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홍준표를 둘러싼 몇가지 논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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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6   |  발행일 2018-04-16 제30면   |  수정 2018-04-16
地選기상도 흐린 야당에서
대표 겨냥 2선후퇴론 제기
국면전환 위한 승부수일까
기득권 세력의 흔들기일까
성적표 받은 뒤에 평가해야
[송국건정치칼럼] 홍준표를 둘러싼 몇가지 논쟁들

자유한국당은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보수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지금 상태라면 오히려 이번 지방선거가 보수의 몰락을 수치로 확인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한국당 후보가 우세한 걸로 나타나는 곳은 대구와 경북, 그리고 울산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산과 경남으로 동진(東進)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기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선 한국당 후보(김문수)가 민주당 후보(박원순·우상호·박영선 경선 중)는 물론,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 후보(안철수)와도 버거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 한국당이 좀체 기를 펴지 못하는 건 안팎에 여러 개의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바깥에선 여권이 친 장벽이 가장 두껍다. 문재인정부 출범 1년이 다 돼가는 시점까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까닭이다. 여기다 지지층이 상당수 겹치는 바른미래당의 존재도 한국당에는 장벽이다.

바깥 장벽을 허물기 위해선 탁월한 리더의 지휘하에 모든 병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한국당이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제대로 된 진지(陣地)를 그나마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 한국당에선 홍 대표 자체를 내부의 장벽으로 보는 반대파들이 있다. 이른바 ‘홍준표 리스크’를 얘기하는 사람들이다. ‘반홍(反洪)’ 그룹은 홍 대표가 거친 언행으로 대외적으로 보수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고 주장한다. ‘홍(洪)트럼프’라는 별명처럼 좌충우돌하는 말과 행동이 보수의 품위에 맞지 않고, 이 때문에 지지층을 투표장에 끌어들이지 못할 거라고 쑤군거린다. 또 대내적으론 당을 사당화(私黨化)하면서 공천전략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고 공격한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를 제외하곤 모두 전략공천함으로써 흥행 기회를 날린 점, 서울시장 후보 영입에 차질을 빚다가 막판에 대구에 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불러 올린 점 등을 혹평한다.

‘반홍’ 중진 국회의원들로부터 촉발된 이런 논쟁은 직접 현장에서 표밭을 누벼야 할 한국당의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옮겨붙었다. 최근 시·도지사 선거 공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후보자는 “선거 때 보수유권자를 결집하기 위해서라도 홍 대표가 뒤로 빠져야 한다”며 ‘2선 후퇴론’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후보자는 “당 대표가 선거 때 완전히 빠지는 건 곤란하다. 전직 국무총리급 등을 몇 사람 영입해 홍 대표와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도록 하고, 홍 대표는 영남선거에 집중하는 방법이 낫다”며 ‘대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오죽하면 선거를 두 달가량 남긴 시점에 당 대표 퇴진론이 나오겠느냐”고 수긍하는 목소리가 있다.

반면, 당 안팎에선 이런 움직임을 보수 기득권 세력의 ‘홍준표 흔들기’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는 홍 대표를 공격하는 내부 사람 대부분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보수가 이 지경에 처하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런 원죄론을 떠나서도 선거 두 달을 앞두고 당 대표 거취론을 확산시키는 건 보수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대안으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건 잇단 서울시장 후보 영입 실패에서도 확인됐다. 최근 홍 대표는 막말 논란을 나름대로 해명했고, 지난 금요일엔 반대파까지 포함한 당내 중진의원들과 저녁을 먹으며 그간의 언행을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금까지 벌여온 홍준표를 둘러싼 논쟁은 지방선거 결과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성적표가 좋으면 보수의 새 방향이 열릴 것이고, 나쁘면 논쟁을 일으켜 보수의 정비를 지체시킨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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