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고교 6곳 수년간 우열반 편성 논란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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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07:33  |  수정 2018-03-19 07:33  |  발행일 2018-03-19 제9면
교육부 ‘우열반 금지’ 지침에도
공립학교 2곳·사립 4곳에 편성
학사일정 혼란·학생 직간접 피해

[구미] 경북도내 일부 고교가 수년간 성적순 우열반을 편성해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는 우수학생 유치와 명문대 입학 실적이었다.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1~2월 도내 공·사립 고교 우열반 편성 긴급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는 교육부 ‘우열반 편성 금지’ 지침에도 일부 고교가 우열반을 운영해 학생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포항·영천지역 일부 학부모는 우열반 편성으로 상당수 학생이 직간접적 피해를 입고 있다며 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도교육청은 2008년부터 성적순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고 대신 영어·수학 등 수준별 이동수업을 강화하는 맞춤형 수업을 권장하고 있다.

◆구미지역 고교 6곳 우열반 적발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2월 도내 고교 188곳에 ‘우열반 폐지’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 금지 지침에도 상당수 고교가 우열반을 운영해서다. 이에 대부분 학교는 개학을 앞두고 우열반을 자진 폐지하고 학급을 재편성했다. 하지만 구미지역 고교 6곳(공립 2·사립 4)은 공문 지침을 무시, 한 달 가까이 이행하지 않다가 적발됐다. 도교육청 조사 결과, 이들 학교는 중학교 내신 성적과 중간·기말고사 성적 등을 기준으로 학년마다 1~2학급씩 성적 우수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2학년부턴 계열별로 1학급씩 운영했다. 구미 A고교(공립)는 2011년부터 학년별로 성적 상위 학생들로 1~2개 학급을 운영했다. B고교(공립)는 2015년부터 1학년에 한해 성적 우수반 2학급을 편성했다. C고교(사립)는 2013년부터 1학년 1개 학급, 2~3학년 2개 학급씩 우수반을 운영해 왔다. 나머지 고교도 수년간 우열반을 편성했다. 일부 학교는 이른바 ‘스카이(SKY)반’을 편성해 학교 홍보까지 해왔다.

◆학급 재편성 등 혼란

이번 조사에서 우열반 운영 사실이 드러난 학교는 모든 학년 학급 편성을 다시 해야 한다. 학사 일정 혼란이 불가피하다. 950여명이 재학 중인 구미 A고교는 지난 16일 학급을 재편성했다. 학생들은 개인 사물을 다른 반으로 옮기고 학교 측은 담임을 교체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학교 교감은 “19일부터 새로 편성된 반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한다. 일부 학부모의 반대도 있었지만 교육청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 고교도 급하게 학급을 재편성했다. 조만간 학생들을 새로운 반으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구미 D고교 교장은 “담임 교체·교과과정 변경·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입력에도 큰 혼란이 우려된다. 특히 학생들의 타 지역 진학 등 외지 유출도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E고교 관계자는 “학교가 농촌지역에 있어 우수반을 편성하지 않으면 학생 모집이 쉽지 않다”면서 “그동안 성적 우수반 학생들이 명문대에 입학하는 등 교육 성과도 많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우열반 편성 부작용 만만찮아

그럼에도 우열반 편성은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 이로 인한 학생 외지 유출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 고교에선 ‘명문대 실적’ 제고를 위해 상위권 학생에게 좋은 내신 점수를 몰아주는 구태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내 한 고교 교사는 “그동안 상당수 고교에서 우열반이 운영돼 왔다. 상위권을 제외한 중·하위권 학생들은 학교에서 소외돼온 게 사실”이라며 “우열반 때문에 사교육비 문제가 생기고, 결국 학업 스트레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 중등과 관계자는 “2008년부터 교육부가 고교 우열반 편성을 금지하고 있지만, 도내 상당수 고교가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일반반에 속한 대다수 학생이 피해를 입고 있는 데다 교육적으로도 우열반 편성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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