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가 직업’그녀 스케줄엔 빈 시간 없다

  • 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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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4   |  발행일 2018-03-14 제14면   |  수정 2018-03-14
대구 만촌동 거주 박종실씨
복지센터 등 출근하듯 봉사
무지개봉사단 10년째 후원
20180314
박종실(오른쪽)씨가 후원물품인 쌀을 소량으로 나누어 포장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 봉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여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정성이라도 나누고, 바쁜 시간 가운데서도 함께해야 할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박종실씨(64). 이웃들은 그를 직장인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매일 출근 아닌 출근을 하는 곳은 복지센터·홀트복지관·푸드마켓·박물관 등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다.

월요일 오전은 홀트종합복지관과 청솔복지센터에서 반찬을 만들고 홀몸어르신 집을 방문해 도시락을 전한다. 월요일 오후와 수·금요일엔 경산노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푸드마켓에서 매장업무는 물론 기부물품 접수·포장·진열 등의 봉사를 한다. 그리고 화·목요일은 경산시립박물관 어린이 체험실에서 ‘도슨트’로 봉사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의 봉사 스케줄에는 빈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다.

노력봉사뿐만 아니라 곳곳에 정기적으로 적지 않은 후원금도 내고 있다. 또 지인 8명과 함께 어려운 가정 자녀를 돕는 무지개봉사단을 만들어 10년째 후원하고 있다. 회원마다 한 가정과 결연을 하고 매달 쌀·라면·휴지·김치·계란·두부·김 등 생필품과 밑반찬을 지원하며 정을 나눈다. 중고생에게는 교통비를 전달하고 입학하는 학생에게는 교복도 마련해 준다. 졸업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을 맞으면 선물도 전한다.

박씨의 봉사활동은 30여년 전 아동복지시설인 애활원에서 아이 돌봄과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에서 교통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돌보면서부터 시작됐다. 박씨는 “어린 시절 교사였던 부모님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수업료도 내주고, 집으로 데려와 함께 밥도 먹고 공부도 했다”며 “부모님이 몸으로 실천하신 모습을 보고 자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자식에게 대물림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군 복무 중인 아들이 태중에 있을 때도 대구박물관 도슨트와 홀트종합복지관 도시락 배달 등으로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다. 엄마를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봉사가 몸에 밴 아들은 고3 때까지 1천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했다. 박씨는 “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묵묵히 지원해 주는 숨은 공로자가 있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아껴 후원금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남편(이창섭씨)이 경제적 지원과 함께 항상 마음으로 응원해 주고 있어 가능하다”고 들려줬다.

주변의 칭찬도 자자하다. 길건율 경산노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은 “식품·공산품을 기탁 받아 어려운 가정에 무상으로 지원하는 이곳에서 박씨는 10년째 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항상 웃으며 매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성실히 일해 주셔서 대상 가정에서도 직원보다 먼저 찾을 정도”라고 했다.

박씨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70세까지는 꾸준히 봉사하고 싶다. 마지막 바람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이동목욕차량을 기증하고 싶다. 가격을 알아보니 1억원 정도라는데 이를 위해 더 검소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며 “도와야 할 가정은 많은데 물품이 늘 부족하다. 경산시에서 후원해 주지만 기업이나 개인 후원자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한 달에 1만원씩이라도 꾸준히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된다”며 후원을 부탁했다. 기부 문의는 경산푸드마켓(053-802-1377)으로 하면 된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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