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없이 기기 연결하는 블루투스, 의사와 환자도 잇는다

  • 손선우
  • |
  • 입력 2018-04-12 07:31  |  수정 2018-04-12 07:32  |  발행일 2018-04-12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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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에어팟. <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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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블루투스의 주 용도는 ‘핸즈프리’였다. 블루투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통화는 물론 음악감상, 각종 센서를 활용한 운동량 측정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며 활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 ‘무선(無線) 이어폰’에 대한 당시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했다. 비싼 데다 선이 없어 분실 위험까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는 “사용자 적대적이며 어리석은 일” “많은 사용자들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출시 1년도 지나기 전에 혹평은 호평으로 바뀌었다. ‘폭망(暴亡)’할 것으로 예상됐던 무선 이어폰은 인기제품이 됐고 전 세계 이어폰 시장의 대세로 등극했다. 무선 이어폰의 핵심은 블루투스(Bluetooth) 기술이다.

음성 통화만 가능한 수준에서
2015년 음악감상용 활성화돼

애플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
출시 후 98% 소비자가 만족
의료기기 연결 원격 진료 활용
‘비콘’으로 병원 들어오자마자
진료 자동접수·진료순서 안내

◆근거리 무선통신 블루투스

블루투스는 1994년 스웨덴의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의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에릭슨은 낮은 전력과 적은 비용으로 10m 이내에 있는 다양한 장치들을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통신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블루투스가 공식명칭으로 사용된 건 1998년 노키아, IBM, 도시바, 인텔 등으로 구성된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가 결성되면서부터다. 모든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무선 통신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의미에서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했던 헤럴드 블루투스의 이름을 따왔다. 블루투스라는 이름은 이때부터 언론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블루투스는 2003년 무렵 기술 안정화와 가격 경쟁력이 갖춰지면서 관련기기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고 2005년부터는 전성기가 시작됐다. 초창기 1.2버전에서 데이터 전송속도 3배 증가, 전력소비 절감, 배터리 수명 증가 등 사양을 높인 버전이 잇따라 나오면서 노트북, 개인용정보단말기(PDA),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휴대전화, 무선전화, 프린터, 디지털 카메라까지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이 쏟아졌다.

이 무렵 우리나라 기업들도 블루투스 기능을 속속 도입했다. 휴대폰을 비롯해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프린터에도 블루투스 기능을 내장하고, 내비게이션 단말기에도 어김없이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됐다. 기기 간 호환 문제가 약점으로 남았지만 블루투스 버전이 높아지면서 보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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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 톤플러스 블루투스 이어폰 HBS-A100 <엘지전자 제공>

◆선 없이 귀에 쏙…무선 이어폰 열풍

블루투스 기술의 초기 버전은 겨우 무선으로 음성통화만 가능할 정도였다. 업그레이드된 블루투스 2.0 기술이 나오면

서 음악감상용 스테레오 지원 무선 제품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신통찮은 음질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제대로 된 무선 이어폰 및 헤드폰 제품은 블루투스 3.0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5년을 전후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향상된 데이터 전송 기술로 음질 또한 어지간한 유선 제품에 근접할 정도로 향상됐다.

이듬해 애플이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내놓으면서 무선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시대가 열렸다. 출시 당시 혹평이 무색하게도 에어팟은 불티나게 판매됐다. 지난해 9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NPD의 소

매시장 추적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팟은 미국 내 무선 헤드폰 총 판매의 8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지난해 7월까지 판매된 에어팟만 90만대가량으로 추정됐다. 애플의 신규 제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Creative Strategies)가 942명의 에어팟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98%가 ‘매우만족’ 혹은 ‘만족’ 등 높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삼성과 브리츠, 뮤리슨 등 스마트폰 제조기업과 사운드 전문기업 등에서 잇따라 무선 이어폰을 출시하면서 무선 이어폰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6년 30% 수준이었던 무선 이어폰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0%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에어팟 출시는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전원 및 데이터 입출력을 위한 라이트닝 단자를 제외하고,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모든 케이블을 없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IT제품에서 점점 케이블은 없어지고 있었다. 데스크톱PC과 유선랜은 어느새 노트북과 무선 네트워크로 바뀌었고 PC도 무선 마우스와 키보드를 쓰는 사람이 많아져 선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이어폰이다. 소리는 특성상 끊김이나 음질에 민감한 탓에 아직 선으로 연결하는 것을 감수해 왔다. 하지만 에어팟 출시 이후 음악을 듣는 방식도 변해가고 있다.

◆의료 분야까지 영역 넓힌 블루투스

현재 개발된 블루투스의 최신 버전은 ‘5.0’이다. 블루투스 5.0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선 기술 표준이 ‘근거리’에서 ‘중거리’로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블루투스 5.0은 기존 블루투스 4.2보다 데이터 전송 범위가 4배 더 넓어졌다. 최대 365m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약점으로 꼽혔던 느린 데이터 전송 속도도 개선됐다. 4.2에 비해 2배 빨라졌다. 최대 50Mbps(초당 6.2MB)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데이터 전송 범위와 속도만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사물인터넷 기기를 위한 다양한 신기능이 추가됐다. 일단 위치 파악 기능이 훨씬 정교졌다.

블루투스 5.0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분야는 의료다. 블루투스로 의료기기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혈압·혈당·운동량(심박 수)을 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격 의료가 허용된 영국 등지에서는 블루투스 혈당기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일부 병원에서는 블루투스 기반의 차세대 스마트폰 근거리통신 기술 비콘(Beacon)을 쓰고 있다. 내원하기 전 진료예약을 마친 환자가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켜고 병원에 들어오면 원무과를 거치지 않아도 예약해 둔 진료과에 자동으로 접수가 되고, 진료 순서가 되면 메시지를 보내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측정한 신체활동량을 블루투스 연결로 스마트폰 앱에 자동기록하면 의료진으로부터 건강목표 권고, 건강나이 계산, 사용자에게 맞는 보디 밸런스, 건강 다이어트, 웰빙 라이프 등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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