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대구은행 제1·제2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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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9   |  발행일 2018-03-09 제40면   |  수정 2018-03-09
중앙로·수성동·칠성동 시대…대구 도시축 50년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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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동 제1본점은 1985년에 건립되어 30여 년간 대구의 랜드마크 건축물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18층 규모의 이 건물은 지금은 리모델링 과정 중으로 곧 새로운 건축물로 다시 태어난다. 수성동 제1본점의 조감도(위). 칠성동 제2본점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2016년 4월 준공됐다. 지상 10층 규모에 갤러리, 북카페, 오디토리엄, 체육관, 문화센터를 갖춰 지역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도권 은행제도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으로 나뉜다. 일반은행을 세분하면 6개의 시중은행과 5개의 특수은행, 6개의 지방은행, 4개의 비은행 금융기관 그리고 외국은행 지점으로 나눌 수 있다. 대구은행은 국내 6개 지방 은행 중 최초의 지방은행이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은행제도가 도입된 것은 개항 2년 뒤인 1878년 부산에 일본의 제일은행 지점을 개설하면서부터다. 민족자본에 의한 은행은 1897년의 한성은행(옛 조흥은행)에 이어 1899년의 대한천일은행(옛 상업은행)이 설립되었다.

1967년 탄생, 반세기동안 대구 상징적 건축물
1본점 30년간 랜드마크…리모델링 후 새 도약
2본점 준공…‘컬처 플랫폼’복합문화공간 조성
체육관·갤러리 북카페·오디토리엄·문화센터


◆랜드마크 건축물

1967년에 탄생한 대구은행은 반세기 동안 대구 이력을 상징하는 지방은행이었다. 지방은행은 그 지역 도시의 경제적 명암을 반영하는 바로미터이며 은행건축은 도시 위상과 대표성을 가지는 상징적 건축물이다. 은행건물이 곧 랜드마크가 되는 경우는 많다. 세계적으로 은행건축은 고층화·상징화되어 있다. 홍콩의 상하이뱅크(HSBC)는 노만포스트가 설계한 하이테크건축의 대명사로 유명하며 싱가포르, 상하이 푸동지구의 초고층 건물들, 금융거리이기도 하지만 와이탄 거리 건축은 거의가 은행건물이다.

◆중앙로, 창립 당시 본점건물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지난해부터 대구은행 본점건물이 2개가 되었다. 2017년 칠성동 제2본점이 준공되면서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대구은행 본점으로 불렸던 수성동 건물은 제1본점으로 현재 리노베이션 중이다. 수성동 제1본점 이전의 창립 당시 본점건물은 중앙로네거리의 10층 건물이었다. 지금은 중앙로 지점인 이 건물이 50년의 세월을 지키고 있지만 지금은 그 세가 약화되었다. 과거 도시의 대표적 번화가였던 중앙로네거리 모퉁이에는 대구은행, 로얄호텔, 미도백화점 등 당시 최고 고층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대 도시의 변화 속에서 50년 세월의 건축은 건축적 가치에 따라서는 근대건축으로 분류되어서 보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으로 재탄생한 옛 상업은행 건물은 1976년 세워진 42년 전 건물이었고 대구콘서트하우스로 재탄생한 대구시민회관은 1975년 건립되었기에 50년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도시의 맥락과 건축적 가치에 따라서 보존이 결정되지만 비싼 땅에 있는 도심빌딩은 상업적 가치에 따라서 그 존폐가 결정되기에 운명을 예측할 수 없다.

◆수성동 제1본점

수성동 제1본점은 1985년에 건립되어 30여 년간 대구의 대표 건축으로 자리매김했다. 18층 규모의 사옥은 건립 당시 지역 최고높이 건축으로서의 위용과 현대 건축의 품위를 보여줬다. 현재 리모델링 과정이라 곧 새 시대의 건축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건축의 콘셉트는 포디엄 앤 타워다. 포디엄(podium)은 시민과 직접 소통하는 저층부의 영업공간이고 타워(tower)는 고층건축 위상을 표현하며 업무 수행의 사무공간이다. 저층과 고층의 하모니를 이루는 결합이다. 포디엄은 타워 하부를 관통하는 필로티 구조로서 타워매스와 경쾌하게 분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나서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아야 하는 디자인이 도시 경관으로서의 건축적 가치다.

◆칠성동 제2본점

칠성동 제2본점은 2013년 12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6년 4월 준공하였다. 지하 3층, 지상 10층, 연면적 3만7천55㎡(1만1천300평) 규모다. 건축은 컬처 플랫폼으로 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지하의 체육관, 1층 로비에는 영업장 갤러리 북카페, 2층과 3층에는 423석의 오디토리엄, 4층에는 문화센터가 계획되어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5~9층은 업무공간, 10층은 옥상정원으로 조성되었다. 2016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 최우수상과 제25회 대구시 건축상 금상을 수상했다. 중앙로(창립) 수성동(제1본점) 칠성동(제2본점)의 위치성은 도시의 변화와 번영, 도시축(axis)의 이동과 함께해 왔다. 건물의 배치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방형 프랙탈(fractal) 질서를 이루고 있다. 부분 부분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곧 전체와 닮은 형태를 하고 있다. 자체 유사성이다. 정방형에 가까운 땅에 배치된 건물은 반듯한 정방형이다. 건축 안에는 지속성 일관성 영속성이 내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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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면(facade) 역시 프랙탈의 연속으로 동서남북 4면이 사각형 정방형 매스의 반복이다. 건물 하부 네 개의 견고한 포디엄(독립된 건축물)이 하나의 건물(Glass Mass)을 받치고 있다. 금속스크린이 내장된 오카데크 유리는 하이테크 건축의 산물이다. 내부에서 밖을 보면 나타나는 미세한 타공 스크린은 외부 자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이다. 기하학적 프레임의 유리박스 건축은 밤이 되면 은은한 조선백자처럼 나타난다. 희망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 뚜껑을 열면 우윳빛 달이 도시에 떠오를 듯한 느낌이다.

전체적 개념은 비워진 공간을 중심으로 채워진 기능공간이 둘러싸고 있다. 건축에서 유일한 곡선은 로비 상부를 지배하는 우드 색상의 강렬한 오디토리엄의 하부 매스다. 2~3층에 걸쳐있는 오디토리엄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의 핵이다. 5개 층의 상부 코트공간은 오픈 스페이스다. 닫힘에서 열림으로, 채워짐에서 비워짐으로, 불투명에서 투명으로의 전환이다.

은행 건축도 공공성의 건축이고 열린 시설기능이 되어야 하는 시대다. 1층 로비공간은 과거의 영업장 대기실만이 아닌 카페 갤러리가 있다. 그러나 로비공간을 지배하는 안내 프런트 눈길 앞에서 시민들은 생소해지고 작아지는 느낌이다. 엄격하지 않고 편안한 공간이면 좋겠다.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요 반영이다. 시대의 건축은 불확실한 미래에까지 지속가능성을 가지며 생명력을 유지하여야 한다. 대구은행 본점 건축이 그러하리라 기대한다.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한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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