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욕심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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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1   |  발행일 2018-04-11 제30면   |  수정 2018-04-11
김관용 도지사 쉼없는 행보
곱지않게 보는 사람 있지만
더나은 경북 만들기에 필요
반백년 경험 전하고픈 마음
퇴임후에도 계속되길 바라
[동대구로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욕심
전 영 경북본사 1부장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퇴임을 2개월여 앞둔 지금도 도내 시·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가 하면 각종 행사에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다. 이 같은 행보를 지켜보는 사람들 가운데는 12년 동안 다녔으면 됐지, 마지막까지 그렇게 일선 공무원들을 닦달하느냐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이는 김 도지사가 직원들을 손아귀에 꽉 잡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담금질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바라보는 김 도지사의 행보는 다르다. 김 도지사가 일선 시·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특강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의 치적을 알아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자신이 경북도지사로서 구미시장으로서 쌓은 경험을, 앞으로 경북도가 더 많이 성장하고 나아가야 할 미래의 비전을 후배 공무원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시·군마다 갈 길이 다르다. 어느 시는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먹고사는 것이 낫고, 또 어떤 곳은 그렇지 못하며 여전히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시·군별로 갖고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미래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역별로 자신들에게 맞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도지사는 지난 12년 동안 도내 곳곳을 방문하고 시·군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지난 12년은 정치인 김관용이 아니라 행정가 김관용의 삶이었다.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버리지 않으려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는 입만 열면 먹고사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에도 들이대보았다.

행사장에서 자주 만나는 기자들이나 도민은 김 도지사의 행사장 축사를 거의 외울 정도다. 그는 아랫사람들이 써준 축사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지만, 마이크만 잡으면 대본과 상관없이 머릿속 생각들을 그대로 쏟아낸다. 그런데 즉흥적인 연설이 대부분 먹고사는 일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어제 행사장에서의 축사나 오늘 행사장에서의 축사가 대동소이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발로 뛰며 깨달은 자신의 경험을 후배 공무원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것이 김 도지사의 마음이다. 이런 마음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아들에게 건네는 아버지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50이 넘은 아들에게 찻길 조심하라는 80대 노모의 이야기와 같다. 김 도지사의 눈에는 일선 시·군에서 뛰고 있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아들이나 딸 같아 보이는 게다. 귀하디 귀한 자식들이 올바른 길을 걸으라고 노파심에 한마디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혼자서 경험하고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억겁의 수많은 시간을 앞서간 학자나 성현들이 경험하고 알아낸 지혜와 지식들을 배우고 깨닫고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 도지사의 특강은 이와 다르지 않다. 그가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세의 어린 나이에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시작한 반백 년의 공직생활 이야기가 고리타분할 수도 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는 교훈이다.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여러 후보자들의 출사표를 보면 적게든 많게든 김 도지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다른 길을 걷고 있는 한 여당 후보의 슬로건이나 정책들도 묘하게 닮아 있다는 것에서도 그가 걸어온 길의 경험이 적지 않은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자신의 50년 공직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후배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잰걸음으로 다니는 것을 욕심이라고 말한다면, 필자는 김 도지사가 더 욕심을 부렸으면 좋겠다. 퇴임 후에도 계속되길 바란다.
전 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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