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대구에도 새봄이 와야 한다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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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2   |  발행일 2018-04-02 제30면   |  수정 2018-04-02
지역출신 전직 대통령 4인
모두 구속되고 구치소생활
헌정사를 부정할 수 없지만
이제 과거시대와 결별하고
‘新TK패러다임’만들 때
[송국건정치칼럼] 대구에도 새봄이 와야 한다

지난 주말 서울의 한 대형서점으로 책 구경을 갔다. 신간코너를 훑던 중 책 한 권의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대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다’. 부제는 ‘새로운 대구를 열기 위한 제언’, 저자는 ‘새대열 엮음’이었다. 책장을 넘겨보니 ‘새대열(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은 ‘대구를 바꾸어 나라를 살리자는 정신으로 창립된 지역정당 지향 유권자단체’라고 소개돼 있었다. 여기까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하나의 정치세력 결성을 알리는 책 정도로 여겼다. 그러다 이 책에 글을 쓴 27명의 명단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시민단체 리더부터 대학 교수와 초등학교 교사, 변호사, 화가, 시인, 한의사, 언론인까지 대구·경북 지역사회 구성원이 망라된 까닭이다. 김형기 새대열 상임대표(경북대 교수)는 서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 구속은 대구지역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제 대구도 대오각성하고 크게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각계 인사들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했다.

실제로 글을 쓴 27명은 ‘꼴통소리 그만 듣자’는 자기반성에서부터, ‘보수의 심장, TK정치의 대분화’란 현실진단, ‘대구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역사적 책임론까지 다양한 견해를 쏟아냈다. 대구·경북지역의 교육 문제를 비롯한 지역혁신 방안도 폭넓게 다뤘다. 저자들은 지역사회에서 활동분야가 다를 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지금껏 보여준 성향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현 상황을 초래한 원인분석과 현실인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울림은 같다. 80%대 투표율, 80%대 득표율로 당선시킨 박근혜정부의 몰락에 따른 자괴감은 그만 떨쳐내고 새로운 지역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필자는 ‘신(新) TK패러다임’이 굳이 ‘박정희 패러다임’의 폐기를 전제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정희 시대와의 결별은 말할 수 있어도 완전부정은 곤란하다.

박정희 시대와의 결별을 위해선 후계정권들과도 정신적으로 고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인물은 모두 11명인데, 그중 5명(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이 ‘TK정권’ 소리를 들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계자 격인 4명은 모두 구속됐었거나 지금 구치소에 있다. 결별은 한쪽 당사자만 해선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 고향으로 삼았던 대구·경북의 끈을 이제 놓아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그제(3월31일) 구속된 지 1년을 맞았다. 작년 10월16일 구속기간이 연장된 이후 반년 가까이 재판을 보이콧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1년 만에 구치소로 간 이 전 대통령은 아예 처음부터 검찰의 방문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어쨌거나 국가원수를 지낸 인물들이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사법절차를 거부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여전히 TK의 열성적인 지지층에 기대고 있다고 다른 지역에선 본다.

박정희 시대와 마찬가지로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시대도 결별의 대상이지 온전히 부정할 순 없다. 그건 다른 역대 대통령들(이승만·윤보선·최규하·김영삼·김대중·노무현)도 마찬가지다.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평가해야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할 수 있다. ‘신 TK패러다임’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콕 집어 정의하긴 어렵다. 다만 앞서 소개한 책을 쓴 저자들처럼 각 분야 현장에서 자신이 체험하고 느낀 점들을 털어놓고 그중에서 공통분모를 골라내는 작업을 꾸준히 하면 새롭고 희망적인 지역정서가 생기지 않을까. 이제 대구에도 겨울을 깨고 새로운 봄이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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