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예술에서도 소통이 대세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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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5   |  발행일 2018-04-05 제31면   |  수정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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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 아트바젤을 다녀왔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참여했고, 거장들의 작품이 쏟아졌다.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라는 명성이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대구 미술도 글로벌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구의 리안갤러리와 우손갤러리가 당당히 부스를 마련했다. 세계 미술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셈이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가 대구화랑협회장이라 더 반갑다. 대구화랑협회는 대구 최대의 미술축제인 대구아트페어를 주관한다. 안 대표는 홍콩에서 작품 판매뿐 아니라 대구아트페어에도 신경을 썼다. 대구아트페어는 오는 11월 개최된다. 국내는 물론 세계의 유명 갤러리들과 접촉해 대구아트페어 참가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아트바젤에서 대구 미술의 부각과 함께 눈길을 끈 것은 인카운터(encounter) 섹터였다. 실험적인 설치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아트페어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이다. 도저히 판매될 것 같지 않았다. 미술관이나 비엔날레에서 봄 직한 작품들이었다. 갤러리 부스 중간중간에 널찍하게 설치됐다. 홍콩 아트바젤에 참가하는 갤러리의 부스 임차료는 무척 비싸다. 비싼 임차료를 내면서 전혀 판매될 것 같지 않은 설치 작품을 전시하는 게 놀라웠다.

특히 독일 작가 울라 폰 브란데부르크(Ulla von Brandenburg)의 ‘7개의 커튼’과 오스트리아 작가 에르빈 부엄(Erwin Wurm)의 ‘1분 조각’<사진>이 흥미로웠다.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관객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 관객들은 ‘7개의 커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사진을 찍었다. 작품 속에 들어가 스스로 작품이 됐다. 관객 참여 측면에서 ‘1분 조각’은 더욱 도드라졌다. 말 그대로 1분간 조각이 되는 작품이다. 누구나 가능하다. 관객들은 아티스트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 1분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를 조각화한 셈이다. ‘1분 조각’은 물질이 아니다. 만질 수가 없다. 아트페어에 비물질 작품이 나온 게 신기할 따름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카메라 세례가 터졌다. 아트페어와 미술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품으로 불릴 만 하다.

홍콩 아트바젤을 보면서 대구아트페어가 새삼 떠오른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다만 대구아트페어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트페어는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장터가 아니다. 현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관객과의 소통은 지극히 당연하다. 세계적 추세로도 자리잡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대구아트페어는 시끄러웠다. 아트페어와 함께 열린 ‘청년미술프로젝트’가 사전검열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작가가 전시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관객들이 적극 참여하는 대구아트페어가 돼야 한다. 작가들에게 전시 성격에 맞지 않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선 안 된다. 홍콩 아트바젤이 증명한다. 미술장터의 성격에 맞지 않는 다양한 작품이 즐비하다. 한국의 민중 미술까지 소개될 정도다. 청년미술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대구미술협회가 염두에 둬야 한다.

올해는 대구사진비엔날레도 개최된다. 대구시가 마련한 사진축제다. 다양한 사진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해외의 유명 큐레이터를 예술감독과 기획자로 영입한 만큼 기대가 크다. 세계의 다양한 시선을 만나볼 수 있다. 시민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

홍콩 아트바젤에선 해외의 유명 작가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으로 불리는 제프 쿤스는 관객들의 사진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했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작가라면 한번쯤 스스로를 돌아볼 만한 장면이다. 관객과의 소통은 갤러리뿐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필요한 일이 될 수 있다.

조진범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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