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몸집불리기 경쟁…공룡 기업 잇따라 탄생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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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  발행일 2018-03-19 제23면   |  수정 2018-03-19
키이스트·FNC애드컬쳐 인수
SM, 콘텐츠 시너지 효과 노려
라이프스타일 회사도 거느린 YG
16개 방송채널 보유한 CJ E&M
드라마 제작사 등 설립·인수 눈길
20180319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든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생존을 위한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공룡 기업들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는 것. 관건은 콘텐츠 확보다. 채널과 플랫폼의 다변화로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콘텐츠를 공급할 매체와 플랫폼을 확보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공격적 행보

지난 14일 SM엔터테인먼트는 공시를 통해 한류스타 배용준의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FNC애드컬쳐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SM은 “키이스트의 대주주이자 최고 전략 책임자(CSO)인 배용준의 지분을 매입하는 구주 인수방식을 통해 인수를 추진했으며, FNC애드컬쳐의 주식 및 경영권도 구주 및 신주 인수 방식”이라고 전했다. 키이스트는 2004년 연예기획사 BOF를 출범시킨 배용준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인 한 코스닥 업체를 우회상장시켜 2006년에 설립한 회사다. 한류스타 김수현을 비롯해 손현주, 엄정화, 정려원, 주지훈 등이 소속돼 있다. 또 FNC애드컬쳐는 드라마와 예능 등 대표적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로 드라마 ‘학교 2015’ ‘란제리 소녀시대’ 등을 제작했다. 모기업인 FNC엔터테인먼트에 유재석, 정형돈, 이동건, 성혁, FT아일랜드, CNBLUE 등이 소속돼 있다.

SM은 키이스트의 배우 매니지먼트 및 한류 미디어 사업이 그간 SM의 오랜 노하우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니픽쳐스와 필름부티크 등 제작사 인수를 통해 콘텐츠 제작사로 역량을 키워온 FNC애드컬쳐와의 공동 제작으로 콘텐츠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주목할 건 이번 인수를 통해 일본 내 한류 방송채널 KNTV와 DATV, 드라마 제작사인 콘텐츠K와 콘텐츠Y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됐다는 점이다. 공격적인 외연 확장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된 셈이다. 이미 SM은 가수 사업부문과 별도로 강호동, 신동엽, 이수근 등이 속해있는 프로그램 제작사 SM C&C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윤종신의 기획사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지분 28%를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됐다. SM 김영민 총괄사장은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SM을 최고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및 한류 미디어 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서의 콘텐츠 비즈니스 경쟁력도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YG엔터테인먼트의 행보도 주목된다. YG 역시 회사의 중심축인 가수 사업부문과 별도로 광고와 화장품, 요식업 등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YG플러스와 콘텐츠 제작사 YG스튜디오플렉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1천억원을 투자함으로써 사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글로벌 공룡과의 경쟁서 살아남기

지난해 12월 월트 디즈니는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21세기 폭스의 영화부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급부상하고 있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이 낮은 넷플릭스에 비해 디즈니의 최대 강점은 콘텐츠다. 21세기 폭스 인수 건이 성사되면 디즈니는 ‘엑스맨’ 시리즈는 물론 ‘에일리언’ ‘데드풀’ ‘아바타’ 등 폭스의 방대한 콘텐츠까지 아우른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난다.

거대한 차이나머니를 내세운 중국 엔터테인먼트업체들 역시 한국과 미국의 엔터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세계 엔터업계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도 가세해 한국 드라마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이다. 국내 엔터업계의 기회이자 위기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국내 대형 기획사들은 일찌감치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KBS와 CJ E&M도 각각 자체 제작사인 몬스터유니온과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고, 영화사 NEW는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앤뉴를 차렸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통해 수익창출과 플랫폼 사업 역량을 강화할 목적이다.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건 CJ E&M이다. 16개의 방송채널과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를 보유 중이고, 드라마 제작사는 스튜디오드래곤 외에도 JS픽쳐스, 화앤담, KPJ픽쳐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도깨비’ ‘시그널’ ‘굿와이프’ ‘푸른바다의 전설’ ‘황금빛 내 인생’ 등 다수의 히트 드라마를 제작했다. CJ E&M은 애니메이션 제작사나 완구회사의 인수도 검토하는 등 애니메이션 분야로의 사업 확대도 꾀하고 있다.

CJ E&M 측은 미국과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토종 엔터 기업으로서 외형을 확장해나갈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중국 회사들이 앞다퉈 알짜 한국 제작사와 기획사들을 인수했다.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대부분의 회사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며 “CJ E&M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을 왜곡시키고 공정한 경쟁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다양하고 실험적인 콘텐츠로 완성도를 높이고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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