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사회적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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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0   |  발행일 2018-04-10 제31면   |  수정 2018-04-10
[CEO 칼럼]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사회적가치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사회적기업의 많은 유형은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을 끌어안는 기업적 실천을 수행한다. 사회구성원이면 누구든 일상생활에 필요한 적정수준의 재화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연령, 성별, 인종, 장애여부로 사회구성원이 누리는 재화와 서비스를 얻지 못할 때, 사회적으로 배제되었다고 여겨진다. 사회적 배제는 관계의 배제로 이어지면서 결국 고립된 상황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사회적 배제 계층을 끌어안는 노력은 사회통합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에서는 인권보호, 안전, 노동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제공,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협력 등을 포함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사회적가치로 정의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취약계층에 일자리 및 사회서비스 제공, 더 많은 일자리의 창출, 지역사회 문제 해결 등을 목적으로 하여 해결되지 않은 사회문제의 대안을 찾아가는 데서 출발해 충족되지 않은 사회적 욕구를 해결하는 사명을 화두처럼 잡고 운영한다. 이는 기업으로서 경제적 효율성 이외에 사회적 목적성 가짐을 뜻하며, 사회적가치를 품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사회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거나 줄이는데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문제의 담지자들과 함께 일하며 섞여 살아야 한다는 지향은 고집스럽게 가지고 간다. 선행이나 자선이 아닌 연대의 정신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립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가면서 사업을 이끌어간다. 에이즈 환자들의 자활을 위해 만든 ‘빅핸즈’, 발달장애인들과의 공동작업을 꾀하는 유은복지재단의 ‘나눔공동체’, 쪽방주민의 자립을 위해 만든 ‘따신 밥 한그릇’ 등은 좋은 사례다. 누구든 이러한 조직화를 통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사회적책임을 더 의식하게 되면 될수록 그 사회적가치는 가시화된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은 본성을 잃지 않으면서 시장경쟁의 험난한 파고를 이겨내야 한다.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의 정신과 시장에서의 생존은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게다가 최근 정부 중점과제로 사회적경제 육성이 부각되면서 사회적경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왔는지를 수량화하고 증명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들 스스로 사회적가치를 드러내 소문도 내고 투자도 받고 내실화·규모화를 꾀해 더 적극적으로 시장보완재적 역할을 수행하라는 이야기다. 이제는 가슴만으로 현실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는데서 그치지 말고, 머리로 현실을 계산하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사회적가치기업으로서의 본격적인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경제기업에 도전이자 기회다.

사회적경제기업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목적성을 더 선명하게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도전이며, 지역중심성과 혁신성을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다. 이미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사회적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사회경영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지는 주제다. 유럽연합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영역으로 ①먹거리와 주택 같은 기본적인 필요 ②에너지, 교통, 물공급, 폐기물 처리 등과 관련된 지역에 분산되는 소규모 기술시스템 ③모든 분야의 근린서비스 ④지역문화활동과 문화유산의 보호 ⑤여가와 오락서비스 ⑥환경보호 및 보존 개선 ⑦지방정부의 사회기반시설 서비스 등을 들고 있다.

얼마 전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한 포럼’을 마친 뒤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중 한 곳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의미있는 사업을 같이 기획, 입안, 실행해보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정례적으로 만나 각각의 자산, 역량, 지향, 결핍된 부분과 공통의 문제의식을 연계해 지역에서 정말 필요한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잘 되었다. 이 기회에 공동협업으로 사회적가치를 신나고 멋지게 실현해보는 거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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