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물클러스터, 손놓은 한국당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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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6 07:11  |  수정 2018-04-16 08:37  |  발행일 2018-04-16 제1면
국회 공전으로 관련 법안 방치 지속…사업 백지화 위기

국내 물 산업 육성을 위해 대구 달성군에 추진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이하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중단위기에 처했다. 관련 법 통과가 3년여 동안 방치되면서 확보한 예산마저 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물 산업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올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편성된 예산 약 632억원 전액을 ‘수시배정 예산’으로 지정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시배정이란 사업계획이 미비하거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을 경우 기획재정부가 예산배정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물 산업 관련 법안(물기술산업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예산사용 근거를 상실해 확보한 국비의 절반 정도만 사용됐다. 총 337억원이 이월됐다”면서 “올해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 예산을 무작정 이월시킬 수 없으므로 수시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수시배정 예산으로 지정되면 건설 공사 및 실험장비 구축에 차질을 빚게 되고, 당초 목표했던 연말 완공 후 2019년 9월 준공이 물 건너간다.

정부·여당, 관련법 미비 이유들며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도 고려 중
환경부는 예산 전액 수시배정 검토
확보한 사업비마저 잃을 가능성

상황 이런데도 한국당 국회 보이콧
3년여 끈 법안 처리 기회 날릴 판

이미 대구시는 클러스터 사업 중 ‘물산업허브도시 조성’을 명목으로 올해 3억원을 확보했으나 이 역시 수시배정으로 묶이면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 문제가 풀리더라도 관련 법 미비로 클러스터 준공은 불가능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클러스터는 인근 산단의 하·폐수를 끌어와서 사용하도록 계획하고 있으나 현재 법령상으로는 인근 시설에서 하·폐수를 끌어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은 전면 재검토를 고려 중이다. 지난달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클러스터 백지화’를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국회환경노동위원회)은 “클러스터가 결국 혈세만 낭비하는 깡통 시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투입된 예산을 생각하면 아깝지만 앞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과 노력, 혈세를 생각한다면 (클러스터)원점 재검토는 합당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역 정치권의 핵심인 자유한국당은 잇단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이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대구·경북 한국당 의원들은 최근 당 지도부를 설득해 물산업 관련 법안을 4월 임시국회 ‘중점처리법안’으로 선정한 바 있지만 지도부가 ‘방송법 개정안’을 이유로 국회 보이콧을 하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도 불투명하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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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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