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확정 20개기업 차질우려…정부·정치권에 강한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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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훈기자
  •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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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물산업 클러스터 법제정 안돼 백지화 위기

대구시는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 개최를 계기로, 물 산업 선도 도시로 도약을 준비해 왔다. 이를 위해 대표적으로 추진한 것이 달성군 국가산업단지 내에 65만㎡(20만평) 규모로 건설 중인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이하 클러스터)다. 관련 기업과 지원시설이 들어설 계획으로 총 2천950억원을 투입, 올해 2019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건설(공정률 50%) 중이다.

하지만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의 안일한 대응으로 클러스터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삽은 떴으나, 법적 근거인 ‘물기술산업법’을 마련하지 못해 예산 집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준공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완공 코앞인데 운영주체 없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클러스터 사업의 경우,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운영주체를 선정한 후에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 사업 추진 절차다. 2014년 대구에 들어선 ‘로봇산업클러스터’는 2008년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통해 운영주체인 한국로봇진흥원(2010년)이 설립돼 운영하고 있다.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 역시 2008년 ‘첨단의료단지 지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2010년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설립된 후 2013년부터 가동 중이다.


뒷받침할 법 없어 운영주체도 못 정해
관련법 3년간 방치하다 이제서야 우선 추진
여야 입장차로 물산업법 협상 쉽지 않아

내년 준공앞두고 중단 위기에 비판 여론
일부 기업 투자 손실땐 손배청구 계획도



하지만 현재 물산업 클러스터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법이 없어 운영주체도 확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즉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이 클러스터 추진에 대한 의지만 갖고 착공부터 했다는 것.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물산업 클러스터는 박근혜정부에서 대구시 건의를 곧바로 수용한 뒤 이를 공약사업으로 결정했다. 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사업이 추진된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대통령 공약과제라는 명분으로 예산을 확보했지만,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클러스터는 무리한 예산 배정으로 해마다 이월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2016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물산업클러스터 조성공사 지연에 따른 이월액이 발생하고 있어 철저한 사업 관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었지만,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는 이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예산 심사 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감액된 것을 예결위원회에서 복원시키는 등 예산 확보에만 급급했을 뿐이다. 운영 근거가 없다 보니 올해 약 900억원의 예산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48억원에 그쳤고, 결국 이 예산은 이월 또는 수시배정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법 마련돼도 운영 불가능

기적적으로 클러스터가 정상 준공 되더라도 당장 운영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 클러스터 계획에 따르면 물 관련 기술 및 제품에 대해 성능시험을 할 수 있는 ‘플랜트 시설’과 특성분석 및 성능평가 지원 등을 위한 ‘실험 시설’이 설치된다.

환경전문가들은 운영주체가 두 시설 설치에 관여하지 않을 경우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한 환경 전문가는 “핵심 시설인 플랜트 시설과 실험 시설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실제 운영주체가 시작 단계부터 참여해야만 가장 최적의 기능 구현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클러스터는 운영주체가 없는 상태에서 설립되다 보니 설계에만 의존하고 있다. 향후 보완공사, 기기교체 등으로 예산낭비 가능성이 있고, 정상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운영주체가 선정되지 못하면서 정부는 실험장비 예산 등을 향후 운영주체 선정 후 반영할 것으로 결정했다. 2019년 1월부터 시운전을 목표로 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올해 예산 편성과정에서 실험장비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면 내년 6월 가동은 어렵다.

특히 물관련 제품 및 기술 개발을 위해 인근 공단의 하·폐수를 끌어와서 사용한다는 계획이지만, 현행 법으로는 불가능하다. 하·폐수를 활용한 실증 실험은 기술 및 제품 개발과 이를 통한 해외 영업에 핵심적인 요소로 손꼽힌다. 때문에 하·폐수 사용이 불가능하다면 기업들이 클러스터를 외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주 기업 떠날 수도

현재 클러스터에는 롯데케미칼 등 20개 기업이 입주를 확정했으며, 일부 업체는 착공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클러스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계약 업체는 물론이고 입주를 고려하고 있던 기업들도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정부의 클러스터 백지화 주장도 나오면서 입주기업들은 간담회를 열고 “대구의 땅에 투자한 것이 아니고 물 관련 정부정책에 투자한 것인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피해를 입게 됐다”며 정부·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가의 정책에 투자한 만큼,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정가는 국회 정치권과 대구시에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관련 상임위도 아닌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이 이를 발의했으나 아직까지 통과시키지 못했고, 이후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구을)이 이를 보완해 법안을 제출했으나 아직 답보 상태다. 대구지역 의원들은 3년여간 방치하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에야 겨우 우선추진 법안으로 선정했지만, 이마저도 국회 파행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정상화 되더라도 법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도 여의치 않다. 여당은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물관리일원화’ 관련법 개정안과 물기술산업법을 연계시키고 있어,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물관리일원화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분리돼 있는 물 관련 업무를 환경부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당은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물 산업에 의지가 있다면 하나로 뜻을 모아 여·야에서 우선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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