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마음의 병을 진단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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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7 07:52  |  수정 2018-04-17 07:52  |  발행일 2018-04-17 제20면
[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마음의 병을 진단한다는 것
<곽호순병원 원장>

마음의 병을 진단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 다양한 마음의 현상 중에 어떤 것이 정상인지 어떤 것이 비정상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마다 다양하고 문화마다 차이가 나며 시대마다 달라지는 마음의 현상을 어찌 명쾌하게 병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가를 수 있을까.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듯 생각이 독특하다고 해서 비정상은 아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해야 하는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마음의 현상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해야 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지만 그 기준 또한 매우 조심스럽다.

우선 ‘자신의 역할 수행이나 기능의 장애가 있을 때’ 비정상적인 마음의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학생으로서 학습에 적응하는 정도에 문제가 오거나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업무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거나 군인으로서, 선생님으로서 등의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있게 되면 이는 분명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은 어떤 마음의 문제 때문에 ‘스스로 괴롭거나 불편을 느끼면’ 이 또한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떤 이는 원치 않는 어떤 생각이 자주 반복돼 고통스러울 때 그 생각을 잊어버리기 위해 손을 씻는다거나 숫자를 헤아린다거나 혹은 반복되는 확인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강박적인 행동을 나타낼 수 있다. 이는 그 스스로 괴롭고 불편한 것이지 다른 이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그에게는 매우 비정상적인 마음이 될 수 있다.

또한 마음의 변화로 ‘일탈적인 행동’을 보인다면 이 또한 비정상적인 마음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다르고 극단적이며 심지어는 기이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마음의 변화는 분명 정상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혹은 ‘지나치거나 불충분’하면 이상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기분이 지나치게 좋아 의기양양하거나 과도한 자신감으로 충만해서 기고만장하고, 반대로 기분이 처지고 의기소침하고 우울하고 용기 없으며 즐거운 일이나 흥미가 없다면 이 둘 다 비정상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규준을 위반하게 될 경우’ 또한 비정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조용해야 할 도서관에서 지나치게 떠들거나 집중하고 긴장해 있어야 할 공부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잉 행동을 해 대거나 남의 권리를 쉽게 빼앗거나 방해하는 행동들은 분명 비정상이다. 규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준으로 ‘발달적 부적절성’을 가지고 판단해 볼 수도 있겠다. 두 살짜리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상적 발달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같은 행동을 다섯 살짜리 아이가 하게 된다면 이는 걱정할 만한 행동이 된다. 발달이 느린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의 부적응’ 정도를 비정상의 기준으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들 앞에 서기만 하면 나쁜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하여 아예 남들과 담을 쌓고 지낸다면 이는 사회적인 관계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되고 이런 마음은 걱정을 할 정도의 비정상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마음의 병을 진단한다는 것은 이런 명확하지 않은 여러 가지 기준들을 가지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참 어려운 일이다. 독특하고 남과 다른 생각을 틀린 생각이나 비정상적인 생각으로 오진하지 않기 위해서 늘 조심하고 신중하고 어렵게 진단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곽호순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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