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레트로 열풍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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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6   |  발행일 2018-03-16 제40면   |  수정 2018-03-16
어게인 1990…돌아온 ‘아재 패션’
20180316

요즘 들어 장안의 화제인 프로젝트 걸 그룹 셀럽파이브. 송은이, 김신영, 신봉선, 김영희, 안영미 등 다섯 명의 개그우먼이 모여 만든 웃음을 자아내는 노래와 뮤직 비디오는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끈 오사카 도미오카 고교 댄스팀의 춤 영상을 보고 떠올린 김신영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나의 구체적인 프로젝트 팀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기대 이상의 댄스 실력도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촌티 나는 반짝이 의상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날 느닷없이 등장한 트렌드는 아니다. 이미 할리우드 트렌드 세터로 유명한 모델 지지 하디드와 켄달 제너가 레트로나 복고풍 의상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들은 워싱 데님, 오버롤, 틴트 선글라스, 베레모, 로고 티셔츠 등 1990년대를 주름 잡았던 아이템들을 걸치고 뉴욕과 LA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역을 활보했다. 그녀들 덕분에 덩달아 주목을 받는 건 루이뷔통과 프라다의 2018 S/S 런웨이에도 등장한 일명 ‘쪼끄미’ 선글라스와 르 스펙스의 나비 선글라스. 촌티가 강렬할수록 열광하는 건 힙스터들이다.


비비드한 컬러 팬츠, 헐렁한 아빠재킷·배바지
오버사이즈 폴로 셔츠 등 올드 스쿨패션 강세
클래식 정장+집업 점퍼, 양말+샌들 촌티 연출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 복고 아이템으로 히트
3040 세대에 향수, 1020 세대는 새로운 트렌드



지난해 발렌시아가, 모스키노, 구찌, 지방시 등에서 선보인 빈티지 로고 티셔츠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재고가 바닥이 나 그야말로 히트 아이템의 톱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 분위기에 맞추기라도 한 듯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 빛바랜 사진을 보는 듯한 촌스러운 컬러와 어벙한 실루엣으로 2018 S/S 맨즈 웨어 컬렉션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도 1990년대 유행했던 컬러풀한 아노락을 비롯해 오버사이즈 폴로셔츠와 블레이저 등 올드 스쿨 스타일의 강세로 여전히 복고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비비드한 컬러 팬츠에 헐렁한 아빠 재킷, 밑위길이가 긴 일명 ‘배 바지’까지 전형적인 1990년대 아버지를 표현한 옷들이 인기이고, 뎀나 바질리아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대디코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이는 지극히 평범한 노멀과 하드코어의 합성어인 패션 용어 ‘놈 코어’에서 따온 말로, 한마디로 아빠를 추구하는 패션, 1990년대 아빠 패션을 현대적인 느낌을 섞어 다시 풀어냈음을 뜻한다. 오랜 시간 버버리의 디자인 수장으로 있었던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마지막 컬렉션에서는, 재래시장에서 무언가를 사들고 집에 들어가는 아빠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듯한 룩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촌스럽기 짝이 없고 모던한 느낌을 싹 배제한 하이 패션의 ‘아재’ 바람은, 다른 말로 ‘고프코어’라고도 불리며 몇 해 전 크게 유행했던 놈 코어 트렌드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겠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를 외치며 남성복 여성복 할 것 없이 전반적인 패션 마켓에 돌풍을 일으켰던 놈코어 룩과 고프코어는 클래식한 정장과 셔츠에 플리스 집업 점퍼를 입거나 양말에 스포츠 샌들을 신는 등 최대한 촌스럽고 추하게 연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처럼 촌티 나는 아재 스타일의 유행으로 득을 보는 것은 단연 스포츠 브랜드와 아웃도어 브랜드라 할 수 있겠다. 그들은 수십년 전에 히트했던 아이템들을 ‘오리지널’의 이름으로 재발매하는 식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나이키의 에어맥스 95와 에어맥스 97이 대표적인 예로 각각 20주년을 맞은 2015년과 2017년에 선보여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2018년에는 에어맥스 98, 일명 ‘건담’ 스니커즈가 출시됐고 또다시 히트 아이템으로 등극하고 있다.

사실 나이키 에어맥스 98은 에어맥스 95나 97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모델이었지만, 재작년 또다른 스니커즈 브랜드 슈프림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건담을 연상시키는 레드와 블루컬러를 가미한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디다스 코리아의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레트로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아디 컬러 컬렉션을 선보였다. 1970년대 처음 등장한 아디 컬러 켈렉션은 자유분방한 디자인과 블루 버드, 스칼렛 레드, 페어웨이 그린, 선 옐로 등 톡톡 튀는 컬러풀한 색감을 사용, 그리고 불꽃 로고를 재디자인해 눈길을 끈다.

또 다른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헤리티지 라인을 선보였다. 디스럽터 2와 빅 로고 시리즈 등 1990년대 휠라의 상징적인 디테일로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던 아이템의 뒤를 이어 올해도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담긴 레트로풍 어글리 스니커즈 ‘휠라 레이’의 출시를 비롯해 슈즈에서부터 액세서리·의류까지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의 3040세대는 자신들이 학교 다닐 때 메고 다녔던 잔 스포츠나 이스트백을 1020세대가 메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묘한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의류에서 시작돼 슈즈·가방까지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산된 레트로 아이템은 19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3040세대에게는 향수로 다가갈 것이며 젊은 1020세대에게는 신선한 문화일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 새 물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간의 흔적과 기억이 가미된 물건에 눈을 돌리는 레트로 열풍은 세대를 아우르는 신선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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