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희정 사태와 지역언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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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0   |  발행일 2018-03-20 제29면   |  수정 2018-03-20
[기고] 안희정 사태와 지역언론의 역할
정국진 (통일코리아 협동조합 전 청년이사)

미투운동이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미투운동은 지난 1월 안태근 전 검사장을 향한 폭로로 한국에 상륙, 각계각층으로 번져나갔다. 더욱이 지역을 기반으로 했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가 성범죄자라는 폭로가 나오면서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중 한때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대통령감 1순위로 거명되었던 사람이다. 바로 그즈음에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은 이어졌다고 피해자는 증언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구체적인 점과 증언 이후 안씨가 증언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증언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해 보인다. 안씨의 이런 파렴치한 범행은 그가 대통령을 꿈꾸었고 실제로 근접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범행이 이루어진 시기는 그가 차기 대통령 주자로서 각광받던 2016년 이후의 일이다.

이 역설은 그가 지역에서 누린 권력을 알게 되면 풀린다. 처음 당선됐을 때만 해도 그는 겸손했다. 자신을 찍지 않았을 자유총연맹 회원들 앞에서 “동지”라고 호칭하며 머리 숙였다. 그러자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그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희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충청지역의 구심점이 돼주었기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비판을 자제했다. 충청지역에서 다른 당 지지자들도 두 차례 충남도지사에 당선되고부터는 지역 출신 유력 대권후보를 밀어주자는 지역 여론, ‘충청대망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점차 비판받지 않는 성역이 돼갔으며 그 가운데에서 충남에서만큼은 절대적인 지위와 권력을 가지게 됐다.

충청 지역언론 ‘굿모닝충청’은 “(안씨의) 잦은 특강이나 해외 출장을 문제 삼는 기자들은 ‘기레기’ 등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고 했다. 안씨는 지역민들의 기대감을 무기로 하여 지역에서만큼은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으로 변해갔으며 점차 비판을 견디지 못하는 불통의 정치인이 돼갔다. 그러한 안씨와 그 측근들의 모습은 “외형적으로는 전혀 권위주의가 없고 소통이 왕성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측근들도 결과적으로는 눈과 귀를 가리는 요인이 됐다.(중략) 이들은 특히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이따금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묘사되고 있다.

안씨는 지난 대선 당내경선과정에서 비판자들을 향해 “질렸다”고 한 바 있다. 첫 도지사 당선 이후로는 아주 오랜만에 조직적인 비판에 직면하면서 당황한 기색을 엿볼 수 있다. 안씨가 대선후보 당내경선 전까지는 중앙언론의 검증에서 상대적으로 비켜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1차적인 검증은 지역 언론의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충남의 지역기자들은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음에도 무비판적으로 보도해 온 것이 도정 사상 최대의 위기를 초래한 것 같다”고 말한다.

영국 역사가 제프리 엘튼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지적했다. 이때 부패란 돈과 관련된 것만이 아니다. 정리하면, 안씨는 정치적 성공 이후 지역민의 기대 속에 제대로 된 견제 없이 충남에서 절대권력을 구축해 갔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면서 ‘수신(修身)’에 실패함으로써 성폭력 피의자 처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대구경북은 어떠한가. 지역언론은 대구를 지역구로 한 국회의원 박근혜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으면서도 의정활동이 어떠했는지 제대로 검증하였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으로 포항을 지역구로 한 이상득 전 국회의원을 제대로 살폈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현재 부패 등의 혐의로 사법적 조치를 받는 중이거나 받을 예정에 있다. 지역언론이 ‘우리가 남이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 정치인을 제대로 검증했다면 대구경북의 불명예를 비롯한 대한민국 헌정사의 위기와 불행은 없었을 것이다. 지역언론의 역할은 여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건강한 비판세력으로서의 지역언론 영남일보를 기대한다.

정국진 (통일코리아 협동조합 전 청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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