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인터뷰] 김윤식 제32대 신협중앙회 회장 “임기 내내 醉하고 싶다, 오직 신협·신협인·신협을 사랑하는 마음에”

  • 최수경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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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24   |  발행일 2018-03-24 제22면   |  수정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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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으로는 처음 신협중앙회 지휘봉을 잡은 김윤식 회장은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적극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환갑을 갓 넘긴 말쑥한 정장차림의 신사는 앞으론 마냥 ‘취하고 싶다’고 했다. 평생 몸담아 온 조직의 핵심부에 입성한 그는 이젠 그 속에 푹 빠져 살고 싶단다. 설사 헤어나오지 못해도 상관없단다. 그만큼 일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방증이다. 대구가 고향이고 이곳에서 사업 잔뼈가 굵은 그가 이달 초 전국을 사업영역으로 하는 풀뿌리 서민금융기관인 신협을 총괄지휘할 신협중앙회의 새 회장에 취임했다. 대구에서 효성청과<주>와 호텔 아리아나를 경영하는 김윤식 대표이사(62)다.

지난 5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신협 중앙회 본부 대강당에서는 제32대 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단상에서 취임사를 읽어내려가던 김 회장의 뒤편엔 ‘신협에 취하고, 신협인에 취하고, 신협을 사랑하는 마음에 취할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졌다. ‘취’자 옆 괄호안에는 한자 ‘醉(취할 취)’가 적혀 있었다. 김 회장이 고민해서 내건 문구다.

“서예를 하면 몸의 기운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 한 40년을 해왔다. 이 일을 하다보니 제일 좋아하는 한자가 생겼는데 그게 바로 ‘취할 취’자다. 일에 대한 ‘열정’을 잘 표현한 한자다. 임기 4년동안 오직 신협을 위해서만 취하겠다.” 이 말에서 그의 각오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도 남았다.

김 회장은 신협에서 맡을 수 있는 감투는 다 써봤다. 대구 북구 산격동의 단위조합인 ‘세림신협’ 부이사장·이사장을 비롯해 대구 북구지역 신협평의회장, 대구신협협의회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직전엔 신협중앙회 이사였다. “나처럼 이렇게 밑에서부터 단계를 밟아 회장 자리까지 올라온 이는 없을 것”이라며 그는 웃었다.

목표 의식은 분명했다. 그는 “‘조합의, 조합을 위한, 조합에 의한 중앙회’라는 기본으로 돌아가 신협의 선명성과 신인도가 제고된 최고의 금융협동조합을 푯대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는 주말에만 대구에 온다. 지난 17일 수성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정장 상의에 부착된 신협 배지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신협은 이미 그의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신협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25년 전쯤에 인연을 맺었다. 그때는 한창 서예에 심취해 있을 때다. 우연한 기회에 세림신협에 통장을 개설하면서 자연스레 신협가족이 됐다.

▶평소 신협이 사회적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다.

-우리나라 인구정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절벽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 신협은 가족정책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은 분명 실기였다. 인구가 늘지 않으면 생산인구가 줄어들어 장기 경기불황이 찾아온다. 그렇게 되면 신협의 자산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임기 중 서민층을 겨냥해서 특별히 진행하고 싶은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서민의 주거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다. 자녀가 셋인 서민계층에 가구당 2억~3억원을 연 2%대 저금리로 대출해 줄 생각이다. 국내에는 대상자가 약 15만가구로 알고 있다. 만약 이 정책이 호응이 좋아, 정부도 동참하면 금리를 0.5~1.0%대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아울러 세 자녀를 둔 신협 조합원들에게는 단위조합과 중앙회에서 직원 채용시 가산점을 주려한다. 폴란드의 경우 국가 자체적으로 한 가정에 자녀가 3명이상이면 이 중 한 명은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가정에는 월 300만원씩 지원해준다. 우리 신협이 나서면 국가차원의 인구정책도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895개 신협 단위조합(지점 포함시 1천700개)을 활용해 각 지역에는 자활센터를 운영하겠다. 우리나라는 수명은 연장되고 있지만 정년 퇴임시기는 똑같다. 그래서 한창 청년처럼 일할 60대가 어정쩡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들에게 도배, 청소, 세탁, 미용, 목욕 등 다양한 기술을 가르쳐주는 교육공간이 필요하다. 관련 분야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기술을 전수하고, 교육생은 사회로 재진출시키려고 한다. 한번 입소문을 타면 대중목욕탕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서 구인수요가 많을 것이다.

장애인 전용버스를 도입해 각 지역 장애인단체에 무상대여해 주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일단 3~4대(대당 1억5천만원)를 구입할 예정이다. 현재는 장애인이 이동하고 싶어도 버스가 태부족이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 모든 사업들엔 사랑·봉사·협동이라는 신협정신이 관통한다.

우연히 통장 만들며 신협가족 된 지 25년
단위조합 임원 거쳐 이달초 중앙회장 취임
제일 좋아하는 한자 ‘醉’로 일 열정 표현

세 자녀 가구 2억∼3억 연리 2% 주택 대출
노년 자활센터·장애인 전용버스 무상대여
서민층·사회적 약자 위한 사업 추진 구상

‘회의는 짧게, 보고서 간단히, 집행은 빨리’
4년 뒤 자산 150兆 목표로 조직 혁신바람
여신협력부·AI 도입 시스템 정비도 계획


▶시스템 정비와 관련해 별도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신협 전체 조합원이 600만명이고 총자산은 82조원이다. 올 연말에는 자산이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임기 종료시점인 2022년엔 자산이 150조원까지 늘어나도록 힘쓰겠다. 신협은 일종의 범 세계적인 국제기구지만 이익이 생기면 오롯이 국내에 머물며 지역사회에 환원된다. 반면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은 수익이 생기면 자금이 해외로 많이 빠져 나가기 일쑤다. 신협통장 개설이 곧 ‘애국’이라는 심정으로 업무에 임할 것이다. 일단 여신협력부를 신설해 단위 조합이 양극화문제를 해소할 생각이다.

특히 농촌지역 단위신협은 돈은 있어도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다. 앞으로 중앙회가 나서서 대출처를 물색한 뒤, 단위조합과 연계대출을 하고 이자수익을 나누겠다. 그러면 농촌지역 단위조합에 새로운 고정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

신협 고객 연령대가 고령화되는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를 신협 시스템의 선진화와 연계시켜 고민하고 있다. 인공지능(AI)시스템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 할머니가 신협에 오면 안마의자에 편안히 앉아 인공지능(AI) 로봇과 금융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이미 만들었다. 해외도 방문해 좋은 방안을 꼭 찾겠다. 젊은 고객층 유입과도 연결될 수 있어서 절대 놓칠 수 없는 분야다.

신협정책지원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중요하다.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편이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농협은 농림수산식품부가 관련 업무를 관할하며 규제를 완화시켜 가는 추세다. 유독 신협만 같은 조합형태인데도 아직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관리를 받는다. 일반 금융기관의 엄격한 잣대를 신협에 갖다대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과제가 공동유대(영업구역) 확대와 출연금 인하다. 새마을금고는 대출사업영역이 해당 소재 지역 전체인데 신협은 조합 소재지가 있는 해당 구(區)지역에 묶여 있다. 단위조합에서 발생할 사고에 대비한 충당금 성격인 ‘출연금’도 내려야 한다. 다른 상호금융조합은 사실상 2억원으로 고정돼 있지만 신협은 수익에 따라 적립해야 한다. 규모가 큰 단위신협은 매년 20억~30억원을 내는 곳이 있다. 이때문에 신협의 전체 출연금은 1조1천500억원에 달한다. 출연금이 너무 과도하다. 신협법 개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어떤 이미지로 남고 싶은가.

-4년 뒤 대의원들이 투표없이 회장 연임을 요청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신협 회장 상임제 이래 여태껏 연임한 중앙회장은 없었다. 그만큼 임기동안 열정을 바쳐 열심히 하겠다. 신협은 분명 지금이 과도기다. 규모는 갈수록 커지지만 그에 비례해 각종 규제완화와 제도 개선의 목소리 또한 높다.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조직에 혁신바람을 불어넣고 싶어서 우선 회의방식부터 바꿨다. 신협중앙회의 모든 회의에는 3S정책이 구현되고 있다. 회의는 짧게(Short), 보고서는 1~2장이내로 간단하게(Slim) 작성하고, 집행은 속도감있게(Speed) 진행하고 있다. 내 별명이 ‘돌쇠’다. 한눈팔지 않고 자기 일에 충실하고 우직한 성격이라서 붙여졌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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