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문어 루어낚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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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6   |  발행일 2018-03-16 제38면   |  수정 2018-03-16
다리 힘 세 걸려도 돌에 찰싹…“굵고 강한 장비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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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박빈씨가 문어루어낚시 전용 장비와 채비로 씨알 좋은 문어를 낚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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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 앞바다 굴 양식장 주변에서 문어를 노리고 있는 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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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문어루어낚시 채비. 최대한 문어의 시선을 끌기 위해 에기를 많이 달아준다.

한국 낚시계에 문어낚시가 처음 선을 보인 건 4~5년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저 한 해 정도의 이벤트성 낚시라고들 여겼다. 실제로 한 해 부쩍 늘어난 문어 개체수는 문어낚시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그 유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런 문어낚시가 이제는 당당한 루어낚시의 한 장르가 되었다. 문어낚시가 다시 주목 받게 된 건 사실 새삼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약 15년 전 여수에서 폭발적으로 문어의 ‘대발생’이 이루어진 것처럼 문어가 갑자기 많아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문어낚시가 유행한 건 꾼들의 간절한 ‘필요’ 때문이었다. 선상낚시를 주로 하는 남해동부권의 낚싯배들이 줄어든 대상어의 대체 어종으로 찾아낸 게 바로 문어였다. 무엇보다 문어낚시는 쉽다. 누구나 낚을 수 있고, 자원도 충분하다. 포인트도 많다.

초보자·체험활동 겸한 가족낚시 가능
장비도 대체로 저렴…바다 출조 확산
바닥에서 입질, 채비 빼앗기기 일쑤

채비 움직임 패턴 재빠른 판단도 중요
바닥에 채비 닿게한 후 띄워주기 반복
배 롤링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고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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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테크닉 필요 없는 생활낚시

문어낚시는 감성돔낚시, 벵에돔낚시, 혹은 선상외줄낚시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낚시가 아니다. 관광이나 체험활동을 겸한 가족단위 낚시가 가능하다. 유행에 따른 국내 조구업체들의 대처도 빨랐다. 문어낚시 전용 낚싯대를 앞다퉈 출시했다. 다른 어종 낚시가 일본 업체의 제품을 따라가는 것과 달리 문어낚시는 한국 제품이 먼저 출시되면서 꾼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장비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문어낚시는 발 빠르게 번져갔다. 실제로 지금 삼천포와 진해, 통영의 주요 낚싯배들은 늦봄부터 문어낚시를 전문으로 출조한다. 예전에는 이 시기 이 지역 낚싯배들은 감성돔이나 도다리 낚시를 했다. 그만큼 문어낚시는 현재 바다낚시 장르 중 가장 뜨겁다.

문어 루어낚시는 워낙 쉬운 탓(?)에 오히려 알려진 정보가 적다. 문어 전문꾼이라고 자처하는 꾼들도 없다. 현장에서 듣는 몇 가지 팁으로 낚시를 하다 보니 몇 번의 고전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조과를 거두는 낚시꾼들이 많다. 따라서 제대로 준비를 하는 꾼들은 그렇지 않은 꾼들보다 몇 배의 조과를 거둔다. 큰 기술은 없지만 잔기술의 차이가 조과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튼튼한 베이트 장비 세트면 OK

문어낚시 장비의 기본은 ‘굵고 강함’이다. 전용 장비 이전에는 원투낚싯대에 5천번 이상의 스피닝 릴, 6호 이상의 원줄을 썼다. 1년에 한 번 정도의 출조라면 굳이 전용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 중 가장 크고 튼튼한 것을 쓰면 된다. 그러나 시즌 중 서너 번, 그것도 매년 반복할 것이라면 전용 장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용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그것이 조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문어낚시에 이렇듯 강한 장비가 필요한 건 이유가 있다. 문어는 다리 힘이 워낙 강하고 바닥에서 입질을 한다. 채비에 걸렸다 하더라도 약간만 지체하면 문어는 주변 돌에 붙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힘으로는 문어를 떼어낼 수 없다. 차라리 돌이 들릴지언정 문어는 돌을 놓지 않는다. 실제로 문어낚시를 하다 보면 종종 돌을 안고 올라오는 문어가 낚인다.

문어낚시 전용채비는 있다. 그러나 실제 낚시현장에서는 갑오징어용 왕눈이 에기나 저가형 에기를 혼합해서 쓴다. 장비는 낚싯대와 자새 채비를 혼합해서 쓴다. 자새에 사용하는 채비는 전통적으로 어부들이 쓰는 ‘문어패’라고 불리는, 큰 바늘 2~3개를 단 나무판에 작은 생선이나 돼지비계, 미꾸라지 등 생미끼를 달아 쓴다.

요즘은 이 문어패에 고무로 된 가짜 게가 달려 나온다. 일종의 루어낚시인 셈이다. 거의 캐스팅 할 일은 없다. 채비로 바닥을 찍고 감아올리는 선상문어낚시 장비는 베이트 세트가 제격이다.

▶릴= 지깅용 베이트 릴이 있다면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 배낚시용 장구통릴이나 루어낚시용 로우파일 베이트 릴이 적합하다. 2~3호 합사가 150m 이상 감기는 크기면 된다.

▶로드= 시중에 문어낚시 전용 낚싯대가 있다. 지깅 로드·우럭낚시용 로드를 써도 된다. 그러나 허리가 튼튼하고 초릿대가 부드러운 전용 로드를 쓰면 효과적이다. 베이트 로드라고 해서 모두 문어낚시에 적합하지는 않다. 반드시 선상낚시용의 리어그립이 긴 로드를 써야 한다. 그래야 겨드랑이 사이에 로드를 끼고 낚시를 할 수 있어 장시간 로드를 들고 있어도 피로하지 않고, 문어를 랜딩할 때도 힘을 제대로 줄 수 있다.

◆포인트와 루어

선상문어낚시는 주로 사니질대(모래나 뻘이 섞인 흙이 있는 지역)에 작은 돌이 듬성듬성 있는 바닥이 포인트다. 밑걸림이 없을 것 같지만 바다 밑바닥에는 호시탐탐 채비를 노리는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이 존재한다. 수중여나 해조류는 기본이고, 폐 어구, 통발, 어장줄 같은 보이지 않는 위협에 속절없이 채비를 빼앗기기 일쑤다.

채비는 되도록 넉넉하게 준비한다. 도보낚시로도 문어를 낚을 수 있다. 처음 문어루어낚시가 선보였을 때에도 시작은 도보낚시였다. 문어 모양의 원투형 루어를 농어로드에 달아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에기 모양에 문어 전용 바늘이 달린 루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이 채비에 문어는 물론이고, 낙지도 잘 낚인다.

갯바위에서의 문어낚시는 얼마나 멀리 던지고, 밑걸림 없이 채비를 회수하느냐가 조과의 관건이다. 문어는 바닥에서 떠 있는 것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무조건 바닥을 더듬어서 채비를 이동시켜야 한다. 밑걸림은 필연적이다. 문어루어는 바닥에 떨어질 때 바늘이 위로 향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수중여와 해조류에 걸리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도보용 문어 낚시 장비는 선상 것보다 더 튼튼해야 한다. 최근에는 밑걸림이 생길 때 세게 당기면 스프링처럼 루어가 튀어나와 바늘이 빠질 확률을 높인 문어낚시 전용루어가 출시돼 있다. 그러나 이런 건 멀리 던지기가 어려워 내항에서의 낚시에만 활용되고 있다.

◆입질을 받기 위한 조건

문어낚시는 무조건 바닥을 공략해야 입질을 받는다. 단순한 낚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단순함만으로는 입질을 받지 못한다. 특히 많은 꾼들이 한꺼번에 낚시를 하는 선상에서는 입질을 받을 수 있는 채비의 움직임 패턴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상문어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패질이다. 채비를 바닥에 닿게 했다가 다시 띄워주기를 반복해야 한다. 이때 배의 롤링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고패질을 하는 게 요령이다. 그러나 고패질도 너무 잦으면 문어가 채비를 덮칠 시간이 없게 된다. 문어낚시의 고패질은 채비가 바닥에 닿은 후 조류를 따라 질질 끌려 다닐 만큼 적당한 시간만 바닥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밑걸림이 생기기 전까지는 바닥에서 채비가 놀게 해 주는 것이다.

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 TIP

워킹으로는 고패질을 할 수 없다. 이럴 때는 에깅을 하듯 한 번의 큰 저킹으로 관심을 끌고 바닥에 채비가 닿으면 짧은 저킹으로 바닥을 찍으면서 채비를 회수한다. 이때 약간의 저항이라도 느껴지면 강하게 챔질을 한다. 이 챔질은 훅세트의 의미도 있지만 밑걸림이 심해지기 전에 채비를 바닥에서 빼 주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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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를 뒤집어 내장을 제거한다(위쪽). 색이 변할 정도로만 아주 살짝 데친다.



선상 문어낚시 요령

① 채비를 바닥에 내린 후 재빠르게 여유 줄을 정리한다. 채비를 조금이라도 빨리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로드를 세워서 라인이 빨리 방출되도록 한다.

② 낚싯대를 세워 10초 정도 짧고 빠르게 고패질 한다. 고패질 폭은 3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고패질을 해서 가까이 있는 문어의 주의를 끈다.

③ 문어가 입질을 할 수 있도록 20초 정도 바닥에 채비를 놓고 기다린다. 이때 배가 움직이면서 채비가 바닥에 질질 끌린다. 이 역시 문어의 주의를 끄는 액션이 된다.

④ 낚싯대를 살며시 들어 본다. 묵직함이 느껴지면 재빨리 릴을 감는다. 릴링이 늦으면 문어는 주변 돌이나 수중여에 달라붙어 버린다.

⑤ 입질이 없다면 ①~④의 동작을 반복한다.

맛도 좋고 몸에 좋은 보약 낚시

문어는 예로부터 제사상에도 오르는 고급 어종이다. 문어 낚싯배의 선비는 6만~7만원. 문어 서너 마리만 낚아도 본전은 뽑는다. 게다가 문어는 숙회, 초절임, 조림 등 어떻게 먹어도 맛이 좋다. 피로 해소와 자양강장에 좋은 타우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무더워지는 날씨에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에도 좋다. 최근 문어낚시 전용낚싯배는 가족 등 단체 낚시객들을 위해 쾌적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패밀리 피싱으로도 그만이다.

문어는 따로 손질할 게 없다. 대가리를 뒤집어 내장을 제거하면 나머지는 다 먹을 수 있다. 가장 편한 건 한 번에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으로 한두 마리씩 나눠 얼리는 것이다. 먹기 전에 흐르는 물에 씻으면서 내장을 제거한다. 낚은 문어를 완전히 손질한 후 살짝 데쳐서 냉동을 해도 된다. 두 방법 다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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