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달항아리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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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3   |  발행일 2018-04-13 제23면   |  수정 2018-04-13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는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고, 아래와 위의 기물을 따로 만든 뒤 잇대어(사투리로 달아) 붙였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기도 하다는 설이 있다. 이름의 기원이야 어쨌든 백자 달항아리는 유려한 선과 깨끗한 색감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낸 작품으로 꼽힌다. 발 물레뿐이던 조선시대에 높이가 40㎝가 넘는 도자기는 한 번에 뽑아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아래와 위의 몸통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몸체연결기법이 등장한 것이다. 전기 물레가 일반화된 현대는 이 정도 크기의 도자기는 한 번에 빚는 도예가가 많아지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달항아리는 리움미술관의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 등 국보 3점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보물 제1437호 백자 달항아리 등 보물 4점 해서 7점으로 모두 아래 위를 붙여 만든 작품이다. 몸통의 이음새가 비교적 완전하고 비틀림도 거의 없어 전체적인 비례가 안정감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레의 회전속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기물의 두께를 고르게 만들기 어렵고 두께가 차이가 나면 가마에서 소성할 때 깨지거나 일그러지기 쉽다. 발로 차서 물레를 돌려야 했던 조선시대에는 한 번에 기물을 완성하지 못했던 까닭에 달항아리의 완성작이 제대로 나오기 힘들었다.

손으로 만든 달항아리는 균형 잡힌 둥근 형태를 갖고 있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완전한 비례를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이러한 비정형이 달항아리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장작가마에서 만들어진 달항아리는 도예가에 따라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오는 28일부터 5월7일까지 열리는 문경전통찻사발축제에 달항아리 2점이 경품으로 나왔다. 유약과 불의 변화에 의해 단풍이 핀 것 같은 무늬의 달항아리와 오래된 느낌을 주는 흰색의 달항아리다. 달항아리는 좋은 기운을 갖고 있다고 해서 예로부터 양반 등 부유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몇 년 전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달항아리가 문경에서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달항아리의 기운으로 통일에 대비한 경비를 마련하자는 뜻에서 통일부 장관과 도예가가 함께 만들었다. 찻사발의 아름다움도 감상하고 달항아리의 행운도 차지하려면 축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계획을 세워봄 직도 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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