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차명상가 이화순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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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3   |  발행일 2018-03-23 제35면   |  수정 2018-03-23
“茶의 맛·향 심신안정 효과…요리·명상·심리상담과 접목”
차요리연구가로도 활동한 이화순씨가 만든 차요리와 연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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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상가 이화순씨가 차와 명상의 이로운 점에 대해 설명하다가 활짝 웃고 있다. 그의 얼굴에서, 그리고 말투에서 여유로움과 평온함이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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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요리연구가로도 활동한 이화순씨가 만든 차요리와 연요리.

워낙 거센 커피의 기세에 눌려 약간 위축된 듯한 양상이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차(茶)의 인기 또한 만만찮았다. 한국의 전통 녹차를 비롯해 보이차·말차 등 중국·일본 등에서 즐겼던 차들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단순히 차를 우려 마시는 것만 아니라 차와 관련된 요리도 다채롭게 개발돼 색다른 맛과 건강을 챙기는 이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 같은 차의 부흥기에 지역에서 차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차문화 개발에 앞선 차명상가 이화순씨는 눈에 띄는 존재였다. 다도를 기본으로 차와 관련된 음식, 차와 명상을 접목한 차명상 등의 대중화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특히 차를 마시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주는 명상을 하는 차명상은 독보적인 경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젊은층에서도 호응을 얻어 계명대 차명상동아리 ‘둥지’의 지도교수로도 왕성한 활동을 했다. 10년 전 대구를 벗어나 서울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이씨의 새로운 시도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요리에 명상·심리상담을 접목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예순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최근 전국을 돌아다니며 차명상·자연요리 등을 교육하고 보급하느라 대구에서의 활동이 다소 줄고 있는 것을 아쉬워했다.


명상 좋은점 알리기…茶와 연결 효과적
수행 명상, 정신 맑게 하는 채식도 도움
젊은층에 체험기회 많이 주고 적극 홍보
차명상 동아리 2천명…봉사활동도 활발

차·연근 등 ‘자연·채식요리’개발·보급
소중한 사람 위해 만든 요리, 건강한 삶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여유 갖고 살아야


▶일반 차인과는 좀 다른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차명상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저를 차인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차 이전에 명상부터 했었습니다. 1970년대 중후반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부와 명예를 좇는데 이를 얻은 뒤의 행복이 왜 그리 짧기만 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지요. 결국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밖으로만 시선을 돌려서 그렇게 된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생활명상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차 활동은 1980년대에 들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명상을 하다가 차로 빠져들게 된 이유가 있었을 듯합니다.

“명상의 좋은 점을 체득했으니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명상이라는 것이 공기처럼 꼭 필요하기는 한데 실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체가 있는 무언가와 연결해서 일반인에게 알리면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는 데 차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차를 마시는 과정, 차의 맛과 향 등이 심신을 안정화시키는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명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지요. 지인 중에 차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명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서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주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차를 배우게 됐고 차의 매력에 빠져 더 깊이있는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채식주의자로 알고 있습니다. 채식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차와 명상을 깊이있게 공부하면서 1990년대 들어서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명상은 스스로의 내면을 찾아가는 여정이고 여기서 마음을 한곳에 모으는 집중이 필요합니다. 채식이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활명상을 할 때는 채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수행명상을 하면서 채식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앉아서 24시간 이상 명상을 할 때도 있는데 채식을 하고 차를 마시면 명상에 도움이 됩니다.”

▶자연요리·채식요리 등을 개발해 대중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차를 활용한 음식과 대구에서 많이 재배되는 연을 활용한 요리를 많이 개발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연빈재라는 채식 및 연(蓮)요리 전문식당도 제자들과 운영했습니다. 채식이 주는 건강함을 잘 알고 있고 많은 제자들도 그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일반인에게 보급하자는 취지로 식당을 열었지요. 제자들과 오랜 시간 연구 개발한 건강음식을 소개하는 식당이었는데 요리 연구개발과 경영에는 좀 차이가 있어 결국 식당은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제자들이 강의 등을 통해 건강요리, 즉 채식요리와 연근요리를 널리 보급하고 있는 중입니다.”

▶계명대 차와명상전담교수, 차명상동아리 ‘둥지’의 지도교수로 10년 이상 활동해왔습니다.

“차와 명상 모두 좋은데 이 둘을 합쳐 놓으니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는 젊은이들에게 이를 체험해 볼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계명대에서 활동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지요. 2003년부터 맡고 있는 차명상동아리 지도교수는 보람도 있습니다. 동아리 학생들이 차명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은 물론 문화프로젝트 등도 펼쳐나가는데 저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데 서울에 올라간 이유도 차명상동아리 때문이라 했는데요.

“2013년 동아리 회원들이 서울에서 지원금을 받아 골목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차와 관련된 것을 했습니다. 주제가 ‘(마시는) 차가 있는 거리, (달리는) 차가 없는 거리’였지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서울의 여러 골목에서 차를 대접하고 벼룩시장도 운영했지요. 동네의 사소한 일들을 기록하는 잡지도 만들었는데 저는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차와 관련된 프로그램과 학생들이 매일 먹은 식사를 도와주었습니다.”

▶차명상동아리가 지역에서 차명상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압니다.

“현재 차명상동아리를 거쳐간 이들이 2천명이 넘습니다. 차명상동아리가 가장 역점을 두고 한 것은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장애인 관련 기관을 찾아가 차·명상·예절 등을 교육하는 재능기부를 하는 것은 물론 바자회 등을 열어 판매수익금을 어려운 이웃돕기에 사용했습니다. 2013년 창립되던 해부터 1년에 한번씩 동아리책자인 ‘나눔지’도 10년간 발행했습니다. 회원들이 열심히 활동해준 덕분에 차명상동아리가 지금까지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요리와 명상, 심리상담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요리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요리를 가르치면서 요리가 가진 무서운 힘을 알게 됐습니다. 요리는 곧 사랑입니다. 요리는 단순히 끼니를 때울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슨 요리를 할까 고민을 하고 정성을 들여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합니다. 요리 선정에서 특히 요리를 즐길 사람이 좋아하는 요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지요. 그리고 요리를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되고 정성을 다하게 됩니다. 그런 요리에는 사랑과 에너지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요리가 단순히 맛으로 먹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에너지를 먹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리를 하고 그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건강을 찾게 됩니다.”

▶좋은 사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령에서 요리수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요리 때문에 모든 일에 위축된 한 주부를 만났습니다. 요리가 맛이 없으니 가족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답니다. 그런데 요리를 배우고 맛있는 요리를 가족과 함께 먹으면서 가족 간의 사랑이 충만해졌다는 것입니다. 요리는 물론 다른 일에서도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단순히 요리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요리하는 과정에서 그 주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을 하면서 그 주부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또 다른 에너지와 자신감을 심어준 것입니다.”

▶차명상가로서 요즘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많을 듯합니다.

“혜민 스님이 한 말씀이 있지요. ‘그러려니 하고 살자.’ 이 말을 명심하고 살았으면 합니다. 인생에서 힘든 일, 고통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겠습니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러려니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살았으면 합니다. 아무리 아픈 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니 달게 참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견뎌나갈 힘이 생기게 되지요. 그리고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재가 이어져 미래가 됩니다. 현재에 집중해 일을 하다보면 바쁠 것도 욕심낼 일도 없습니다. 현재의 일을 잘 해나가야 그다음 일도 잘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에 감사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반복된 연습을 통해 가능합니다. 여기에 명상이 필요합니다. ”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화순씨는 계명대 차와명상전담교수, 계명대 차와명상동아리 지도교수, 유빈문화원 원장, 한국교류분석상담학회 대구지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에서 차문화교실, 차문화명상교실, 차문화자연요리교실 등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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