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해남 달마고도 트레킹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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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3   |  발행일 2018-03-23 제37면   |  수정 2018-03-23
땅끝에서 본 천년 비경…치유의 길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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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절벽 위에 자리한 환상적인 도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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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대웅보전과 부속건물 뒤로 보이는 달마산의 몽환적인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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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의 암군이 햇빛에 의해 흰무리로 영롱한 마봉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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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 절벽 50m 아래에 있는 신비의 용담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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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와 신비로 가득찬 도솔암과 얕은 흙 위에 서 있는 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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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입구에 서 있는 달마대사의 입상.

흰 바위로 된 거대한 산은, 햇빛을 되쏘는 빛 무리로 은은하다. 마치 공룡의 등뼈처럼 울퉁불퉁한 기암 괴봉이 일만의 바위군으로 7㎞나 이어지는 산은 눈과 입을 멍하니 열게 하고 가슴을 건반처럼 두드린다. 게다가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욱 빛을 보낸다는 보석 오팔처럼 미황사의 자비로 가득 찬 눈에 비치는 산은 허연 낮달 같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소백산맥이 두륜산을 지나 마지막으로 우뚝 솟은 산이 달마산(해발 489m)이다. 국토의 가장 남쪽 땅 끝에 있는 이 산은 기암괴석 흰 바위군이 빼어나고, 수려한 풍광과 장엄한 기상으로 남도의 소금강이라 불리운다. 달마고도의 출발점인 미황사를 먼저 둘러본다.

출발점 미황사
천장 곳곳에 그려진 1천분의 부처님
세 번만 절해도 한가지 소원 이뤄져
응진당마당에 서면 환상의 뷰 포인트

달마고도
달마산 주변 옛 12개 암자순례 로드
4코스…총 17.74㎞ 6시간 30분 소요
흰 규암 너덜지대 지나는 발길 ‘가뿐’

용담굴·도솔암
벼랑길 끝 용이 승천한 후 남은 용담절벽위 의상대사 창건 천년기도 도량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 남도의 제일 경


◆미황사 답사

달마산과 황금비(黃金比)를 이룬 대웅보전에 들른다. 1754년 중수할 때 한 단청은 250여 년이 지나면서 고운색이 바래지고, 느티나무로 된 기둥과 벽면은 켜켜이 쌓인 세월의 숨결을 자아낸다. 대들보와 천장은 산스크리트어와 천불벽화로 장엄되어 있는데, 그 미적 아름다움이 인도의 아잔타 석굴벽화, 중국 둔황 막고굴의 천불벽화에 비견되기도 한다.

유일 스님(1720~1799)의 책 ‘임하록’에 “미황사는 예부터 1천불이 출현할 곳이다”는 내용에서 1천불의 출현을 염원하며 벽화를 그렸다고 한다. 천장 곳곳에 그려진 1천분의 부처님 때문에 세 번만 절하면 삼천배가 되는 셈이 되어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속세에서 부처님의 나라로 건너가는 배를 뜻하는 대웅보전을 나와 석축을 따라 시부저기 올라간다. 동백꽃으로 외벽 담을 두른 작은 규모의 응진당 주련이 망막에 각자를 새긴다.

“낮에 달이 뜨고 밤에 해가 돋으며(晝現星月夜開日), 여름에 얼음이 얼고 겨울에 무지개가 서네(夏見氷雪冬見虹), 눈으로 듣고 코로 보고 귀로 말을 하네(眼聽鼻觀耳能語), 마음을 텅텅 비우니 무한한 힘이 나타나네(無盡藏中色是空).”

깨달음의 노래다. 우주는 대극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축의 반작용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오른 뺨을 치는 자에게 왼뺨을 내밀어야 한다. 과학에서 배운 지식의 해독을 깨뜨리고, 한번만이라도 겨울 무지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의 눈으로 듣고, 마음의 코로 보아야 한다. 깨달으면 눈과 코의 기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귀로 말해야 한다. 상대의 말을 잘 들으면 그것이 가장 잘 말하는 것이다. 성인(聖人)의 성(聖)은 귀(耳)로 잘 듣는 것으로, 입의 역할을 하는 왕(王)이라는 뜻이다. 입당하여 가운데 석가모니불, 좌우 아난존자·가섭존자에게 세 번 절을 한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낮추면 자기를 볼 수 있다.

하늘 아래 한 점에도 못 미치는 산에서, 그보다 더 작은 미황사 응진당에서, 지금 내가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 이렇게 절을 하면 한없이 작고 보잘것없는 내가 보였다. 그리고 나를 있게 한 모든 연기(緣起)가 보였다. 수없이 나를 퍼다 버리면 환희심이 불꽃처럼 피었다. 당을 나와 마당에 선다. 경내에서 가장 높은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감동한다. 환상의 뷰 포인트다. 특히 해질녘 진도와 주변 섬들이 붉은 바닷물 위로 떠 있는 절경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부도전, 명부전, 삼성각을 다니면서 절을 한다. 절은 절을 많이 하라고 그렇게 부른다. 사적기를 본다. 신라 경덕왕 8년(749) 인도에서 경전과 불상을 실은 금인(金人)이 타고 있는 돌배가 사자포구(현 갈두항)에 닿자 의조화상(義照和尙)이 이것을 소등에 싣고 오다가 소가 드러누운 산골짜기에 절을 지어 미황사라 했다. 미황사도 의조 스님의 꿈에, 소가 미(美)라고 우는 울음소리와, 금인(金人)의 황금빛에서 황(黃)을 가져와 미황사라 지었다고 한다. 미황사 하고 부르면 황금의 워낭소리가 들린다. 이제 달마고도로 떠난다. 그때 누군가의 트랜지스터에서 음악이 흐른다. 아그네스 발차의 감미로운 크로스 오버 곡 ‘카테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네’였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우린 모두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거야. 나는 달마고도로 12시에 떠나네.

◆달마고도 트레킹

달마고도는 미황사 금강 스님의 발원에 의해 시작되고, 공사비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로 재직할 때 도비 12억7천만원을 지원했다. 달마고도를 조성하면서 자연훼손을 피하기 위해 삽·호미·곡괭이를 사용해 기존 옛길의 돌이나 나무를 최대한 살렸다. 하루에 40명의 인부가 250일에 걸쳐 땀을 흘린 큰 역사였다. 달마고도는 산 중턱 길로, 평균 고도가 200내지 300m이며, 모두 4코스로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으로,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이란 아이콘을 화면에 깔았다. 달마고도는 달마산 주변 옛 12개 암자를 이어주는 1천년이 넘는 옛길을 복원한 암자 순례 로드로, 자연 친화와 치유의 길이다. 지난해 11월18일 개통식을 하고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자 많은 탐방객이 찾아오고 태고의 땅 달마고도는 남도 명품 길로 거듭났다.

달마고도는 총 17.74㎞이며 일반인 기준 6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코스별로 보면 제1코스(2.71㎞)는 미황사~큰바람재, 제2코스(4.37㎞)는 큰바람재~노지랑골, 제3코스(5.63㎞)는 노지랑골~몰고리재, 제4코스(5.03㎞)는 몰고리재~미황사다. 이번 트레킹은 4코스다. 자연 그대로의 길을 시나브로 걷는다. 부도전과 이름 모를 암자 터를 지난다. 편백나무 숲이 있어 잠시 머문다. 상쾌한 공기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흰 규암의 너덜지대는 잘 다듬어져 있어 지나는 발길이 거뜬하다.

◆용담과 도솔암 트레킹

도솔암 가는 이정목을 따라간다. 예까지 오면 도솔암은 꼭 봐야 하는 비경이므로 가파르지만 땀을 흘리며 오른다. 길목에 있는 용담굴에 들른다. 온통 바위투성이 틈에 꽤 넓은 굴이 있고 바닥은 옹달샘이다. 신비한 기운이 감돈다. 벼랑길 끝에 이런 곳이 있다니 신의 솜씨다. 옛적 용담굴에 천년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용이 있었다. 드디어 천년이 되는 날, 용은 커다란 용트림을 하며 승천했고 용이 살았던 바위굴은 옹달샘과 용담이 되었다. 용담에서 조금 더 오르자 도솔암이 나타나고, 절경의 절벽 위에 있는 도솔암을 촬영하기 위한 포토존도 있다. 도솔암에 다다른다.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기도 도량이다. 그 후 의조화상이 이곳에서 수행 정진하다가 미황사를 창건했다. 도솔암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면 난들과 바다가 흐리마리하다. 마치 천상의 그것처럼 황홀한 비경이다. 미래불인 미륵불이 내려온다는 도솔암에서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지만, 특히 서해로 떨어지는 낙조의 오소소한 까치놀은 남도 제일경으로 너무 아름다워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비경 중에 비경이라고 한다. 시간이 썰물처럼 빠지자 날머리 마봉리로 옴나위없이 내려간다.

현대병을 앓는 우리는 트레킹 로드를 걸으면서 스스로 내적 치유의 문을 열어야 한다. 자신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걸어내려가 내 뼈를 찾고 내 영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글=김찬일<시인·대구힐링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김석 대구여행사 이사>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미황사~부도전~암자터~인길~용담굴~도솔암~마봉리 주차장 (약 6㎞, 3시간30분)

▶문의: 미황사 (061)533-3521

▶내비 주소: 전남 해남군 송지면 미황사길 164

▶주위 볼거리: 해남 공룡박물관, 땅끝마을, 대흥사, 고산 윤선도 유적지, 영암호(철새 도래지), 명량대첩 해전사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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