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 논의에서 밀려난 지방분권,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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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19   |  발행일 2018-03-19 제31면   |  수정 2018-03-19

지지부진하던 정치권에서의 개헌 논의가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해 조만간 정부 개헌안을 확정해 국회에 발의키로 하자 자유한국당도 이를 반대하기 위한 자체 개헌 로드맵을 내놨다. 이에 따라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시기 등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지방분권’ 문제는 아예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역민의 염원인 지역분권 개헌이 물 건너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당초 21일로 예상됐던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기가 일주일가량 늦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개헌 논의를 최대한 지켜보는 한편 국민에게 개헌안 내용을 설명하고 홍보할 시간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개헌안 쟁점 내용에 대한 정리작업이 덜 된 현실적인 이유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 수도(首都)조항 명문화 등 정부형태(권력구조)와 관련해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제안한 개헌안 초안의 핵심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문제는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지방분권에 관한 내용도 그대로 확정되느냐다. 지방자치와 분권에 대해서는 선언적 규정만 두고 구체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자는 자문위 초안은 사실상 지방분권 개헌을 미루자는 말과 다를 게 없다. 헌법에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지방분권은 여기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당리당략 탓에 지방분권 개헌은 갈수록 사면초가에 몰리는 형국이다. 정부·여당의 의지 부족이 의심되는 데다 자유한국당은 반대 목소리를 한껏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당이 내놓은 자체 개헌안에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 도입 주장만 있을 뿐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이는 지방분권에 대해선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최근 잇따라 개헌 토론회를 열어 ‘지방분권 개헌이 비현실적이며, 제왕적 시·도지사만 양산할 것’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퍼뜨리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 지방분권 개헌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 이 기회를 또 놓친다면 지방은 영원히 수도권 일극주의와 중앙패권주의의 예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지만 알다시피 개헌 칼자루를 쥔 한국당이 반대하는 한 지방분권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일에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지방분권의 가치를 짓밟는 수구 정치세력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지역민의 각성과 단합된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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