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자녀교육]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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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6 07:44  |  수정 2018-04-16 07:44  |  발행일 2018-04-16 제18면
[4차 산업혁명시대 자녀교육]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면(2)
김종오 (광덕자기주도연구소 소장)

엄마: 영재야, 공부할 것도 많고 한데 방학 때 놀지만 말고 공부 좀 해라. 아이: 내가 알아서 한다고. 얼마 후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 엄마: 시험 잘 봤어? 아이: 엄마~ 학원 갈게. 엄마: 시험 못 보고 나니 정신이 드나. 학원 가서 열심히 공부해라. 얼마 후 또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 엄마: 너 학원 가서 뭐 하는데? 아이: 학원 수업이 이해가 잘 안 된단 말이야. 엄마: 이해가 안 되면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되지. 아이: 다른 친구들이 물어보면 잘 가르쳐 주는데 내가 물어보면 잘 안 가르쳐 준단 말이야. 다음 시험에 또 결과가 좋지 않다. 아이: 엄마, 친구 길동이 알지? 걔는 ○○학원 다녔는데 성적 올랐대. 나도 그 학원으로 옮길까봐. 또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 아이: 엄마~ 나하고 학원이 안 맞는 것 같아. 과외시켜 줘. 과외시켜 줬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선생님이 어떻고 저떻고…. 그러는 동안 사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담이 되지만 큰맘 먹고 비싼 선생님을 모시고 왔다. 엄마: 이번에는 진짜 좋은 선생님 모시고 왔으니까 열심히 해야 돼. 얼마 후. 아이: 엄마~ 그런데 이 선생님 이상해. 엄마: 또 왜? 아이: 수학 문제 나보고 풀어 보라잖아. 내가 수학 문제 풀 것 같으면 과외를 왜 하는데~

아이가 찾는 선생님은 자신이 공부를 하지 않고도 성적이 잘 나오도록 해 줄 선생님이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대상이다. 즉,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책임을 돌릴 수 있어서 부모에게 덜 혼나거나 잔소리를 적게 듣게 된다.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낸 학원이 오히려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가 이렇게 되는 이유는 부모의 잘못된 사소한 말과 행동 때문이다. 성적이 기대했던 이상으로 잘 나오면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자기 할 건 하고 논다”라고 부모가 말하거나, 열심히 했는데도 기대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을 때 아이에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더니 뭐 했는데”라는 식의 말을 하게 되면 아이는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보다 좋은 성적이라는 결과에 중점을 두게 된다. 이런 마음에 게으름이 더해지면 노력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길 바라게 되고 이런 생각이 사교육에 의지하게 되는 이유다.

사교육 종사자들은 이런 아이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황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보단 시험에 나올 만한 부분만 이렇게 하면 답이 나온다 식으로 가르치게 되고 이런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아이의 사교육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면서 사교육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런 수업을 받은 학생은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사고할 수 있는 밑바탕도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를 요하는 공부를 하기 싫어 하고 단순 암기만 반복하려 하다 급기야 답 찾는 기계로 전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부모는 아이의 성적과 결과보다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엄마는 점수가 잘 나오는 것보다 우리 지율이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더 대견하네”라고 칭찬해 줘서 아이에게 힘을 북돋워 주자.

김종오 (광덕자기주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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