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살리는 ‘십시일반’…크라우드 펀딩 활용하라

  • 최수경
  • |
  • 입력 2018-03-24   |  발행일 2018-03-24 제11면   |  수정 2018-03-24
20180324

지난달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때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종목에 출전한 민유라-겜린 조는 ‘아리랑’선율에 맞춰 감동의 연기로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후원 기업이 없던 이들은 사비를 털어서 훈련을 해왔다. 지난해부턴 작심하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훈련비를 모금했지만 신통찮았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이들의 펀딩금액은 1억3천만원을 넘었다.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크라우드 펀딩 개념은 이때 좀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의 합성어다. 주로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창업초기) 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자주 쓰는 한자성어인 ‘십시일반(十匙一飯)’과 의미가 비슷하다.

초기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적극 활용한다고 해서 ‘소셜 펀딩’으로도 불렸다. 이 크라우드 펀딩은 국내 업계에선 4~5년전쯤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지자체가 지원에 나선 지난해부터다. 과거엔 스타트업 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소수로부터 일정 규모의 자금을 투자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리스크 없이 제품 생산 및 개발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보증기관이나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개발 제품 및 프로젝트만으로 안전하게 사업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아예 시장 반응을 미리 살피며 제품 성능을 개선하는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는 기업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크라우드 펀딩
자본력 떨어지는 창업 초기 기업들
온라인 플랫폼 이용 사업자금 조달
대구서 작년 14개사 도전 9곳 성공
목표액 1천% 넘는 대박 터트리기도

전문가 조언
제품 개발 단계부터 해외시장 고려
임팩트 있게 알리는 홍보영상 제작
스토리텔링 통한 고객 설득이 중요
SNS 적극활동 팬도 많이 확보해야

◆스타트업 기업의 희망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 펀딩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출발점인 인터넷 플랫폼(사이트)에 친숙해져야 한다.

펀딩을 진행하려면 스타트업 기업은 플랫폼에 등록해야 한다. 국내에선 ‘와디즈’나 ‘텀블벅’이 인지도가 높다. 해외시장 진출을 겨냥한다면 미국의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와 ‘인디고고’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최근엔 일본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캠프 파이어’까지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이 엔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지분형과 보상(Reward)형으로 나뉜다.

지분형은 법인형태의 기업에 투자한 뒤 펀딩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해당 기업의 지분을 나눠 받는다. 반면, 보상형은 기업의 제품에 투자(후원)한 뒤 그 대가로 해당 제품을 우선적으로 제공받는다. 규모로 보면 지분형보다는 보상형이 많다. 이유는 지분형 펀딩은 법적 요건이 다소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선 법인요건을 갖춰야 하고, 지분을 가진 주주들에게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설득하려면 준비작업이 꽤 필요하다. 기업경영에 있어 주주의 간섭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시라도 빨리 제품생산 및 개발비가 필요한 기업이라면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제품개발 실적과 인맥이 없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지분형에 더 관심을 둘 만하다.

보상형은 시제품만 있으면 언제든지 플랫폼에 올려서 후원받을 수 있다. 펀딩이 성공리에 종료되면 후원자들은 해당 제품을 가장 먼저 받아서 이용할 수 있다. 얼리 어답터가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펀딩에 나서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보상형이 훨씬 부담이 적을 수 있다.

다만 펀딩이 목표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해당 프로젝트는 자동 종료된다. 무사히 목표금액을 달성하면 기업 대표는 플랫폼 사이트 게시판에 제품 배송날짜를 공지한다. 만약 배송 시일이 지체되면 그 이유를 후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 이럴 경우 일반 인터넷쇼핑몰과 달리 후원자들은 대부분 수긍한다고 크라우딩 펀딩 전문가들은 전했다. 약속한 제품의 배송 자체가 아예 힘들게 될 경우, 펀딩을 받은 기업대표는 ‘환불’을 공지해야 한다. 보상형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제품 생산 후 100여명의 충성도 높은 고객을 초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은 첫 제품에 대한 시장반응을 이들 초기고객을 통해 재빨리 살필 수 있다. 향후 제품 성능개선에도 분명 도움받을 수 있다.

◆지역기업들의 펀딩 도전사

대구에서는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기업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장을 본격적으로 내밀었다.

모두 14개 스타트업 기업이 펀딩을 시도했고, 이 중 9개사(프로젝트는 총 11개)가 성공했다. 하중 분산과 자세 교정 기능이 있는 백팩을 사업 아이템으로 한 루프세터(대표 노현태)는 킥스타터(미국)에 등록 후 펀딩(보상형) 목표금액을 1만달러로 잡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론칭 5시간 만에 목표를 달성했고, 최종 모금액은 2만달러였다. 통상 모금기간이 1~2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호응이 좋았다는 방증이다. 이 기업은 현재 추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교 교보재인 블록코딩제품을 개발한 코블(대표 박제현)도 펀딩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업자금을 확보했다. 1천100만원을 목표로 했는데 킥스타터를 통해 론칭한지 보름 만에 1억1천만원을 투자받았다. 모금 달성률은 1천%를 넘어섰다.

레디오(대표 조상우)는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한 ‘식빵 고양이 파운드 캣’제품과 관련, 국내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투자자금 조달을 시도했다. 목표액은 1천만원이었다. 626명이 후원하면서 모금액은 2천700만원으로 불어났다. 두 번째 펀딩도 보기좋게 성공해 자금 1천900만원(목표액 700만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펀딩 전문가들은 설사 기업들이 펀딩에 실패해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펀딩에 성공하면 생산 및 개발자금을 안전하게 확보하면서 제품 브랜드 가치도 끌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해도 학습효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적어도 현 상태로는 제품이 시장에서 기대만큼 어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펀딩 성공유무와 관계없이 플랫폼상에서 마케팅활동을 하며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차후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도 이끌어 낼 수 있다.

◆펀딩 시 고려사항

김현덕 경북대 스타트업지원센터장(첨단기술원장 겸임)은 크라우드 펀딩 도전자들에게 몇가지 조언을 했다.

우선, 해외시장에서도 능히 통할 수 있도록 글로벌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래를 본다면 제품개발단계에서부터 국내 시장만 보지말고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하라는 것이다. 펀딩과정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여겨 가급적 해외 플랫폼에 등록해서 시장 반응을 빨리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처능력을 키워보라는 이야기다.

펀딩이 진행될 플랫폼 등록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제품을 임팩트있게 알릴 수 있도록 제품 동영상 제작에 적잖이 신경써야 한다고도 했다. 플랫폼 등록 후 제품에 대한 답글을 쓸 때도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답글쓰기를 소홀히 할 경우, 모금기간 중 목표 투자액을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차후를 기약할 때도 제약요인될 수 있단다. 기업 또는 제품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에 컨설팅을 해주는 ‘컨텍스트 인사이트 닷컴퍼니’(경기도 용인)의 대표이사이자 크라우딩 펀딩 전문가인 정윤훈 대표는 “본격적 펀딩에 앞서 사전에 각종 SNS활동을 통해 팬(초기 고객)을 가급적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에 동영상 또는 제품 이미지를 올릴 때는 퀄리티를 높이는 것도 좋지만 실제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상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시장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플랫폼 게시글과 댓글 달기 등에 적극적이고도 빠르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그래야 펀딩 후 진행될 비즈니스에서 지속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