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의 패션디자이너 스토리] ‘구찌’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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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3   |  발행일 2018-03-23 제40면   |  수정 2018-03-27
무명의 디자이너, 브랜드 로고 과감히 드러내며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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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가 2016·2017년 선보인 가을·겨울 패션

구찌가 달라졌다. 그것도 젊고 획기적으로. 최근 전 세계 패션계의 큰 이슈로 떠오른 구찌는 이제 2030세대가 열광하는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가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창조적인 발상으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197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자유분방한 히피 아버지와 영국 유명 영화사의 수석 비서로 세련되고 멋진 여성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으면서 자랐다. 그는 일찍부터 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로마에 있는 의상학교를 졸업하고 니트 디자이너와 펜디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을 하며 초기 디자인 경력을 쌓았다. 2002년에 구찌의 디자인 스튜디오로 오게 되면서 디자인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12년간 진행하면서 누구보다도 구찌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며 자신만의 실력을 만들어갔다.

디자인 외 다양한 업무 경험 실력 쌓아
구찌 수석 디자이너 발탁 당시 우려감

럭셔리 브랜드의 절제된 세련미 탈피
화려한 꽃무늬·호랑이·뱀·곤충 자수
클래식한 GG로고 만나 트렌디 더해
2030 밀레니얼세대 소비 맞아 떨어져

남성복에 리본·레이스·코사지 접목
남녀 구분없는 컬렉션…존재감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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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품브랜드 ‘구찌’의 혁신을 주도한 알레산드로 미켈레.

2014년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프라다 지아니니가 매출 부진에 따른 책임성 사임으로 인해 구찌를 떠나자 평범한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온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의 새로운 수석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구찌의 새로운 CEO 마르코 비자리가 미켈레의 집을 찾아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구찌의 패션쇼를 제안하게 되고 정확히 1주일 후 미켈레는 식상하고 올드한 느낌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새로운 남성복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치르게 되며 전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사실 미켈레가 수석 디자이너로 발표되었을 당시 패션계 대다수 사람들은 우려를 표했으며 무명의 디자이너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이끌어갈 총책임자로 결정된 사실에 파격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러나 미켈레의 컬렉션이 발표된 이후 침체된 구찌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며 유명 디자이너와 럭셔리 브랜드의 조합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패션계의 공식을 깨뜨리면서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디자이너로 우뚝 솟아올랐다.

한동안 럭셔리 브랜드들은 절제된 세련미로 패션계를 주도하였다. 브랜드 로고는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시크한 세련됨이 주를 이루었으나 미켈레의 패션관은 이와는 반대로 브랜드 로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화려함을 표출하며 빈티지와 앤티크함이 살아있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스타일이 주를 이루었다. 미켈레는 빈티지와 화려한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프린트와 과감한 패턴의 믹스, 그리고 자유분방한 디자인적 미학을 통해 그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로 미니멀리즘이 판을 치는 패션계에 맥시멀리즘이라는 새로운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함께 1980년대부터 2000년대생인 ‘2030 밀레니얼 세대’가 색다르고 화려한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시장 성장을 주도하게 된다. 구찌의 이러한 변화된 컬렉션과 2030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가 맞아떨어져 구찌의 매출은 2017년 40% 이상 급성장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1위 브랜드로 등극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구찌는 이제 연령대가 높은 중년의 브랜드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의 브랜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였다.

미켈레는 빈티지하고 복고적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구찌가 가진 클래식함을 살리되 화려한 꽃무늬 자수와 호랑이, 벌, 뱀, 곤충 등 다양한 모티브를 클래식한 GG 로고와 함께 사용하여 지루할 수 있는 패턴에 트렌디함을 더해 위트 있게 표현하였다. 이런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은 클래식과 현대적인 감각의 만남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내며 젊은 고객층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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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할 정도로 알이 굵은 반지, 할머니의 옷장에서 꺼낸 것 같은 원색적인 화려한 꽃무늬의 원피스, 광택감을 지닌 새틴 소재에 사실적인 호랑이와 뱀의 자수가 놓인 점퍼, 얼굴을 다 가릴 정도의 커다란 복고풍 선글라스, 섬세한 레이스와 리본이 만들어낸 로맨틱한 블라우스 등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자유로운 디자인 철학을 잘 나타낸다. 전통적으로 구찌는 남성복과 여성복 라인을 구분한 제품들을 선보였지만 미켈레는 이를 타파하고 여성복에서 사용되던 리본과 레이스, 코사지 등의 장식과 패턴을 남성복에서 선보이며 남성복과 여성복을 통합한 컬렉션을 진행하여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비록 그는 무명의 디자이너였지만 누구보다 멋지게 패션계에 혜성처럼 등장하며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었다. 미니멀한 세련된 시크함이 주도하는 패션시장에 자신만의 맥시멀리즘을 미켈레만의 디자인과 개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함으로써 미켈레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또한 브랜드의 클래식함을 버리지 않고 그만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었다.

패션계의 화려한 역사를 쓰고 있는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 앞으로 그가 보여줄 가능한 불가능이 더욱 기대된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rh0405@krifi.re.kr)

#류현씨는 경북대 천연섬유학과와 의류학과, 동 대학원 섬유시스템공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유니폼 운영지원 담당으로 일했다. 현재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신기술개발팀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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