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 방침…10년 7개월만에 ‘韓·美 금리역전’되면…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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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7   |  발행일 2018-03-17 제11면   |  수정 2018-03-17
자본 유출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국내은행 연쇄 금리인상…가계대출 눈덩이 이자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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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준금리(정책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는 이른바 ‘한·미 금리역전구도’가 이달 중 현실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2007년 9월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정부와 금융권 등 국내 경제주체들의 머릿속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현재 양국 기준금리는 연 1.50%로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오는 20~21일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포인트 인상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1.75%로 올라간다. 미국의 경기 개선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세를 지속하던 미국 경제는 2010년 이후 연간 2% 내외의 안정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실업률은 현재 4% 초반까지 내려갈 정도로 고용지표도 많이 개선됐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로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및 감세가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경기가 좋아지면 상품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물가도 자연스레 오르지만 이제는 그 정도가 빨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할 시점까지 도달한 셈이다. 한·미 간 금리역전이 대규모 자본유출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해도 가계부채 증가 등 국내 경제에 자칫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임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한·미 금리역전 사례와 그 배경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 사례는 1999년 6월~2001년 3월과 2005년 8월~2007년 9월 등 1990년대 이후 두 차례 있었다.

이 중 2005년 8월~2007년 9월의 경우 미국 기준금리가 한은 금리보다 1%포인트 높았다. 미국이 경기과열 상황에 대비해 금리를 점차적으로 인상해서다. 연 1.00%이던 금리는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무려 17차례에 걸쳐 연 5.25%까지 인상됐다. 반면, 한은은 2005년 10월에서야 금리인상에 시동을 걸어 연 3.25%에서 2008년 8월엔 연 5.25%로 끌어올렸다.

당시 국내에선 2005년 상반기부터 부동산 과열 등에 대비해 금리인상 필요성이 줄곧 제기됐지만 금융통화위원회는 경기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국내 금융권 어떻게 대처하나
최저임금·공공서비스 가격인상 감안
韓銀 금리인상 횟수 2∼3차례 전망
7·12월 예상…5월로 앞당겨질수도
국내은행도 대출금리 앞다퉈 올릴 듯

▶한·미 금리역전땐 어떻게 되나
투자매력 떨어져 외국자본유출 예측
투자시 결정적요인 아니라는 분석도
과거 금리역전땐 외국인자금 순유입



근 2년간 지속된 한·미 간 금리역전구도는 2007년 9월 미국이 금리를 0.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비로소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이 금리인하 결정을 내린 것은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미국은 경기하강에 대비, 금리를 4.75%(당시 국내 기준금리 연 5.00%)로 낮췄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연 0~0.25%)으로 낮춘 뒤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2014년까지 수차례 양적완화정책을 폈다. 금리를 내려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미국 연준이 화폐를 새로 찍은 뒤 국채·회사채 등을 마구 사들이면서 돈을 푸는 방식을 택했다. 일명 ‘헬리콥터 머니’로 경기부양에 나섰다. 출구전략을 찾던 미 연준은 2015년 12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제로 금리시대의 막을 내렸다. 미국은 그 후에도 2016년과 2017년 각각 1차례, 3차례씩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즈음 국내에선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여파로 경기부양책을 찾느라 금리인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은은 2016년 6월 예상(동결)을 뒤엎고 금리를 내린 뒤 지난해 11월에서야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중요한 것은 금리역전시대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한은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사 16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4회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는 곳이 9개사나 됐다. 국내 금융권에선 최저임금 인상효과와 공공서비스 가격인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을 감안, 한은의 금리인상 횟수를 2~3차례로 내다봤다. 인상 시점은 올 하반기인 7월·12월쯤으로 예상했지만 5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본유출보다 더 우려되는 가계대출 이자부담

실제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일단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 정도 및 대외의존도를 봤을 때 국내 채권 및 주식시장에 투자된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외국인들이 자금을 대거 빼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몰린 주식·채권시장 분포 현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투자금 이탈은 국내외 금리 차이보다는 국내 경기·기업실적 전망·국제금융시장 투자심리 변화 등에 더 좌우된다는 이유에서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 채권의 금리가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처분해 앞다퉈 고금리인 미국 채권을 사들일 것이라는 게 통설이지만, 정부는 해외의 중앙은행 등 장기 투자자들은 위험분산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투자를 국가별로 다변화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한은 등에 따르면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 1999년 7월~2001년 3월과 2005년 8월~2007년 9월 외국인 자금은 각각 147억달러, 75억달러씩 순유입됐다. 금리 차이가 투자시 고려 사안은 될 수 있어도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점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대구은행 경제연구소의 ‘한·미 금리역전’ 관련 전망자료에서도 비슷한 예측이 나왔다.

현재 국내 경제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고, 양호한 외화건전성·국가신용등급·실물경제 펀더멘털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자금유출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이미 양국의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2015년 10월 이후부터 역전됐지만 지금까지 우려할 만한 외국자본 유출은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달러화 수요 급증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은 선진국 수출에 유리하고, 원자재 가격하락은 국내 기업의 생산비용절감 및 수익성 향상 및 물가안정에 긍정적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다만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여파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다소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점쳤다.

경제전문가들이 내심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가계대출 이자비용 부담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도 인상압박을 받게 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가계부채는 1천450조원을 넘어섰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말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미국 연준이 그 다음 달 금리를 올리자 국내 은행들은 연말에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지난해 9월 국내 은행들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3.41%였지만 그해 12월엔 3.61%까지 상승했다. 올 1월엔 3.71%까지 올랐다. 가계부채 증가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은의 지난 1월 말 현재 대구·경북지역 가계대출 추이 현황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금(판매신용)을 제외한 지역의 순수 가계대출 잔액은 77조9천95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이 42조8천56억원, 기타 신용대출이 35조1천39억원이다.

한은이 만약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측면에서 5월쯤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국내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앞다퉈 올릴 개연성이 농후하다. 물론 일각에선 한은이 미국발 통상압력, 북핵 리스크 등 외부요인과 한국GM·성동조선해양·STX조선해양 사태, 가계부채 확대 등 더딘 경기회복 속도를 고려한다면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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