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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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1   |  발행일 2018-03-21 제31면   |  수정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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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현재의 시간표대로라면 4월 말에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5월 중에는 미북 간 첫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남북정상회담 합의 소식은 지난 3월 초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한 뒤 돌아와 6개항의 언론발표문을 통해 공개되었다. 발표문과 일문일답 내용을 살펴보면,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함께 정상 간 핫라인을 운영하고 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통화하기로 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매우 의미있는 일이며 상징적 조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으며, 만일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보장이 이루어진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면서 선대의 유훈을 언급했다고도 했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모라토리엄도 선언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 그리고 재래식 무기를 남한을 향해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김정은이 진행될 한미연합연습도 이해한다는 언급도 했다는 전언이다. 끝으로 우리측의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을 초청했다는 사실도 언론발표에 포함되어 있다.

우리 특사단은 미국을 방문하여 김정은의 미북정상회담 의지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여 5월 중 회담을 개최한다는 입장을 정의용 특사를 통해 발표했다. 이후 우리 특사단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각각 방문하여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관련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사실이라면 4월과 5월에 연달아 열리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관계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진정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올 것 같은 기대가 높아진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현 상황에서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으며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면서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 성사가 전적으로 자신의 역할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향후 김정은과의 만남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며 회담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도 했다.

두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우려 또한 큰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행태를 감안할 때 남북, 미북 정상회담 제의와 비핵화 의지 표명, 그리고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진정성이 과연 있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북핵문제가 처음 촉발된 1990년대 이후 북한은 남북 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1992), 미북 간 제네바합의(1994), 중국이 의장국이었던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선언(2005) 등 비핵화를 전제로 한 제반 합의와 약속을 했지만 지킨 적이 없다. 국제사회를 기만하면서 시간을 벌고,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던 북한이 그리도 쉽게 핵을 포기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김정은이 선대 유훈을 거론하며 비핵화의지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의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진입금지를 염두에 둔 조선반도의 비핵화 주장이다. 또한 남북 간에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6·15공동선언(2000)과 10·4선언(2007)도 나왔다. 수많은 대화와 교류가 이어졌고,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실시되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를 보여온 북한이 갑자기 변화된 것일까? 현재까지 정상회담과 비핵화 관련 북한의 공식 반응은 전혀 없다.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에도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 또한 북한의 저의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제 우리에게 놓인 과제는 기대를 현실로 만들고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막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분명한 행동으로 보일 때까지 공고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과거의 꼼수를 반복한다면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해 보여줘야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강력한 대북억제력과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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