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부르는 洪 스타일…“대구·경북만 보고 정치하는 것 같다”

  • 권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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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1   |  발행일 2018-03-21 제6면   |  수정 2018-03-21
전국 광역단체장 지방선거 판세
TK지역 제외하면 대부분 열세
진보-보수 프레임 대결에 집중
지지층 표심 흡수에는 ‘역부족’
고립 부르는 洪 스타일…“대구·경북만 보고 정치하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문표 사무총장, 홍 대표, 권성동 의원. 연합뉴스

6월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자유한국당이 주축인 대구·경북(TK) 정치권의 고립화가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갈라파고스’(고립돼 도태되는 현상)에 비유하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정치 환경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홍준표 당 대표의 독특한 정치 스타일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TK 정치권의 현 주소는 한국당이 대구·경북 외에는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판세를 낙관할 수 있는 지역이 한 곳도 없는 현실에서 드러난다. 대구·경북만이 한국당의 안정권이라는 현실에서 TK 정치권을 외딴섬처럼 비치게 한다. 홍 대표가 오래전부터 서울시장 후보 물색에 심혈을 기울여왔으나 홍정욱 헤럴드 회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마저 20일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부산시장과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서병수 현 시장과 남경필 현 도지사는 민주당 유력 후보보다 지지도 열세에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 대표는 특히 지난 2월14일 경남도지사 선거에 자신의 재신임을 걸겠다면서 본인이 도지사 시절 행정부지사를 지낸 한국당 윤한홍 의원을 띄웠지만,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윤 의원의 지지도는 바닥권이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자체 여론조사(2월24~25일)에서 윤 의원은 지지율 2.7%를 얻어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김경수 의원(19.3%), 공민배 전 창원시장(9.6%)은 물론, 한국당 예비후보인 안홍준 전 의원(4.9%),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3.8%)보다도 낮게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경남에서도 주민들 사이에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방증이다.

대구·경북의 고립화는 1차적으로 TK 출신의 전임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으로 붕괴된 데 이어 전전임 이명박정부마저 검찰의 칼날 앞에 서 있는 현실에 연유한다. 하지만 홍 대표의 정치 스타일도 TK 경계를 넘어 당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평론가는 “홍 대표는 승부사 기질이 강해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대결국면을 조장해 보수 표심을 결집하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면서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좀체 그런 대결국면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홍 대표의 구상이 빛을 못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홍 대표가 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집토끼’ 표심에 당력을 집중하다보니 외연 확대에 실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홍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에 진출할 때 김태흠 최고위원이 “아랫목을 차지하지 말고 수도권으로 진출해 당을 살려야 한다”면서 반대했는데, ‘TK 안주’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평론가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북부의 사양화된 공업지대)를 겨냥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는 것처럼, 홍 대표는 보수층 전체가 아니라 대구·경북만을 보고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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