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제4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 동상 강경숙씨 가족 수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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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2 07:43  |  수정 2018-03-19 08:02  |  발행일 2018-03-12 제18면
“잔소리 대신 함께 요리하며 자연스레 편식습관 고쳐”
가족에 맞는 밥상머리실천지침 만들어
증조할머니 댁 방문·요리대회도 참여
20180312

강경숙씨 가족은 자녀의 잘못된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가정 환경에 맞는 지침들을 직접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하기보다 자녀가 좋아하는 맛집 탐방, 요리경연대회 참가 등을 통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편식습관을 줄이고 식사예절을 실천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1. 저희 가정의 밥상머리교육과 관련해서 현재 저희 가정의 문제점과 편식 등 잘못된 식습관을 극복한 과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인 여자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입니다. 자녀는 평소 편식이 심한 편입니다. 야채나 생선류는 잘 먹지 않고 햄이나 소시지, 돈가스와 피자 등 소위 영양가보다는 열량만 많은 식품을 좋아하니까 엄마로서 이만저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번 식사시간마다 소시지나 돈가스를 먹지 말고 과일이나 야채를 골고루 먹으라고 처음에는 얘기를 하고 난 뒤 그 다음부터는 잔소리가 되어서 자녀의 반항 섞인 대꾸로 저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와 저의 가슴을 찌른답니다.

평소 편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자녀는 환절기에서부터 겨울철까지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감기를 달고 산답니다. 그럴 때마다 동네 병원에 가면 알레르기 비염치료를 하고 의사 선생님께서 약 처방을 해 주지만 잠시뿐 다시 재발하기를 수차례입니다.

#2. 저희 가족은 가족끼리 식사를 오붓이 할 기회가 적습니다. 식사 때마다 남편은 자녀에게 현재 북한 아이들의 굶주리는 사례나 옛 우리 조상들은 먹을 음식이 없어서 나무껍질을 먹었고 죽도 옳게 못 먹었다는 등 구구절절하고 케케묵은 잔소리를 합니다. 자녀는 ‘또 시작이구나’라고 중얼거리니 밥상머리 교육은커녕 오래간만에 모여서 먹는 식사시간을 자녀는 매번 거부를 하고 기피하려는 눈치였습니다.

부모된 입장에서 밥상머리 교육으로 예의 바르고 편식을 하지 않는 아이로 잘 키우고 싶지만 매번 실패를 했고 더군다나 최근에는 식사하면서 스마트폰까지 보니 불이 붙은 곳에 기름을 껴 얹은 꼴입니다.

저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밥상머리 실천 지침 10가지를 실천하려고 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가족끼리 식사 시간을 가져야 가능하지만 남편 근무가 4교대여서 현실적으로 어려웠습니다. 또 지침에는 TV를 끄고 식사를 하라고 돼 있지만 남편은 스마트폰으로 야구 중계를 보고 자녀는 게임을 했습니다. 나머지 지침들도 저희 가족과 잘 맞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아 저의 잔소리만 늘어갔습니다.

#3. 밥상머리실천지침을 실천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저희 가정에 맞춘 실천 지침을 만들어봤습니다.

첫째, 밥상머리교육도 이론적 지식보다는 삶교육 자체와 현실에서의 경험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 집의 최고 어른이신 자녀의 증조할머니 댁을 자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를 방문해 식사를 같이하면 할머니는 ‘왜 편식을 하느냐?’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을 하지 말아라’라는 등의 현실적인 잔소리보다는 할머니의 과거 힘들었을 때를 자연스럽게 자주 얘기하시면서 음식이 소중하고 귀하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둘째, 저희 가족은 시간이 날 때마다 맛집을 자주 방문하려고 한답니다. 자녀가 평소 여행 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죠. 맛집의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 간의 사랑과 평소 가족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나 불만 등의 문제를 얘기하니 이해가 쉬웠고, 맛있는 음식 먹는 재미에 행복감이 들어 저절로 밥상머리교육이 되는 것 같습니다.

셋째, 남편은 영화를 무척 좋아해 재미있는 영화를 가족이 같이 보게 됐습니다. 우리 가족은 영화가 끝난 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영화에 대한 느낌이나 평을 자연스레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하니 가족 간의 사랑과 공감이 더해졌습니다.

넷째, 음식을 자녀와 같이 만들어 먹어봅니다. 이렇게 하면 자녀는 본인이 만든 음식에 대해 굉장히 뿌듯하게 여기는데요. 평소 자녀가 잘 먹으려고 하지 않는 채소나 콩류를 사용해 요리하면서 편식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나중에는 일류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니 흐뭇할 따름입니다.

다섯째, 요리경연대회에 나가 보는 것도 이색적이고 자녀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줍니다. 저희 가족은 여름방학을 맞아 대구시교육청 산하 기관을 통해 30개 팀의 가족과 함께 포항을 방문, 1박2일 일정으로 캠프를 갔습니다. 거기서 열린 요리 경연 대회에 나가서 저희 가족은 부대찌개를 만들었고 다른 가족이 만든 음식들을 직접 시식도 해봤는데요. 집에서는 소홀히 여기던 음식들이 야외에서는 기가 막히게 맛있더군요. 캠프에 다녀오고 난 뒤 남편도 이제는 가정에서 같이 요리를 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러움과 자부심,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됐습니다. 가족들이 같이 요리를 하면서 식사하니 자연히 밥상머리교육이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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