 불안정한 정전체제가 북한과 중국과 미국 간 휴전협정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같은 규정, 즉 ‘북한은 주적, 중국은 가상적’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편은 누구인가? 북한과 중국에 대항하는 나라는 모두 대한민국의 편이다. 6·25전쟁에서 북한·중국과 직접 전쟁을 치렀던 미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당시 군을 직접 파견한 16개 국가와 의료·경제 지원을 해준 모든 국가가 우리의 편이다. 일본도 그중 한 나라다.

68년 전 6·25전쟁 당시의 국제정치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는가? 그렇다면 적과 편의 구분도 바꿔야 한다. 그러나 많은 외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본구도가 바뀐 것이 아니라면, 다시 말해 북한은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을 전복해 적화시키려 하고 있고, 중국은 바로 그런 북한을 여전히 피를 나눈 동맹국으로 후원, 보위하고 있다면 우리는 북한을 주적으로 중국을 가상적으로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과 중국은 우리의 적이고 미국과 일본은 우리의 친구다. 문재인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외교적 어려움의 대부분은 바로 이 같은 근본문제에 대한 확고한 인식 부재에 기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외교가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둘째 논점인 현실주의 문제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북한의 선의를 기대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북핵을 폐기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압박과 제재를 통해 포기시킬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입장이다. 문재인정부는 과연 제재와 압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 아니면 북한의 선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 많은 국민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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