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놀이·랩 바꿔 노래…공부를 놀이처럼 해요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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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9 07:48  |  수정 2018-04-09 07:48  |  발행일 2018-04-09 제15면
■ 초등생, 학원 안 보내고 공부습관 들이는 방법
선생님 놀이·랩 바꿔 노래…공부를 놀이처럼 해요
①강지원 학생이 한국사에 등장하는 인물을 카드로 만들어 정리한 것.

② 강지원 학생의 독서일기.

③ 강지원 학생이 자신이 배운 역사를 화이트보드에 적어 놓은 것. 이것으 로 엄마에게 역사 강의를 하며 즐거 움을 느낀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초등생 자녀의 공부법을 어떻게 지도할지 몰라 답답해 하는 학부모들이 적잖다. 학원에 보내 교과, 비교과를 두루 섭렵하도록 지도하기도 하지만, 자녀가 학원에 가기 싫어할 땐 ‘과잉 학습이 아닐까’하며 의구심이 생긴다. 지난해 대구시교육청이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실천 우수사례’를 공모했다. 초등생들이 사교육 없이 어떻게 공부하고 무엇을 성취하는지 정리해봤다.

◆박세인 대구 성동초등 6년생

교과 학원 대신 좋아하는 예체능 배우며 우등생으로
피겨스케이팅·수영·스키·피아노 등 익혀 ‘특기 富者’
배운 것 설명해보기·‘공부일기’…자연스레 반복학습


대구 성동초등 6학년인 박세인 학생은 교과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자신이 배우고 싶어 피아노 학원에 가는 것이 전부다.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학원 숙제가 너무 많다” “또 지진이 났으면 좋겠다. 학원 안 가도 되니까” 등 불평을 하면서도 ‘가지말라’고 하면 “전부 다니니까 안 가면 불안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이 학원에 가있는 동안 박세인 학생은 무엇을 할까? 좋아하는 예체능을 배운다. 덕분에 특기가 많다. 지난해엔 피겨스케이팅을 배웠다. 1급을 땄다. 일찍부터 수영을 배웠고, 아빠 덕분에 스키를 배워 3학년 겨울에 교육감배 스키대회에 출전해 3등을 했다. 또 피아노를 꾸준히 배워 성당에서 반주를 맡고 있으며, 중창단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다.

박세인 학생은 “학원에 안 가는 대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부모님께서 공부 학원을 보내지 않는 대신 내가 배우고 싶어하는 다양한 예체능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서 “특기가 하나 둘 생기면서 자신감이 붙어 좋다. 각종 대회에도 나가 상도 많이 받았고, 학급에서 회장, 부회장도 도맡아 하고 있다”고 했다.

공부방법도 나름 터득하고 있다. 먼저 ‘선생님 놀이’ 하듯 공부하기다. 책을 보지 않고 오늘 배운 것을 선생님처럼 설명해보는 것이다. 따분하거나 지겹지 않고 놀이를 하는 것 같아 저절로 공부가 된다고 설명했다. 둘째 방법은 랩을 만들어 노래를 부르는 것. 외워야 할 내용이 나오면 랩으로 바꿔 불러 보는 것인데, 의외로 암기가 잘 된다고 한다. 또 박세인 학생은 ‘공부 일기’를 쓴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일기처럼 정리하는 것. 조금이라도 기억이 나는 내용은 무조건 쓴다. 배운 내용을 생각해보고, 적고, 적으면서 보고 하는 식으로 3단계를 거치다보면 자연스레 반복학습이 된단다.

박세인 학생은 “주변에 중학교, 고등학교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불안하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작은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면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앞으로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천천히 공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채윤 중학생의 상원초등 시절

“학원 안 다니니 수업에 더 집중”…공부계획표 작성
배울 내용 미리 읽고 이해 안되는 부분 수업 후 질문
방과후 학교 도서관…독서는 많이 보다 정독에 무게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남는 시간 책 읽으며 공부

올해 중학생이 된 김채윤 학생도 상원초등 재학시절, 사교육을 받지 않아 득을 본 케이스다. 그는 “공부는 집중이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 수업 때 더욱 집중해야 했다”면서 “선생님 말씀만 잘 들어도 절반 이상은 이해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채윤 학생은 학교에 가기 전,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엔 표시를 해뒀다. 그 다음날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좀더 열심히 듣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잘 모르면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에게 질문을 했다.

방과후 시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책을 자주 읽어줬는데, 어느새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혼자 책을 읽을 때는 머릿속으로 읽은 내용을 기억하고 이해를 한 후 넘어간다. 잘 이해가 안되는 책은 다시 한번 읽어본다.

김채윤 학생은 “친구들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랑을 하지만, 이해를 제대로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무조건 책을 많이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정독하려고 애쓴다. 매일 읽어야 할 페이지수도 정해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학교 도서관에 자주 들르면서 사서 선생님과도 친해졌다. 사서 선생님은 학생에게 직접 필독도서를 추천했고,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물어보면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매일 공부 계획표를 작성했다. 고등학생 선배들이 주로 하는 방법이지만 일찍부터 시작한 것이다. 계획표를 쓰는 이유는 평소에 조금씩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때는 벼락치기를 해도 된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공부 습관을 들이는 데엔 좋지 않다. 매일 꾸준히 공부를 하면 좀더 많은 문제를 천천히 익힐 수 있어 좀더 기억을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강지원 대구 범일초등 2년생

입학 前 우연히 위인전 읽고 역사 공부에 재미 붙여
자신만의 ‘역사책 쓰기’…한국사능력시험 1급 합격
화이트보드에 적으며 엄마에게 역사 강의 펼치기도

◆‘역사책 쓰기’ 재미붙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합격

강지원 범일초등 학생(2학년)은 자신만의 공부법으로 ‘역사책 쓰기’를 소개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우연히 위인전을 읽고 역사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엄마가 문구점에서 사준 책을 한권한권 모으는 재미도 벌써 알게 됐다.

강지원 학생은 역사책을 읽으며 재미있거나 의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내용을 직접 공책에 정리하면서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부라기보다 놀이처럼 접근한 것. 또 화이트보드에 역사적 내용을 직접 필기하며 엄마에게 역사 강의를 펼치기도 한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해 1급을 땄다.

강지원 학생은 “역사책을 좋아해 시간 날 때마다 읽었는데, 아는 것이 많이 생기고 어려운 시험에도 붙었다.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도 공부라고 생각하니 더욱 즐겁다”라고 설명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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