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죽음을 부르는 죄, 자살방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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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6 07:35  |  수정 2018-04-06 07:35  |  발행일 2018-04-06 제10면
[변호인 리포트] 죽음을 부르는 죄, 자살방조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지난달 5일 부산에서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여성 BJ가 생방송 도중 건물 8층에서 투신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이혼 후 혼자 살면서 5년 전부터 BJ활동을 시작했고, 우울증 치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20여명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상태에서 투신해 충격적이었다. A씨는 방송 진행 중 만취한 상태로 울먹이며 신세 한탄을 했다고 하는데, 살 용기를 북돋워 준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담배를 피우거나 옷을 수시로 갈아입으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던 A씨를 위로한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그가 자살을 시사하자 “뛰어내려라”는 댓글로 조롱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자 A씨는 갑자기 “나, 간다”라고 하고는 창밖으로 몸을 던졌고, 키우던 개 2마리도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기관은 당시의 영상자료를 분석했지만, 댓글이 저장돼 있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시 방송 접속자를 상대로 일일이 조롱사실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자살을 결의한 것으로 보이는 A씨의 행위를 촉진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는 자살방조죄에 해당하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형법 제252조 제2항). 자살방조죄는 자살이 범죄가 아님에도 방조자를 처벌하는 특별규정이다. 방조행위를 독립된 구성요건으로 특별히 규정한 유사한 것으로, 간첩방조·도주원조가 있다. 원래 형법총칙상의 방조죄는 정범보다 형을 감경하는데(형법 제32조 제2항), 이 특별규정들은 방조행위 자체가 정범의 실행 행위에 버금가므로 형을 감경하지 않는다. 한편 이 죄는 자살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자를 방조한 것만 처벌하므로, 어린 자식에게 함께 죽자고 권유해 익사케 한 것은 자살방조가 아니다. 우월적 의사지배를 통해 살인죄의 간접정범을 범한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 성인 간에 진실로 합의동사를 시도했는데 일방만 죽은 경우 상대 죽음에 방조사실이 인정되면 생존자에게 자살방조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반면 애초 합의동사할 생각 없이 상대를 속여 상대만 죽게 한 것은 위계 살인죄(제253조)가 된다. 지난해 3월29일에는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던 남녀가 “죽을 때까지 술 마셔보자”고 하고 투숙 후 소주 62병을 마시다가 여성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결국 망자에게 약을 올려 죽음을 촉진시킨 행위는 자살의 동인과 명분을 주어 자살을 용이하게 실행하도록 한 것으로 자살방조죄에 해당하고, 만약 약을 올렸지만 뛰어내리지 않았거나, 뛰어내렸지만 살아난 경우라면 자살방조죄의 미수범이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상 ‘자살 조장 정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 것이 2017년 1분기에만 317건이라 하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돈보다 사람의 목숨이 중하다. 한편 방조행위는 이미 범행결의를 가진 자의 실행을 용이·촉진하는 원조행위로, 수단·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흉기대여, 정보제공, 조언, 격려가 모두 포함된다.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사기방조로 처벌되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단 이별을 안타까워하면서 “잘되겠지, 몸조심해라”고 말하며 악수를 한 것은 범죄의사를 강화시킨 방조가 아니다.
천주현 형사전문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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