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골목에 숨어있는 중화요리 집 ‘3대 천왕’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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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6   |  발행일 2018-04-06 제38면   |  수정 2018-04-06

우리나라 중국요리의 역사는 1882년 임오군란을 해결하겠다는 핑계로 청나라 군대 3천여명이 제물포(인천)로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이때부터 칭다오, 옌타이 등 중국 산동지역 상인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후 1949년 중국의 공산화로 본토와 격리되고 6·25전쟁 이후에는 한국과 중국이 국교가 단절되면서 한국에 살던 화교들은 먹고살기 위해 하나둘 중국식당(중화요리 집)을 열었다. 60년대 말만 하더라도 전국에 3천여개의 중국집이 있었다. 72년에는 3만2천989명의 중국인이 한국에 거주했다고 한다. 이후 한국사회에서의 차별 등으로 살기 힘들어 미국, 호주, 대만 등지로 이민을 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72년부터 92년까지 무려 1만여명의 화교가 줄어들게 된다. 중화요리 집은 화교에 의해서 운영되는, 한국에서 토착화된 중국식 요리를 해내는 현지화된 메뉴를 선보이는 집이다. 정부는 중화요리 가격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한다. 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밥을 팔지 못하게 했다. 짜장면 가격 통제, 한국 음식점과의 경쟁 등으로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집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오랜 세월 화교들이 운영하거나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화요리 집에서 요리를 배운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중화요리 집은 여전히 많다. 중국 음식의 맛은 화공(火工)과 도공(刀工)기술의 절정이라고 한다. 불 쓰는 기술과 칼 쓰는 기술의 융복합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불의 세기를 어떻게 조절하고, 재료를 칼로 어떻게 절단하고 갈무리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대가가 된다. 또한 중식 요리 기구인 웍은 초보자와 프로의 기술 수준이 천양지차. 1년 차 조리사와 수십 년 내공의 조리사의 스냅 테크닉은 비교를 불허한다.

어느 순간 중식당은 광장보다 뒷골목에 피어나야 더 그럴듯하다는 고정관념이 생겨났다. 작지만 요리를 잘하는 중국집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주인이 주방에 버티고 있는 집과 오래된 집일수록 맛있는 요리를 해낼 가능성이 높다. 코스요리가 필수적으로 있는 집이나, 탕수육은 소스를 섞지 않고 튀김만 먹어도 맛있는 집은 요리에 내공이 있는 곳이다. 원래 맛있는 재료로 요리를 하면 누가 해도 맛있다. 하지만 짜장면과 짬뽕은 다르다. 짜장 소스가 맛이 있거나 짬뽕을 잘하는 집은 대개 요리를 수준급 이상 해낸다. 유명 중국집이나 호텔 중식당이 아닌, 골목에 숨어 있는 주방장 손맛이 출중한 중화요리 집을 소개한다.


용해원
40년 중국요리 경력 한국인주인 주방 진두지휘
불맛나는 해물짬뽕·느끼함 적은 쟁반짜장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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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원’ 깐쇼새우·해파리냉채·유산슬·고추잡채

대구음식관광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깐쇼새우·고추잡채·해파리냉채가 맛있는 집이다. 화교가 운영하는 집은 아니다. 40년 중국요리 경력의 한국인 주인이 주방을 진두지휘한다.

새우를 튀겨 칠리소스에 볶은 깐쇼새우는 소스가 튀긴 재료에 스며들 때까지 약한 불로 졸인다. 튀김 새우의 담백한 맛과 매콤달콤한 소스의 어우러짐이 꽤 환상적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다. 튀김옷 반죽에 식용유를 약간 넣는 게 이 집 맛의 비법이다. 반죽에 넣었던 식용유가 튀김기름에 쏙 빠지고 대신 튀김 자체에 미세한 공기층을 만들어 더 바삭거리는 맛을 만들어 낸다.

고추잡채도 당면이 축을 이루는 우리식 잡채와 좀 다르다. 채소와 고기를 넣는 것은 비슷하지만 주재료 한 가지만 넉넉히 넣는다. 맵지 않은 고추를 채 썰고 고기와 볶아낸다. 꽃빵을 쌈 싸듯 먹는 맛, 무엇보다 여러 명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어 행복한 식감을 만끽할 수 있다.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인 해파리냉채. 오돌오돌하면서도 부들부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톡 쏘는 알싸한 맛과 쫄깃함이 있다. 먹기 좋은 크기의 채소·해파리·게맛살에 다진 마늘, 겨자, 단촛물 등을 넣어 조물조물 버무렸다. 오이가 들어가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청명하다.

이 집은 짜장면과 짬뽕이 맛있기로도 소문나 있다. 해물짬뽕은 얼큰하면서 불맛이 확실하다. 해산물에서 우러난 산뜻한 국물이 면과 섞여 기분 좋은 매운 맛을 낸다. 쟁반짜장은 달착지근하지 않아 느끼함이 적다. 유난히 반짝이는 다크 초콜릿 빛이다. 심심할 정도로 간이 세지 않다. 북구 태전로7길6. 0507-893-6947

덕영
화교 2대 걸쳐 50년넘게 운영…담백·깔끔한맛 비결
쫀득한 양장피·입안 가득 씹히는 팔보채 식욕 돋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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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영’ 팔보채·양장피

50년 넘게 2대에 걸쳐 화교가 운영하는 집이다. 이 집의 요리나 국물 음식은 기름기가 적다. 담백하면서 깔끔한 게 특징이다. 기름은 라드(Lard)를 쓰지 않고 채종유만 쓴다. 전반적으로 짜거나 달큰한 맛이 적다.

한국식 중화요리인 양장피가 대표적인 메뉴다. 먹기 좋게 채 썬 각종 채소와 오징어, 게살, 해삼 등 해산물이 잘 섞인 건강식이다. 접시에 색을 맞춰 알록달록 돌려 담은 재료들이 보기만 해도 화려해서 식욕을 돋운다. 쫀득한 양장피는 돼지고기와 양파로 볶아 접시 중앙에 담아낸다. 양장피는 전분으로 라이스페이퍼처럼 만든 피(皮)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폭의 국수 모양으로 당면 맛과 비슷하다. 먹기 전에 기호에 따라 양을 조절하여 향긋한 겨자소스로 버무리면 된다.

해삼, 새우, 가리비, 소라, 낙지, 키조개, 청경채, 죽순 등 8가지 재료를 고추기름에 볶아 따끈하게 내는 팔보채. 전분을 넣은 하얀색의 걸쭉한 유산슬과는 다른 음식이다. 재료를 한입에 먹기 좋게 큼직하게 썰어 제법 입안 가득 씹힌다. 각 재료의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 해물과 채소의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오래 익혀야 하는 것과 살짝 익혀야 하는 것을 구분해서 시차를 두고 조리한다. 갖은 채소에서 우러난 시원한 맛이 걸쭉한 소스에 잘 어우러져 있다.

짜장면, 짬뽕, 야키우동 등은 직장인 점심 메뉴로 인기다. 야키우동은 매콤한 볶음우동이다. 해물과 돼지고기를 채 썰어 배추·호박·부추 등의 채소, 그리고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고 센 불에 재빨리 볶아 마지막에 면을 넣고 한 번 더 볶는다. 이 집은 화교들 사이에서도 음식 맛있기로 소문나 있다. 수성구 달구벌대로 2319-4. (053)755-3945

더 차이나
수준 높은 코스요리 등 합리적 가격으로 맛 봐
색다른 메뉴 어향육슬·별스러운 맛 새우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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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냉채·크림새우·기스면

국민 먹거리인 중화요리는 저렴한 한 끼 식사로 꼽히는 짜장면이나 짬뽕과 달리 일품요리의 경우 가격이 부담스럽다. 이 집에 가면 수준 높은 일품요리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일정한 순서에 맞춰 나오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코스메뉴도 있다. 형편에 따라 맞춤형 코스요리도 가능하다.

재료 자체의 맛에 충실하며 직접 만든 소스로 요리에 맛을 더한다. 화학조미료보다는 모든 요리에 ‘상탕’이라고 해서 생닭, 구운 닭, 사골, 파, 생강 등으로 오랜 시간 우려낸 육수를 사용한다. 그래서 좀 더 진하고 고소하게 맛을 낸다.

여기는 다른 중국집에 없는 색다른 메뉴가 있다. ‘어향육슬’이다. 목이버섯·돼지고기·청양고추·죽순채·표고버섯 채 썬 것을 새콤매콤달콤하게, 비린 맛이 전혀 없게 물고기향이 묻어나도록 볶아 낸다.

크림새우는 제법 큼직한 새우를 통째로 밑간하여 튀겨 고르곤졸라치즈와 슬라이스 아몬드를 뿌려 마무리했다. 상큼하고 달착지근한 새우탕수도 별스러운 맛이다. 코스요리 마무리 식사로 많이 찾는 기스면도 특별하다. 다른 집처럼 국물이 걸쭉하지 않고 맑다. 면은 짜장면 반 굵기. 진하게 우려낸 닭육수에 해삼, 죽순, 표고버섯 등을 고명으로 맛을 낸다.

중국 음식 특유의 느끼함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해산물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조리하려고 한다. 탱글탱글하고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가고 국물 맛이 칼칼한 짬뽕이다.

40년 요리경력의 주인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요리는 다 비슷하다는 편견을 단번에 없애준다. 수시로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 걸 요리사의 본분이라 여긴다. 음식은 화려한 빛을 발산하지만 가격만은 무덤덤하다. 달서구 와룡로 10길 8. (053)521-6560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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